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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국방·북한

‘평시 군사법원 폐지’ 놓고 국방부-민관군합동위원회 ‘진통’

등록 2021-08-23 16:26수정 2023-11-17 18:14

국방부, ‘평시 군사법원 폐지’ 결의 국회 누락보고
위원 2명 “국방부 개혁 의지 의심” 전격 사의표명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6월6일 오전 현충일 추념식 행사를 마친 뒤 경기도 성남 국군수도병원에 마련된 이아무개 공군 부사관의 추모소를 찾아 고인의 영정에 헌화한 뒤 묵념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6월6일 오전 현충일 추념식 행사를 마친 뒤 경기도 성남 국군수도병원에 마련된 이아무개 공군 부사관의 추모소를 찾아 고인의 영정에 헌화한 뒤 묵념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국방부가 군내 성폭력 등 심각한 인권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지난 6월 말 꾸린 ‘민관군 합동위원회’(이하 합동위)가 군사법원법 개정 등 핵심 현안을 둘러싸고 위원들이 사퇴가 이어지는 등 심각한 내홍을 겪고 있다. 국방부는 합동위 분과위가 지난 18일 의결한 평시 군사법원법 폐지 등을 내용을 국회에 왜곡 보고한 것으로 드러나 군 사법제도 개혁에 저항하려 한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김종대 합동위 군사법제도 개선 분과(4분과) 위원장은 23일 입장문을 내 “일부 언론 보도와 같이 분과는 18일에 평시 군사법원 폐지를 골자로 한 군 사법제도 개선안을 의결”했지만, “국방부의 20일 국회 보고자료는 마치 분과위가 군사법원 존치를 주장하는 것으로 활동 취지를 상당히 곡해한 것으로 판단된다”며 국방부를 강하게 비난했다. 김 위원장의 설명대로 합동위 4분과는 지난 18일 군 사법개혁의 핵심 쟁점인 ‘평시 군사법원 폐지’와 관련해 “폐지한다”고 의결했지만, 국방부는 이날 기자단에게 결의 내용은 물론 분과위 개최 사실도 알리지 않았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20일 국회 보고에선 합동위 4분과에서 ‘평시 군사법원’ 문제에 대해 “폐지될 경우 우려 사항에 대한 검토”가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합동위 4분과가 이미 ‘폐지’로 결론을 내린 평시 군사법원 문제와 관련해 폐지 의견에 대해 부정적인 논의가 이뤄진 것처럼 내용을 비틀어 국회에 보고한 것이다. 다만, 분과위 결의가 합동위의 정식 권고로 효력을 가지려면 25일 열리는 전체회의에서 의결이 이뤄져야 한다.

국방부의 왜곡 보도 사실이 알려지자 4분과 위원 2명이 21일 밤 사의를 밝히는 등 크게 반발했다. 이날 사의의 뜻을 전한 한 위원은 <한겨레>와 통화에서 “18일 분과위에서 평시에 군사법원을 폐지하자고 결의가 이뤄졌지만, 논의만 됐다는 식으로 제대로 보도되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국방부에게) 군 사법제도 개혁에 대한 의지가 있는가라는 회의가 들었고, 과연 내가 (위원으로) 기여할 수 있느냐는 의문이 들어 사의 뜻을 밝혔다”고 말했다. 합동위가 가동한 지 채 두 달이 못 되지만, 그동안 여러 이유로 국방부의 개혁 의지에 의심을 품고 사퇴 의사를 밝힌 위원은 총 6명에 이른다.

현재 국회 논의가 진행 중인 군 사법제도 개혁과 관련해 ‘평시 군사법원 폐지’는 개혁안의 핵심으로 꼽힌다. 실제 지난해 6월까지 군 형사사건의 내용을 보면, 87.3%가 교통·폭력·성범죄 등 군의 특수성과 무관한 일반 범죄임을 알 수 있다. 군사기밀보호법, 군형법 위반 등 소위 ‘순수한’ 군사 범죄 비율은 12.7%에 그쳤다. 하지만, 군은 분과위 토론 과정에서 국방부의 안에도 반대한다며 ‘현행 제도를 유지해야 한다’는 강경한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5월 말 성추행 피해를 당한 뒤 ‘극단적 선택’에 내몰린 공군 부사관 이아무개씨 사건이 발생한 뒤 국회엔 23일 현재까지 총 7개의 법안이 앞다퉈 발의된 상태다. 이 가운데 2개 법안이 평시 군사법원을 폐지한다는 내용(권은희·소병철 의원)을 담고 있다. 그밖에 “군에 성폭력 전담 재판부를 설치하자”는 안(이수진·동작을) “군인이 성범죄를 일으켰을 때는 민간 법원에서 재판받도록 하자”는 안(박주민·김미애) “군사법원의 재판권을 군사기밀 등 국가보안과 직접 연관되는 범죄에 한정하자”는 안(김진표) 등 다양한 법안이 제출됐다. 이에 맞서는 국방부 안은 현재 1·2심을 담당해 온 군사법원의 역할을 평시엔 1심만으로 제한한다는 내용이다. 국방부 안에 비해 현재 발의된 의원들의 법안 대부분이 군의 자체 재판권을 크게 제약하는 내용이다.

시민사회단체들은 이날 성명문을 내어 국방부의 행태를 강하게 비난했다. 군인권센터와 참여연대 등 4개 단체는 “국방부는 이번에도 군사법체계를 지키기 위해 사활을 걸고 있다. 국방부와 각 군의 법무관들 이 국회의원들을 찾아다니며 군사법체계 존치를 위해 읍소하고 있다는 소식도 들려온다”며 “군사법원 폐지와 군검찰 기소권 및 수사권, 군사경찰 수사권의 완전한 민간 이관이 군사법체계 개혁의 원칙임을 다시 한 번 천명한다”고 밝혔다.

국방부는 이런 비판에 대해 사실과 다르다고 해명했다. 국방부 당국자는 “군 내에서도 군 기밀과 관계없는 일반 범죄는 민간에서 재판권을 행사하도록 한다는데 큰 이견이 없다”며 “합동위 권고가 효력을 발휘하려면 전체회의 의결을 거쳐야 해 이를 보고하지 않은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김종대 분과위 위원장은 <한겨레>와 통화에서 “25일 전체회의에서 평시 군사법원 폐지 결의가 이뤄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만 말했다.

길윤형 기자 charis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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