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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국방·북한

군, 수사심의위 방패 삼아 성추행 사건에 ‘제식구 감싸기’

등록 2021-06-24 16:05수정 2021-06-29 16:47

수사심의위 이틀 연속 ‘마라톤 회의’했지만
의결된 내용은 1차 가해자 기소 등 뻔한 내용
2차 가해, 부실 수사 등 핵심 쟁점도 못 가려
서욱 국방장관이 지난 9일 국회 국방위원회에 출석해 성추행 사건과 관련해 현안보고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욱 국방장관이 지난 9일 국회 국방위원회에 출석해 성추행 사건과 관련해 현안보고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공군 성추행 사건을 수사 중인 군이 민간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군 검찰 수사심의위원회(이하 수사심의위·위원장 전 김소영 대법관)를 꾸려 엄정한 수사를 약속했지만, 군 경찰의 부실수사 등을 확인하고도 미온적 대응에 그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수사심의위원회가 국방부의 소극적 대응에 정당성을 부여하는 ‘들러리’ 역할에 머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군내에서 성추행을 당한 뒤 ‘극단적 선택’에 내몰린 이아무개 공군 중사 사건이 지난달 31일 언론을 통해 처음 공개된 뒤, 여론의 관심은 국방부와 군이 이번 비극을 계기로 군의 오랜 병폐인 성범죄의 ‘은 폐·축소·왜곡 관행’과 결별할 수 있을지에 집중됐다. ‘중은 절대 제 머리를 못 깎는다’는 뿌리 깊은 사회적 통념을 뒤집고, 이 사건을 엄정하게 수사해 잘못을 저지른 이들에게 합당한 처분을 내려주길 기대한 것이다. 서욱 국방부 장관은 사건이 공개된 다음날인 1일 “특별수사단이라도 꾸려 신속하고 엄정하게 사실을 규명하라”고 지시했고, 이성용 공군참모총장은 4일 ‘지휘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명했다.

국방부는 군 수사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를 회복하겠다는 명분으로 시민단체·학계·법조계·언론계 등 민간 전문가들로 수사심의위를 구성하고 지난 11일 첫 회의를 열었다. 수사심의위는 18일 2차 회의에선 오후 3시부터 밤 11시20분까지 8시간 넘는 마라톤 회의를 진행하기도 했다. 이에 수사심의위가 이번 사건의 세 가지 핵심 쟁점인 ①1차 가해(성추행) ②2차 가해 ③부실 수사 등에 대해 명확한 수사 원칙을 밝히고, 과감하고 신속한 결론을 내놓지 않을까 기대가 모였다.

하지만, 이날 밤 11시29분에 공개된 보도자료를 보면, 의결 내용은 이번 사건의 1차 가해자인 장아무개 중사를 기소하고, 가해가 이뤄진 차량을 운전하고 있던 하사는 불기소한다는 내용뿐이었다. 국민적 관심이 집중된 2차 가해나 부실 수사에 대해선 의미 있는 결정이 내려지지 않았다.

다시 나흘 뒤인 22일 열린 3차 회의도 오후 2시부터 자정까지 10시간 동인 이뤄졌다. 하지만 이날도 1년 전 별도 자리에서 이 중사를 강제추행한 혐의를 받고 있는 전 상관을 기소한다는 결정이 내려졌을 뿐이다. 이 중사가 옮겨간 제15특수임무비행단에서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를 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는 두 상급자에 대해선 “논의 끝에 추가 수사 후 의결하기로 했다”며 결론을 미뤘다.

수사심의위가 ‘헛바퀴’만 돌리는 것처럼 보이는 가장 큰 이유는 심의 안건을 제출하는 국방부가 ‘미온적 태도’를 보이기 때문으로 보인다. 국방부 조사본부 당국자는 지난 23일 브리핑에서 이 사건을 처음 수사한 제20전투비행단 군사경찰의 부실 수사 의혹과 관련해 “직무를 소홀히 한 부분이 일부 확인됐다”면서도 “고의성이 입증되지 않아 이 부분을 가지고 입건해 형사처벌할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가해자인 장 중사가 피해자인 이 중사에게 두 차례나 “죽어버리겠다”는 내용의 협박 문자를 보낸 것에 대해서도 공군 군사경찰은 이를 “사과로 인식했던 것 같다”고도 밝혔다.

국방부 당국자들은 23일 기자 간담회에서 안이한 대응을 지적하는 질문이 쏟아지자 ‘수사심의위 의결’을 방패막이 삼아 빠져나가려는 모습을 자주 연출했다. 2009년부터 군의 사건 대응을 지켜봐온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은 “군 수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것으로 본다”며 실체적 진실 규명을 위해선 “특별검사를 임명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길윤형 기자 charis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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