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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 성범죄 수사도 검·경 이첩…은폐구조 여전 신뢰 회복은 ‘먼 길’

등록 2021-08-24 22:02수정 2021-08-25 02:11

군사법원법 개정안 의미와 한계
남성 상사에게 성추행 피해를 당했다는 신고를 한 뒤 숙소에서 숨진 채 발견된 해군 여성 중사의 빈소가 마련된 대전 유성구 국군대전병원 앞에 전군 성폭력 예방 특별강조 기간을 알리는 펼침막이 걸려 있다. 대전/연합뉴스
남성 상사에게 성추행 피해를 당했다는 신고를 한 뒤 숙소에서 숨진 채 발견된 해군 여성 중사의 빈소가 마련된 대전 유성구 국군대전병원 앞에 전군 성폭력 예방 특별강조 기간을 알리는 펼침막이 걸려 있다. 대전/연합뉴스

24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 제1소위원회를 통과한 ‘군사법원법 개정안’에서 가장 큰 진전은 국민적 공분의 대상이었던 군내 성범죄를 1심부터 군이 아닌 민간 수사기관과 법원이 담당할 수 있게 됐다는 점이다.

이번 개정안은 그동안 수사와 기소를 독점한데다 공정성을 의심받아온 군 사법기관의 권한을 최소한 군내 성범죄에 대해서는 1심부터 민간에서 수사와 재판을 할 수 있고, 다른 일반범죄에 대해서도 2심부터는 민간법원에서 재판을 진행하도록 했다는 점에서 군 사법 개혁의 첫걸음을 뗐다고 볼 수도 있다. 그러나 시민단체 등에서 요구하는 ‘평시 군사법원 폐지’ 등에까지는 여전히 이르지 못한 수준이다.

그동안 군내 성범죄는 늘 은폐·축소 수사 의혹 및 2차 가해 논란이 끊이지 않았고, 군사법원 판결도 의구심을 빚을 때가 많았다. 올해 들어 5월22일 공군 이아무개 중사, 그리고 지난 12일 해군 ㄱ중사가 성추행 피해 뒤 군의 축소·은폐 시도 및 2차 가해로 정신적 피해를 겪다가 숨진 비극이 이어졌다. 두 사건에 대한 여론이 극도로 악화되자, 성범죄에 대한 군의 수사와 재판권을 이번에 민간으로 회수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번 개정안은 지난해 7월 국방부가 제출한 정부안과 지난 5월 성추행 피해를 입은 이아무개 공군 중사가 숨진 이후 국회에 제출된 8개 의원 입법안을 ‘절충’한 것으로 평가된다. 국방부가 국회에 제출한 정부안은 1심 군사법원을 국방부 장관 소속으로 설치하고, 고등군사법원을 폐지해 민간법원에서 항소심을 담당하는 내용으로 이전보다는 진일보한 것이었다. 그러나 이 중사 사건 등 잇따른 군내 성범죄 사건의 영향으로 의원 입법안 절충을 통해 ‘성범죄’에 한해서는 1심부터 민간법원에서 담당하도록 수정된 것이다.

※ 이미지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이번 개정안이 몰고 온 또 다른 변화는 평시 군사재판 결과에 대한 군 지휘관의 재량권을 크게 제한한 점이다. 국회는 이번 개정안을 통해 1948년 7월 국방경비법 시절부터 유지돼온 평시 관할관(국방장관 등 지휘관이 법원장을 맡는 것)과 심판관(판사의 자격이 없는 장교가 재판관으로 참여하는 것) 제도를 폐지했다. 평시 관할관 제도가 사라지면서, 관할관에게 부여되던 ‘확인 조치권’도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 확인 조치권이란 관할관이 “형이 과중하다고 인정할 만한 사유가 있을 때 선고된 형의 3분의 1 미만의 범위에서 그 형을 감경할 수 있게” 하는 제도를 뜻한다. 이 제도로 인해 군사재판은 ‘원님 재판’이라는 비아냥과 함께 군 사법제도에 대한 불신이 가중돼왔다.

그러나 이번 법 개정을 통해 군 사법제도에 대한 국민적 불신이 완전히 해소될 것이라 기대하긴 힘들다. 상명하복이란 특수한 군 문화로 인해 성범죄 등을 은폐·왜곡·축소하려는 풍토가 여전하기 때문이다. 지난 6월10일 열린 국회 법사위 공청회에서 조수진·전주혜 의원(국민의힘) 등이 “군사법원법과 군내 성폭력 문제 등이 직접 관련된다고 보기 어렵고, 법을 개정한다고 이 문제를 근절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라고 지적한 것도 이 때문이다. 다만 “재판권이 군사법원에 있지 아니한 범죄를 인지한 경우 그 사건을 대검찰청,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또는 경찰청에 이첩하여야 한다”(228조3항)는 조항을 신설해 군 성범죄 수사를 1심부터 경찰이 담당할 수 있도록 해 ‘부실 수사’ 우려는 상당 부분 덜어냈다.

하지만 군인권센터 등 시민단체들과 국방부가 6월 말 만든 민관군 합동위원회 군 사법제도 개선분과는 평시 군사법원을 아예 폐지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실제로, 전체 군 관련 범죄에서 군사 관련 범죄의 비율은 입건 수를 기준으로 2017년 13.3%, 2018년 13.4%, 2019년 11.2%, 2020년 상반기 14%에 그쳤다. 나머지는 교통사고, 폭력범죄, 성범죄 등 일반범죄다. 김진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군사법원의 재판권은 물론 군검사·군사경찰의 수사 범위를 군형법상의 범죄 중 군사기밀 등 국가보안과 직접 연관되는 범죄에 한정해야 한다는 개정안을 제출했지만, 법사위 절충 과정에서 반영되지 못했다.

한편, 이번 개정에서는 의문사 의혹 등이 끊이지 않아 철저한 진상규명이 이뤄져야 하는 ‘군인 등의 사망 사건 관련 범죄’, 남성그룹 빅뱅의 멤버 승리(31·본명 이승현)의 사례와 같이 ‘군인 등이 신분 취득 전(입영 전)에 일으킨 범죄’에 대해선 1심부터 민간법정에서 판결을 내릴 수 있도록 했다.

길윤형 기자 charis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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