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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유레카] 쌍용차의 기구한 66년 역사 / 곽정수

등록 2020-12-27 14:52수정 2020-12-27 20:03

한국 스포츠실용차(SUV) 시장을 개척한 쌍용자동차는 1954년에 설립된 하동환자동차제작소가 효시다. 현대차보다 13년 앞선다. 창업자 하동환은 한국 자동차 역사의 산증인이다. 드럼통을 두들겨서 편 차체에 미군 폐차의 엔진을 얹어 ‘드럼통 버스’를 만들었다. 1966년에는 ‘하동환 버스’를 브루나이에 수출했다. 한국 최초의 자동차 수출이다. 현대 포니의 수출은 10년 뒤 일이다.

1984년 ‘디젤지프’를 만드는 거화를 인수해, SUV 업체로 발돋움했다. 신차 개발에 필요한 자금 조달이 어렵자 1986년 쌍용에 전격 매각됐다. 코란도 훼미리, 무쏘, 뉴코란도를 잇달아 선보이며 한국 SUV 역사를 만들어갔다.

그러나 부채가 3조를 넘은 데다 외환위기마저 닥쳤다. 쌍용은 1998년 쌍용차를 대우에 매각했지만, 그룹 해체를 피하지 못했다. 위기 때 과잉투자를 한 대우도 역시 무너졌다.

이후 기업개선작업에 들어갔다. 렉스턴의 대박으로 기회를 잡는 듯했으나, 노무현 정부 때인 2004년 중국 상하이차가 인수해 큰 충격을 던져줬다. 중국의 목적이 ‘기술 빼가기’라는 우려가 컸는데, 2006년 디젤 하이브리드 기술 불법유출 사건으로 현실화했다. 상하이차는 세계 금융위기를 틈타 2009년 법정관리를 전격 신청했다.

노동자들은 3천명 이상이 해고되자 “해고는 살인”을 외치며 77일간 ‘옥쇄파업’을 벌였다. 이명박 정부는 중국업체의 ‘먹튀’와 대량해고를 방치한 것도 모자라, 잔인하게 강제 진압했다. 그 충격으로 지금까지 33명이 자살하는 비극이 벌어졌다.

2010년 인도의 마힌드라를 새 주인으로 맞았다. 2015년 소형 SUV인 티볼리로 큰 선풍을 일으켰다. 2016년에는 흑자전환까지 이루었지만, 이후 15분기 연속 적자수렁에 빠졌다.

쌍용차는 66년의 역사 동안 주인이 다섯번 바뀌었다. 그 중 두 재벌 주인은 역사의 뒤편으로 사라졌다. 외국인 주인도 두번이나 만났다. 한국 기업사에서 전례를 찾기 힘들다. 인간으로 치면 기구하고 파란만장한 삶이 아닐 수 없다.

쌍용차는 21일 자금난으로 법정관리를 전격 신청했다. 쌍용차의 거듭된 위기는 결국 경영실패 탓이다. 지난 5월 해고자 전원복직을 이루는 성과를 거뒀지만, 노사협력으로 경영난을 타개하는 데는 실패했다.

정부와 산업은행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식의 지원은 어렵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중국업체의 먹튀를 방임한 ‘원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곽정수 논설위원 jskwa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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