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수사심의위원회 위원장인 양창수 전 대법관이 26일 오전 회의 참석을 위해 대검찰청에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대검찰청 수사심의위원회가 26일 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기소 반대’와 ‘수사 중단’ 의결 내용을 발표하자 검찰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검찰 안팎에서는 이날 수사심의위의 불기소·수사 중단 의견 권고를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결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지난 9일 이 부회장의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맡은 서울중앙지법 원정숙 영장전담 부장판사가 구속영장을 기각하면서도, “기본적 사실관계는 소명됐고 검찰이 상당 정도의 증거를 확보했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구속 필요성을 판단하는 영장심사였지만, 이 부회장의 범죄 소명을 법원이 어느 정도 인정한 상황이라서 수사심의위에서 기소 반대와 수사 중단을 권고할 거라는 예측은 많지 않았다.
수사심의위가 검찰은 물론 법원 영장 판단과도 배치되는 의견을 냄에 따라 이 사건을 수사하는 서울중앙지검 경제범죄형사부(부장 이복현)로서는 입지가 상당히 좁아지게 됐다. 실제 검찰은 이 제도를 시행한 뒤 열린 8차례 수사심의위의 권고를 모두 따랐다. 수사심의위 결정으로 여론전에서 이 부회장 쪽에 밀리는 분위기가 조성된 만큼 당장 이 부회장 기소라는 강공 카드를 꺼내들기에는 수사팀도 부담을 떠안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수사팀은 2018년 말부터 17개월가량 수사를 진행하면서 삼성물산-제일모직 불공정 합병과 불법 경영권 승계 과정에 이 부회장이 단순히 관여한 것을 넘어 직접 주도했다고 보고 있기 때문에 이 부회장을 불기소하는 결정을 내리기도 쉽지 않다. 삼성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1년이 넘는 오랜 기간 동안 수사를 진행해놓고도 기소를 하지 않는다면 검찰권 남용이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오는 7월 인사를 앞두고 6월 말에는 이 부회장 기소 여부 등을 결정해 사건을 정리할 계획이었던 검찰로서는 수사 막바지에 예상치 못한 암초를 만난 셈이다.
이날 회의 진행은 검찰과 이 부회장 변호인 쪽에서 수사심의위원들에게 각각 A4 50쪽 분량의 의견서를 배부한 뒤 오전에는 검찰이, 오후에는 이 부회장 변호인단이 각각 구두의견을 진술했다. 검찰 쪽에선 주임검사인 서울중앙지검 경제범죄형사부의 이복현(48·사법연수원 32기) 부장검사와 최재훈(45·35기) 부부장 검사, 김영철(47·33기) 의정부지검 부장검사 등이 참석해 공소 제기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이 부회장 변호인으로는 김기동(56·21기) 전 부산지검장과 이동열(54·22기) 전 서울서부지검장이 직접 나서 방어 논리를 펼쳤다.
회의에서는 이 부회장의 시세조종과 분식회계 등 혐의를 두고 집중적인 토론이 이뤄진 것으로 전해졌다. 위원 중 상당수는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를 입증하기가 쉽지 않다는 의견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코로나19로 경기 침체가 우려되는 상황에서 삼성이 경제에 끼치는 영향이 크다는 판단도 고려 대상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김정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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