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와 불소의 강한 결합으로 만들어지는 과불화화합물(PFAS)은 물, 기름, 열에 뛰어난 저항성을 지녀 소방용 거품이나 화장품, 의류, 포장재 등 여러 제품에 쓰인다. 자연에서 잘 분해되지 않아 ‘영원한 화학물질’로 불리는 과불화화합물은 노출량이 많을 때 인체에 나쁜 영향을 줄 수 있는 새로운 환경오염 물질로 주목받고 있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오철우 | 한밭대 강사(과학기술학)
얼마 전 ‘영원한 화학물질’(forever chemicals)로 불리는 환경 골칫거리를 쉽게 분해하는 새로운 방법을 찾아냈다는 소식이 <사이언스> 논문으로 전해져 화제가 됐다. 항공, 자동차, 건설, 전자분야와 화장품, 옷, 포장재, 소방용 거품 같은 제품에 물과 기름이 스며들지 않도록 막는 기능으로 널리 쓰이는 과불화화합물(PFAS)은 자연과 생체에서 잘 분해되지 않아 이런 별명을 얻었다. 1940년대 처음 만들어진 이래 환경에 계속 쌓여 늘어나고 인체에도 나쁜 영향을 끼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걱정스러운 물질로 다뤄지고 있다.
우리에겐 낯선 이 물질이 무엇이길래 영어권 매체에서 큰 관심사로 다뤄질까. 궁금해 자료를 더 찾아보니 과불화화합물은 이미 미국과 유럽에서 중요한 환경이슈로 주목받고 있었다. 탄소-불소 결합의 화학구조도 매우 다양해 과불화화합물로 통칭하는 물질의 종류만 해도 9000종이 훨씬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 워낙 광범위한 분야에 다양하게 쓰여 실태를 다 파악하기도 쉽지 않다. 탄소와 불소의 화학적 결합이 아주 강해, 분해하려면 섭씨 1000도 넘는 고열로 소각해야 할 정도로 난분해성 물질이다. 플라스틱이 그렇듯, 이 인공 화합물도 돌고 돌아 음식과 식수를 통해 우리 몸에 점점 많이 쌓이면 나쁜 영향을 줄 수 있다. 과불화화합물이 다 똑같이 해로운 건 아니라지만 이제 위해 위험을 관리해야 하는 물질이 됐다.
지난 6월 미국 백악관은 “과불화화합물은 심각한 건강문제를 일으키고 지역사회에 불평등한 영향을 끼칠 수 있는 화학물질”이라며 영원한 화학물질로부터 식수를 보호하기 위한 다각적인 조처를 마련해 발표했다. 이달에는 환경보호청(EPA)이 과불화화합물의 대표적인 두 유형(PFOS, PFOA)을 유해물질로 지정해 관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환경보건과학연구소(NIEHS) 자료를 보면, 과불화화합물이 미국인 97%의 혈액에서 검출될 정도로 폭넓게 노출돼 있으며, 신진대사, 태아 성장에 영향을 주거나 일부 암 위험 증가, 면역력 감소와도 상관관계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과불화화합물은 빠르게 지구촌 환경이슈가 되고 있다. 국내에서는 환경보건단체와 일부 전문매체들을 빼고 과불화화합물에 대한 사회적 관심은 그리 높지 않은 듯하다. 지난 4월 식품의약품안전처 발표 자료를 보면, 국내에서 조사된 과불화화합물의 인체 노출은 안전기준에 못 미친다. 하지만 새로운 위해 우려 물질 실태 파악과 관리에 더욱 관심을 기울여야 하겠다.
탄소와 불소의 강한 결합으로 만들어지는 과불화화합물(PFAS)은 물, 기름, 열에 뛰어난 저항성을 지녀 소방용 거품이나 화장품, 의류, 포장재 등에 쓰인다. 자연에서 잘 분해되지 않아 ‘영원한 화학물질’로 불리는데 노출량이 많을 때 인체에 나쁜 영향을 줄 수 있는 새로운 환경오염 물질로 주목받고 있다. 위키미디어코먼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