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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검찰, ‘조선일보 방 사장’ 이번엔 밝혀내는 건가

등록 2019-05-14 17:56수정 2019-05-14 20:19

‘우리의 증언’ 회원들이 지난 3월 서울 서초동 서울지방법원 들머리에서 방사장 사건(장자연 리스트)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집회를 하고 있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우리의 증언’ 회원들이 지난 3월 서울 서초동 서울지방법원 들머리에서 방사장 사건(장자연 리스트)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집회를 하고 있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고 장자연씨 사건을 조사해온 대검 과거사진상조사단이 13일 이른바 ‘장자연 문건’ 내용이 사실이거나 사실일 가능성이 크다는 최종 결과를 법무부 검찰과거사위원회에 보고했다고 한다. 과거사위는 이를 토대로 심의 및 조사 결과를 20일 발표할 예정이다. 장씨 죽음의 진실을 왜곡했다는 비판을 받아온 검찰이 이제라도 진실을 규명하고 책임 소재까지 제대로 밝혀내기 바란다.

장씨는 2009년 3월 성착취 사실을 폭로하는 글을 남기고 세상을 떠났으나 검찰과 경찰은 가해자들 대신 진상 규명을 요구한 의원과 시민단체 인사들을 법정에 세우는 등 적반하장 격의 수사를 했다. 조사단은 250쪽에 이르는 보고서를 통해 문건에 적힌 <조선일보> 사주 일가에 대한 술접대와 기획사 대표의 술접대 강요, 국외 접대 거절 뒤 보복성 차량 매각 등을 사실로 확인했다고 한다. 그러나 일부 사실에 대한 법적 평가와 재수사 필요성 여부 등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렸던 것으로 알려진다. 장자연 문건에는 ‘조선일보 방 사장’과 ‘방 사장 아들’ 등 사주 일가가 구체적으로 등장한다. 이 때문에 사건 초기부터 검경이 거대언론 사주를 의식해 부실·왜곡 수사한 게 아니냐는 비판을 받았는데 재조사 발표에서는 절대로 그런 일이 되풀이돼선 안 된다.

경찰은 사건 직후인 2009년 3월 장씨 집과 차량을 겨우 57분 압수수색하면서 ‘조선일보 방 사장’이 적힌 다이어리나 가방과 핸드백 속 명함도 압수하지 않았다는 게 장씨 지인의 진술이다. 장씨와 기획사 대표의 통화기록 원본이나 장씨 휴대전화 3대의 디지털포렌식 결과도 수사기록에 첨부하지 않는 등 저의를 의심할 만한 부실수사가 이뤄졌다. 장씨가 어머니 제삿날임에도 불려 나와 눈물을 흘렸다는 룸살롱 접대 자리에 ‘방 사장 아들’로 의심되는 방정오 전 <티브이조선> 대표(당시 조선일보 미디어전략팀장)가 있었음에도 그의 주변을 철저하게 파헤치지 않았다. 이번 재조사에서 방 전 대표와 장씨의 관계를 의심할 만한 진술이 나왔다니 이제라도 제대로 밝혀야 한다.

수사책임자였던 조현오 전 경기경찰청장은 조선일보한테 ‘심각한 협박’을 받았다고 했다. 그러니 찾아가서 받아적는 특혜 수사가 이뤄졌을 것이다. 과거사위는 장씨 사건의 진실 규명과 함께 검찰의 부실·왜곡수사 책임도 밝혀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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