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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일본에서 보는 우크라이나 전쟁

등록 2022-03-03 15:43수정 2022-03-08 02:31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키예프)의 텔레비전 송신탑이 지난 1일(현지시각) 러시아군의 폭격을 당해 화염에 휩싸여 있다. 키이우/로이터 연합뉴스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키예프)의 텔레비전 송신탑이 지난 1일(현지시각) 러시아군의 폭격을 당해 화염에 휩싸여 있다. 키이우/로이터 연합뉴스

[특파원 칼럼] 김소연 | 도쿄 특파원

지난달 24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했다. 일본에서도 방송, 신문,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우크라이나 상황이 실시간으로 전달되고 있다. 눈으로 보고 있으면서도 믿긴 힘든 모습이다. 우크라이나의 전쟁 가능성이 제기되던 몇주 전만 해도, 주변 일본인들 대부분의 반응은 ‘설마’였다. 예상은 무참히 깨졌고, 전쟁은 일주일 이상 계속되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를 침공하기 위해 1년 이상 면밀하게 계획을 세웠다는 영국의 저명한 연구소 분석도 나왔다.

우크라이나를 지켜보는 일본의 상황은 꽤 복잡하다. 우크라이나의 전쟁은 ‘위협’이면서 ‘불안’이고 또 군비 확장을 위한 ‘명분’이 되고 있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해 “러시아의 침략은 유럽뿐만 아니라 아시아를 포함한 국제사회의 근간을 흔드는 것”이라며 강하게 비난했다. 말로만 그치지 않았다. 일본은 주요 7개국(G7)과 보조를 맞춰 푸틴 대통령 자산 동결 등 러시아에 대한 제재에 발 빠르게 움직였다. 일본은 같은 동아시아에 있는 한국보다 우크라이나 사태에 훨씬 적극적으로 대처하고 있다.

일본은 쿠릴열도 남단 4개 섬(일본에선 북방영토라 부름) 문제 등 러시아와 해결해야 할 현안이 있는 만큼, 그동안 관계가 엇나가는 것에 신중했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고 판단한다. 쿠릴열도 문제가 진전이 없는 것도 작용했겠지만, 우크라이나 사태가 자국의 외교·안보에 파급이 크다고 인식하고 있다.

러시아의 힘에 의한 일방적인 현상변경이 허용되면 국제질서가 흔들리고, 중국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일본은 미-중 전략갈등의 최전선인 대만해협과 중-일 간 영토 분쟁 지역인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에서 중국과 대치하고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중국도 얼마든지 군사적 행동에 나설 수 있다는 공포를 조장한다.

일본 국민들은 불안해하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이 지난달 25~27일 실시한 전화 여론조사(응답자 992명) 결과, 응답자의 77%가 러시아 침공의 여파로 중국이 대만에 무력을 행사할 수 있다고 보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모든 연령대에서 우려가 높았다.

이런 분위기를 틈타 자민당 극우 성향의 의원들은 ‘군비 확장’에 목소리를 한껏 높이고 있다. 그동안 금기시되던 ‘핵 공유’ 발언까지 나왔다. 아베 신조 전 총리는 최근 일본 방송 프로그램에 나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원국 일부가 채택하고 있는 ‘핵 공유’ 정책을 일본도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핵 공유는 미국의 핵무기를 자국 영토 내에 배치해 공동 운용함으로써 억지력을 확대하는 전략을 말한다. 대놓고 동조하는 자민당 내 일부 극우 성향 의원들도 있다. 다른 한편에선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일본의 부담 증가를 우려하는 시선도 있다. 군사·경제 분야에서 부상하는 중국, 권위주의 국가인 중국과 러시아의 긴밀한 협조, 국제사회에서 미국의 영향력 저하로 일본이 떠안아야 할 몫이 많아진다는 것이다.

당장 ‘핵 공유’까지는 쉽지 않겠지만, 일본 정부가 올해 적극 추진하고 있는 ‘적기지 공격 능력’ 보유와 국방예산 확대는 상당한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사실상 ‘선제공격’을 의미하는 일본의 적기지 공격은 중국과 북한을 상정하고 있어, 한반도에 대한 군사적 긴장감은 커질 수밖에 없다. 동아시아에도 평화보다 무력 충돌 가능성이 한층 두터워지는 느낌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하루빨리 평화적으로 해결되는 것은 우리가 살고 있는 동아시아에도 중요한 일이다.

dand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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