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권 불법 승계 의혹과 관련해 검찰수사심의위원회가 열린 26일 회의를 마친 심의위원들이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건물을 나서고 있다. 수사심의위는 이 사건에 대한 수사 중단과 불기소를 권고했다. 연합뉴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권 불법승계 사건에 대해 검찰 외부 시민들로 구성된 검찰수사심의위원회(수사심의위)가 26일 수사 중단 및 불기소 의견을 내놨다. 이 부회장 구속영장 심사 당시 법원이 내린 판단과 어긋나는 결론인데다 엄정한 법적 잣대로 심의했는지 의문이 드는 대목도 있다. 여러모로 수긍하기 힘든 결정이다.
검찰은 내부 문건 등을 통해 삼성물산-제일모직 불공정 합병과 불법 경영권 승계 과정을 이 부회장이 직접 주도한 증거를 다수 확보했다는 입장이다. 법원도 지난 9일 구속영장 심사 때 “기본적 사실관계는 소명되었고 그간의 수사를 통해 이미 상당 정도의 증거가 확보되었다”며 “이 사건의 중요성에 비춰 피의자들의 책임 유무 및 그 정도는 재판 과정에서 충분한 공방과 심리를 거쳐 결정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범죄 사실의 존재와 재판의 필요성을 인정한 것이다.
반면 이날 심의위원 다수는 자본시장법 위반 등 혐의를 입증하기가 쉽지 않다는 의견이었다고 전해진다. 더구나 수사심의위는 수사 중단까지 권고했다. 수사의 필요성 자체를 부인한 것이다. 검찰이 제시한 증거는 다르지 않았을 텐데 전문 법관의 판단과 수사심의위의 결론이 이렇게 다르다는 게 납득하기 어렵다. 이 정도로 정반대 결론을 내리려면 명확한 이유가 필요한데, 수사심의위는 과반수 찬성으로 표결했다는 것 외에는 구체적인 이유를 밝히지 않았다.
검찰권의 부당한 행사를 견제하기 위한 장치인 수사심의위가 막강한 경제권력인 재벌 총수에 의해 활용된 것은 애초부터 역설적인 상황이었다. 삼성의 여론전이 결론에 영향을 끼친 게 아니냐는 의구심도 지울 수 없다. 심의 과정에서 코로나19로 경기 침체가 우려되는 상황과 삼성이 경제에 끼치는 영향도 고려됐다고 전해지는데, 법적 판단을 넘어선 고려가 이뤄졌다면 제도의 취지가 크게 훼손됐다고 볼 수밖에 없다.
검찰이 심의위원 다수를 설득하지 못한 것은 분명한 사실이나, 수사심의위의 결론을 수긍하기 힘든 측면이 여럿 존재하는 것도 부인할 수 없다. 검찰은 그동안 8차례 이뤄진 수사심의위의 결론을 존중해왔지만 규정상 반드시 따라야 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 또한 이 제도의 성격이다. 검찰은 수사에서 부족한 점을 살펴 보강하고 다시 한번 불편부당한 기준에 따라 기소 여부를 판단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