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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국회·정당

“조직 정체성 부정한 줄서기” 내부 비판

등록 2007-12-10 19:58수정 2007-12-11 00:35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가 10일 오전 서울 여의도 한국노총 회의실에서 자신에 대해 지지선언을 한 이용득 한국노총 위원장과 활짝 웃으며 이야기하고 있다. 박종식 기자 <A href="mailto:anaki@hani.co.kr">anaki@hani.co.kr</A>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가 10일 오전 서울 여의도 한국노총 회의실에서 자신에 대해 지지선언을 한 이용득 한국노총 위원장과 활짝 웃으며 이야기하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한국노총, 이명박과 정책연대 ‘지지선언’
한국노총이 10일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와 정책협약을 체결하고, 이명박 후보 지지를 공식 선언했다. 조합원 총투표에서 이 후보가 41.5%의 지지를 얻어 1위를 차지한 데 따른 것이다. 정책협약서에는 이 후보가 당선될 경우 노조전임자 임금 보장 등 10대 정책요구안 이행을 약속하고, 대통령 재임기간 동안 정례적인 정책협의회를 연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2002년 이어 또 ‘반노동자적’ 후보 지지
홈페이지에 “부끄럽다” 항의글 200여건

■ 함께 “대선승리 파이팅!” 외쳐=이날 열린 정책협약 체결식의 분위기는 화기애애했다. 서울 여의도 한국노총회관 행사장에 나온 한국노총 산별노조위원장과 시·도 지역본부 의장들은 이명박 후보가 입장하자 기립박수를 보냈다. 행사 말미에는 한나라당 당직자들과 함께 “대선승리 파이팅!”이라는 구호를 외쳤다. 기념촬영 때에는 모든 참석자들이 두 손가락을 들어올렸다. 이 후보의 기호(2번)를 뜻하는 것이다.

이명박 후보는 연설에서 “지난 10년간 노사정간 실질적인 협력이 없었는데, 앞으로 한국노총과 함께 새 시대를 열어 나가자”고 말했다. 이 후보는 특히 “한나라당은 이념적으로 실용주의적 보수에 속한다”며 “일을 해나가고 개혁하는 데 있어서는 오히려 진보보다 더 개혁적으로 우리 사회를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이용득 한국노총 위원장은 “법률이 허용하는 범위에서 이 후보의 당선을 위한 범조직적 당선운동을 전개하겠다”며 “한국노총은 진보운동 세력이고 한나라당은 정통보수 정당인데, 이번 정책연대로 진보와 보수가 함께 갈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한국노총-이명박 정책연대
한국노총-이명박 정책연대



■ 노동계 내부 비판 거세져=그러나 한국노총 내부에선 ‘애초 한나라당을 위해 판짜기 해준 것’이라는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한국노총 중앙정치위원회는 지난달 19일 이명박 후보의 불참 통보로 텔레비전 합동토론이 무산돼 회의를 소집했지만 이 후보 쪽에 아무런 ‘제재’를 가하지 못했다. 반면 민주노동당에 대해서는 처음부터 노사관계 로드맵 규탄 발언을 정책연대 포함 ‘조건’으로 내걸어, 결과적으로 권영길 후보의 투표 참여가 무산됐다. 한국노총의 한 조합원은 “중앙정치위원들 중에 한나라당 당적을 가졌던 사람들이 있는 등 보수적인 색채가 강했기 때문에 이런 결정이 내려진 것”이라고 꼬집었다. 중앙정치위원 40여명 가운데 한국노총 사무총장이 한나라당 노동위원회 위원장직에 있는 등 논란이 일자, 지난 7월 한나라당과 민주당 등 당적을 갖고 있는 중앙정치위원 7명이 당적을 버렸다.

한국노총의 ‘반노동자’적인 행보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라는 지적도 있다. 한국노총은 1987년 호헌 지지 성명을 발표했고, 2002년 대선에선 16개 산별연맹 위원장들이 당시 가장 보수적으로 평가받았던 이회창 후보 지지를 선언했던 전례가 있다.

이날 한국노총 홈페이지에는 “한국노총 조합원이라는 것이 부끄럽다”, “어용노조로 돌아가려는 거냐”는 등 200여건의 항의글이 빗발쳤다. 항의글 중에는 “조합원 88만명 가운데 고작 9만여명의 투표로 이명박 후보를 지지했으니 10만명이 서명해 정책연대를 철회시키자”는 제안도 있었다. 한국노총 내 ‘민주노동당 당원협의회(준)’도 성명을 내어 “지난 10년간 어용노조의 굴레를 벗어던지려고 몸부림쳤던 역사마저 내동댕이쳐 버린 한국노총 현 지도부는 전원 사퇴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편, 민주노총은 이날 성명서를 내어 “이명박 후보 지지 선언은 힘 있는 자에게 아첨해 ‘떡고물이라도 주워 먹어 보자’는 기회주의적 술수에 불과하며, 노동자 조직의 정체성을 부정하는 행위”라며 “한국노총은 비정규 노동자의 희생으로 기업 성장을 추구하는 이 후보와의 정책연대를 즉각 철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황예랑 기자 yrcom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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