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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국회·정당

‘유승민 갈등’…친박 지도부 “자진사퇴”-재선 20명은 “반대”

등록 2015-06-29 22:19수정 2015-06-29 22:56

청와대와 친박근혜계 의원들의 거센 사퇴 압박을 받고 있는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29일 오전 경기도 평택시 평택상공회의소에서 현장최고위원회의를 한 뒤 제2연평해전 기념식장으로 가는 당 버스에 올라 무거운 표정으로 넥타이를 매고 있다.    평택/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청와대와 친박근혜계 의원들의 거센 사퇴 압박을 받고 있는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29일 오전 경기도 평택시 평택상공회의소에서 현장최고위원회의를 한 뒤 제2연평해전 기념식장으로 가는 당 버스에 올라 무거운 표정으로 넥타이를 매고 있다. 평택/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국회법 사태, 유승민 책임져야”
새누리 최고위 ‘사퇴 촉구’ 뜻모아
서청원 “김무성 대표도 동의해”
유승민은 “더 생각해보겠다”
“일방 결정 안된다” 재선 성명서
새누리당이 29일 오후 긴급 최고위원회를 열어 유승민 원내대표의 자진 사퇴를 촉구하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다. 김무성 당대표도 같은 뜻을 밝힌 것으로 알려져 유승민 원내대표의 선택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다만 비박근혜계(비박) 의원들이 최고위원 및 친박근혜계(친박) 의원들의 ‘유승민 흔들기’에 맞서면서, 유 원내대표 문제가 여당 내 권력지형 변화로 이어질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김무성 대표는 최고위 뒤 브리핑을 열어 “최고위원 중에는 (국회법 파동에 대한) 책임을 누군가 져야 하고 그 책임을 유 원내대표가 지는 것이 좋다, 당을 위해 희생과 결단을 바란다는 얘기가 있었다”며 “몇 분은 그래도 좀 시간을 줘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고 전했다. 김 대표는 “모두가 각자의 의견을 충분히 얘기한 것을 유 원내대표가 잘 경청했고 고민하겠다는 것으로 얘기를 끝냈다”고 밝혔다. 박근혜 대통령이 유 원내대표를 사실상 ‘불신임’한 만큼, 원만한 당-청 관계 회복을 위해선 유 원내대표가 물러나야 한다는 주장이다. 비공개로 열린 이날 회의에선 친박계의 좌장인 서청원 최고위원을 비롯해 이인제·이정현·김태호 최고위원이 사퇴를 강력히 요구했다. 서 최고위원은 이날 회의 뒤 기자들과 만나 “김무성 대표 본인도 종국적으로 그런 방향(사퇴)으로 가는 게 어떻겠느냐고 했다”고 전했다.

유 원내대표는 회의 뒤 “최고위원님들 말씀을 잘 들었고, 경청했고, 더 생각해보겠다고 말씀드렸다”며 즉답을 피했다. 유 원내대표 쪽은 최고위 요구와 관계없이 원내대표직을 계속 수행한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유 원내대표는 앞서 이날 오전 경기도 평택에서 열린 현장최고위원회에서 평택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예산 지원을 약속하는 등 일상업무를 이어갔다. 한 측근은 “최고위 결론은 이미 예상했던 상황이다. (유 원내대표의) 결정에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김무성 대표까지 ‘사퇴 불가피’를 밝힌 상황이라, 거취를 고심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유 원내대표의 사퇴 여부가 당내 최대 현안으로 떠오르면서 논란은 계속될 전망이다. 특히 비박계 의원들이 친박계 의원들의 행태를 강하게 비판하고 나서면서 ‘유승민 대 박근혜’ 구도가 ‘친박 대 비박’, ‘수구보수 대 개혁보수’의 세력 대결로 비화될 조짐도 보이고 있다. 새누리당 재선 의원 20명은 이날 오전 긴급모임 뒤 성명을 내어 “원내대표는 당헌에 따라 의총을 통해 선출됐고, 최근 당-청 갈등 해소에 대한 약속도 있었다”며 “이런 민주적 절차를 통해 결정된 것을 의원들의 총의를 묻지 않은 채 최고위원회가 일방적으로 결정해서는 안 된다”고 반기를 들었다. 이들은 또 “의총 결과를 무색하게 하면서 원내대표 사퇴를 주장해 당내 분란이 확산하고 있다”며 친박 최고위원들을 ‘분란의 진원’으로 지목하기도 했다. 3선 이상의 비박계 중진 의원들도 이날 직간접적으로 접촉하며 문제의식을 공유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일부 중진 의원은 유 원내대표 사퇴를 막아야 한다는 취지로 의원들을 상대로 물밑 설득작업에 나서기도 했다. 한 중진 의원은 “중진들끼리 연락하며 ‘가만히 있을 수 없지 않으냐’는 얘기를 나누고 있다”며 “당내 상황에 따라 공개발언 여부를 검토중”이라고 말했다.

당내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비박계 의원들의 이런 움직임은 유 원내대표 사퇴가 개인의 거취 문제를 넘어 개별 헌법기관인 국회의원과 입법부 전체의 명예 문제로 확대됐다는 판단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국회의원들이 선출한 원내대표가 대통령 한마디에 물러나는 것은 시대착오적이라는 주장이다. 동시에 중부담-중복지 등 ‘개혁보수’의 아이콘인 유 원내대표가 사퇴할 경우, 내년 총선을 치르기 어려울 것이라는 현실적인 판단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친박 의원을 중심으로 ‘박근혜 친정 지도부’가 들어서게 되면 ‘수구보수’, ‘영남 패권주의’ 등 과거로 회귀할 것이라는 우려에서다.

의원총회를 열어 유 원내대표 사퇴를 요구하겠다던 친박 의원들은 일단 ‘지켜보겠다’는 태도로 돌아섰다. 김태흠 의원은 이날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이제 공은 유승민 원내대표에게 넘어갔다. 최고위원들이 유 원내대표에게 ‘명예’를 지킬 시간을 준 만큼, 본인이 적절한 시기에 입장을 표명해야 할 것”이라며 “버티는 시간이 길어지면 고집부리는 모습으로 비칠 수 있다”고 말했다.

서복경 서강대 현대정치연구소 연구위원은 “이번 사태의 핵심은 행정부의 수장이 입법부의 권위를 인정하지 않는다는 데 있다”며 “이번 사태가 집권 여당과 대통령의 관계 설정의 변곡점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혜정 기자 id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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