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노조 강원건설지부 3지대장 양회동(50)씨 빈소가 지난 4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돼 건설노조 조합원들이 조문하고 있다. 강창광 선임기자 chang@hani.co.kr
김진해 | 한겨레말글연구소 연구위원·경희대 교수
그의 유서를 읽는다. ‘혼자 편한 선택을 한지 모르겠다’는, 말문이 막히는 글을 읽는다. 그의 죽음이 우리 모두의 책임처럼 느껴지지만, 무엇을 느끼든 소용없다. 남겨진 자는 누구도 그에게 도달할 수 없다. 한 사람이 생을 던지며 쓴 글을 마주한 사람이 느끼는 감정은 ‘부족함’ 같은 것. 그의 좌절과 분노, 책임감에 미치지 못했다는….
“존경하는 동지 여러분. 저는 자랑스러운 민주노총 강원건설지부 양회동입니다. 제가 오늘 분신을 하게 된 건 죄 없이 정당하게 노조 활동을 했는데 집시법 위반도 아니고 업무방해 및 공갈이랍니다. 제 자존심이 허락되지가 않네요. 힘들게 끈질기게 투쟁하며 싸워서 쟁취하여야 하는데 혼자 편한 선택을 한지 모르겠습니다. 함께해서 기쁘고 행복했습니다. 사랑합니다. 영원히 동지들 옆에 있겠습니다.”
말은 사람에게 저항과 흔적을 남긴다. 어떤 말은 머릿속에 계속 남아 맴돌고 소용돌이친다. 심장을 찌르는 칼날이 되고 사람을 옥죄는 오랏줄이 된다. 가까운 사람의 입이든, 댓글이든, 풍문이든 상관없다. 진드기처럼 달라붙어 괴롭힌다. 게다가 인권의 최후 보루는커녕 반대자를 억압하는 장치가 돼 버린 법이 내뱉는 말이니 더욱 그랬을 것이다. 하루아침에 공갈범이 되다니. 너희가 뭔데? 자다가도 벌떡 일어난다. 밤을 하얗게 새운다. 웃음기는 사라지고 말수는 줄고 분심과 우울증이 교차한다. 삶이 산산이 부서진다.
동료들은 그를 ‘착하고 겁이 많은 사람이었다’고 말한다. 그런 삶을 불살라 죽음의 강을 가로질러야만 문제가 풀리겠다고 마음을 먹게 하는 사회. 무섭고 추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