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분당 정자교 등에 쓰인 ‘외팔보’ 공법. 김재욱 화백
지난 5일 갑작스러운 붕괴 사고로 인명 피해를 낸 경기도 성남 분당 정자교 보행로는 ‘외팔보’(캔틸레버) 형태의 구조물이다. 외팔보는 한쪽 끝은 고정되고 다른 끝은 하중을 지탱해주는, 기둥 없는 처마 모양의 보다. 1950년 독일에서 처음 개발됐다. 한쪽 팔을 옆으로 뻗은 것처럼 지붕이나 건물 몸통이 공중으로 길게 튀어나와 시각적으로 경쾌하면서도 불안정해 보여 묘한 긴장감을 준다.
외팔보 건축으로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진 건물은 바로 한국 부산에 있다. 2011년 부산 해운대에 들어선 ‘영화의 전당’이다. 오스트리아 건축 회사 코오프 히멜블라우가 설계했는데, 축구장 2배 넓이의 지붕이 가운데 기둥 부분 하나로만 버티고 있는 모습이 장관이다. 외팔보 건축으로는 세계에서 가장 큰 건물로 기록돼 있다.
외팔보는 마치 낭떠러지에서 한쪽 팔로만 버티는 셈이라서 같은 길이의 일반 보에 비해 4배나 큰 휨강도(휘어지게 하는 외력을 견디는 힘)가 필요하다고 한다. 그만큼 설계와 시공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하지만 정자교는 시공이 설계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의심을 받는다. 외팔보 구조물은 철근이 매우 중요한데, 정자교의 붕괴된 단면 사진을 본 전문가들은 철근이 충분히 길게 뻗어 있지 않고 보행로가 칼로 자른 듯 떨어져 나간 점을 들어 철근 양이 부족하거나 시멘트 등 다른 재료와 제대로 섞이지 않은 것으로 추정한다.
또 보행로 아랫부분에 설치된 상수도관도 하중을 크게 늘렸다고 본다. 한마디로 부실시공이 사고의 직접적 원인이라는 얘기다. 외팔보 건축의 장점을 살리려면 정확한 설계와 정해진 공법에 맞게 공사를 해야 했지만, 정자교는 이런 기본을 지키지 않은 것이다. 성남시를 비롯한 각 지방자치단체들은 정자교처럼 외팔보 공법으로 지어진 교량들에 대해 긴급 점검에 들어갔다.
지난 2017년 11월 경북 포항 지진(진도 5.4) 당시 붕괴 직전까지 간 건물이 대부분 ‘필로티’ 구조로 지어진 빌라들이었다. 이 때문에 전국의 필로티 구조 건물에 사는 주민들이 불안에 떨었다. 하지만 설계와 시공을 원칙대로 한 건물들은 아무런 이상이 없었다. 필로티 구조 자체에 문제가 있는 게 아니라 내진설계를 무시한 채 건물을 지었기 때문에 피해를 본 것이다. 건축물 붕괴 사고는 애먼 건축 공법이 아닌, 사람 탓이다.
이춘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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