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송영길 대표가 23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언론중재법 개정안 관련 발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이 오는 25일 국회 본회의를 앞두고 허위·조작 보도에 징벌적 손해배상을 규정한 ‘언론중재 및 피해구제 등에 관한 법률’(언론중재법) 개정안 일방 처리를 예고한 가운데, 민주당 대선주자들 사이에서도 ‘표현의 자유’ 위축 가능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정의당을 비롯한 야당과 언론·시민단체의 반발에 더해 여권 대선주자들도 문제제기를 하면서 민주당에도 부담이 가중되는 모양새다.
민주당 대선주자들 가운데 언론중재법 개정의 문제점을 가장 명확하게 밝힌 후보는 박용진 의원이다. 박 후보는 23일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제4의 권력이라 불리는 언론에 책임을 묻는 제도적 장치 마련에는 공감한다”면서도 “하지만 ‘개혁의 부메랑 효과’에 대한 우려가 있다. 사회에 대한 감시·견제와 비판이라는 언론의 기능이 약화돼선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야당과 언론·시민단체의 반대를 무릅쓰고 민주당이 법안 처리를 급하게 밀어붙이는 것에 대해서는 “언론중재법 처리로 또 한 번 독선 프레임에 빠지게 되면 대선을 앞두고 (상임위를 재배분한) 지도부의 결단이 무색해질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다른 대선주자들은 언론중재법 개정안 ‘내용’ 자체를 명시적으로 반대하지는 않지만, 여야 합의 없이 처리를 강행하는 ‘과정’에 우려의 뜻을 나타냈다. 정세균 전 총리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중대한 독소조항은 해소가 된 게 아닌가”라면서도 “언론 관련법은 충분한 숙의 절차와 합의가 있어야 한다”며 신중론을 펼쳤다. 그는 이날 보도된 <한국일보> 인터뷰에서도 “이런 쟁점이 있는 법안은 가능하면 여야가 합의처리를 하는 것이 좋다고 본다”고 했다.
이낙연 전 대표는 언론중재법 개정에 찬성하면서 ‘우려’ 쪽에도 한발을 걸쳐 놓았다. 그는 지난 20일 김의겸 열린민주당 의원과의 대담에서 “아프더라도 언론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 언론을 위해서도 더 좋다” “언론이 취재원과 정부를 상대로는 책임져라 반성하라 하면서 스스로는 못하는 경향이 있다”고 했다. 그러나 이날은 기자들과 만나 “상임위 결정을 존중한다”면서도 “우려를 해소하려는 설명의 노력과 숙고도 병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두관 의원도 이날 “우리 당이 추진하는 언론중재법은 찬성”이라고 했지만 “정권이 바뀌기라도 하면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통해 진보언론의 씨를 말리려 들 것이라는 공포가 있다”는 우려도 밝혔다.
반면, 이재명 경기지사와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은 언론중재법 개정을 적극적으로 찬성하고 있다. 이 지사는 지난 2일 충북지역 기자간담회에서 “징벌적 손해배상의 5배는 약하다”며 “고의적·악의적인 가짜뉴스를 내보내면 언론사가 망하게 해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추 전 장관도 이날 유튜브에 출연해 “개정안에 미흡한 부분 있더라도 일단 왜곡 보도는 상응하는 책임을 지게 해서 시민적 권리가 침해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며 찬성 입장을 밝혔다.
송영길 대표는 이날 최고위에서 “오로지 이 법은 가짜뉴스로 인해 피해를 받는 서민과 중소기업인들을 보호하기 위한 법이라는 점을 다시 한 번 강조한다”고 밝혔지만, 당내에서도 강행 처리에 대한 우려가 조금씩 흘러나오는 상황이다. 민주당 지도부 관계자는 이날 <한겨레>에 “개인적으로 언론중재법 처리가 부담스러운 것은 사실”이라며 “하지만 송영길 대표와 윤호중 원내대표의 강행 의지가 워낙 강하다”고 말했다.
송채경화 노지원 심우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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