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기원 ㅣ 도쿄 특파원
코로나19 세계적 대유행으로 세계 경제에 짙은 불황의 그림자가 드리우고 있다. 한국 정부도 경제적 어려움에 부닥친 이들을 위해 긴급재난지원금을 지급한다고 한다. 반가운 소식이지만 아쉬운 부분이 있다. 정부 관계부처 합동회의가 열린 지난 16일 발표된 자료를 보면 지급 대상자는 “국내 거주 국민에 대한 지원을 원칙으로 재외국민, 외국인은 지원 대상에서 제외되지만, 결혼 이민자 등 내국인과 연관성이 높은 경우 및 영주권자는 지원 대상에 포함한다”고 되어 있다. 아직 결정되지는 않았지만 이 계획대로라면 합법적으로 체류하고 있는 외국인까지도 상당수가 지원 대상에서 제외된다는 이야기다.
현재 일본에서 체류하고 있기 때문에 일본의 사례를 살펴보겠다. 일본 총무성은 지난 20일 전 국민에게 1인당 10만엔(약 113만원)씩 지급할 예정인 가칭 ‘특별 정액 급부금’ 대상 세부 기준을 발표했다. 이 돈은 일종의 재난지원금 성격이다. 지급 대상은 “4월27일을 기준으로 주민등록이 되어 있는 사람”이라고 발표했다. 외국인도 3개월 이상 체류 자격이 있으면 대상이다. 아베 신조 총리는 지난 16일 긴급사태 선언을 기존 7개 광역지방자치단체에서 전국으로 확대한다고 발표했을 때 국민 1인당 현금 10만엔 지급 계획도 같이 꺼냈다. 이후 “모든 국민”에 일본 체류 외국인이 포함되는지가 관심사 중 하나로 떠올랐으나, 외국인도 포함되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 아베 정부가 특이한 결정을 한 것이 아니다. 예전 기준을 다시 적용한 것뿐이다. 아소 다로 정부는 세계 금융위기 시기인 2009년에 일본의 장기 체류 외국인을 포함해 1인당 1만2000엔(18살 이하와 65살 이상은 2만엔)을 지급했다. 일본에서는 이전부터 외국인도 체류 자격을 갖추고 일본에 살고 있으면 아동수당이 지급된다.
세계적으로 봤을 때도 일본 사례가 유별나다고 말하기 어렵다고 생각한다. 독일은 독일에서 세금번호를 받고 수익활동을 하는 사람들 가운데 코로나19로 인해 재정이 어려운 사람이라면 외국인이라도 ‘즉시 지원금’을 준다. 포르투갈 정부는 오는 6월 말까지 이주자와 난민에게 임시로 시민권의 지위를 일괄적으로 부여했다고 한다.
한 나라 사회 구성원이 어디까지인지 가끔 생각한다. 일본 수도 도쿄에서 밤에 편의점에 가보면 일본인 종업원보다 외국인 종업원을 만날 확률이 훨씬 높다. 저렴하게 한끼 해결할 수 있는 프랜차이즈 음식점에서 땀 흘리며 일하는 이들도 외국인인 경우가 많다. 코로나19 감염 확산으로 기능실습생(한국의 산업연수생) 입국이 막히자, 농촌에서 일손 부족으로 비상이 걸렸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외국인들을 사회 구성원으로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인구 감소와 초고령화 문제에 직면한 일본 사회는 유지될 수가 없다. 보수적인 아베 정부가 이민 정책은 아니라고 선은 그으면서도, 2018년에 5년 동안 외국인 노동자를 최대 35만명 추가로 받아들이겠다고 발표한 것도 일본의 이런 사정 때문이다. 한국과 일본이 처한 현실이 근본적으로 다르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한국 국적이 아니라고 해서 한국 사회 구성원이 아니라고 할 수는 없지 않나. 인도적으로는 물론 현실적으로 경제적으로도 그렇다.
외국인에게도 재난지원금을 지급해달라는 청와대 국민청원을 봤다. “대한민국에 체류하고 있고 합법적인 취업비자(장기비자)를 가지고 있고 세금도 꼬박꼬박 다 내는 외국인에게도 재난지원금, 아동수당 받게 해주세요”라고 적혀 있다. 최소한의 요구라고 생각한다. 동의 버튼을 누르면서도 마음이 무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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