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층 위 올라가려면 남북 협의…
지난 회식 땐 북쪽이 한턱 냈죠”
지난 회식 땐 북쪽이 한턱 냈죠”
‘가깝고도 먼 동거 100여일….’
남북경제협력추진위원회(경추위)의 합의에 따라 지난해 10월28일 개소식을 했던 남북경제협력협의사무소(경협사무소)가 지난 4일로 100일을 맞았다. 경협사무소는 남북 직접 거래와 투자 활성화를 위한 상시적 협의 창구로, 분단 이후 처음으로 북한 땅에 들어선 당국의 상주 기관이다. 개성공단 안의 3층 건물에 남북이 각각 사무실을 두고 ‘따로 또 같이’ 일한다. 남쪽은 공무원과 민간기관 직원 등 15명이, 북한에서는 9명의 직원이 일한다.
한국무역협회 남북교역팀에서 일하다가 개성으로 파견된 전종찬(44) 대표도 경협사무소의 일꾼이다. 남쪽 기업들의 고충을 새겨 듣고 이들의 목소리를 반영하는 게 일이다. 그는 지난 16일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생일에 즈음해 남쪽으로 잠시 휴가를 나왔다.
“2층에 남쪽 사무실이 있고, 3층에 북쪽 사무실이 있습니다. 하루 5~6차례 오가는데, 그때마다 서로 연락관을 통해 사전 절차를 거쳐야 합니다. 양쪽을 잇는 전화는 연락관 앞에 딱 한 대가 있지요.” 한 층 위의 사무실을 올라가는데도 매번 남북간 협의가 필요하고 전화연결도 크게 자유롭지는 않은 셈이다.
전 대표는 “그래도 남과 북이 한 건물에서 동고동락하면서 민간 기업의 애로사항을 풀어주는 데 조금씩이라도 기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민간기업의 상업적 교역은 다양하다. 북한 고사리 수입 같은 일반무역과 의류 등의 위탁·가공은 물론, 아예 평화자동차 같은 남북 합영회사나 개성공단 투자 사례도 있다. 남북 총 교역규모는 지난해 연간 10억달러를 돌파했다.
대부분의 문제는 통행·통관·통신이 어려움을 겪는 ‘3통’의 장벽에서 비롯한다. 예컨대 기업들은 북한업체에 임가공을 맡긴 뒤 완성품을 받아볼 때까지 보통 마음을 졸이는 게 아니다. 생산 과정을 눈으로 확인하고 의견을 절충하기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당연히 클레임이 걸릴 상황도 벌어지지만, 북쪽 생산업체 책임자와 직접 만나는 것 자체가 어렵다.
경협사무소는 최근 이런 상담건을 접수해 지난달 말 남·북 당사자들이 개성에서 만나도록 주선했다. 사무소가 생기기 전엔 기업인들이 베이징·단둥에 주재하는 북쪽 당국을 찾아가야 했을 일이다. 전 대표는 “보통 거래에선 3주일이란 문제 해결 시간이 길어보이겠지만 그나마 많이 단축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남북 경협이 아직까지 쉽지 않음을 잘 보여준다.
하지만 경협사무소의 100여일은 가깝고도 먼 남북의 거리를 한발짝씩 좁혀가고 있다. 경협사무소 남북 직원들은 일주일에 한두차례 저녁 회식을 함께한다. 대개 목요일 저녁 때쯤 벌어지는 회식의 분위기는 많이 부드러워졌다. 남쪽 직원들이 북한 노래 ‘휘파람’을 부르기도 하고, 북한에서 ‘계몽기 가요’라고 부르는 해방 전 옛 노래 ‘눈물젖은 두만강’을 함께 부르기도 한다. “올해부터는 남북 직원들이 한달에 한번씩 생일 축하도 합니다. 이번달에는 북쪽 사무소에서 한 턱을 내 회식을 했어요.”
개성 경협사무소에서는 지난 100여일 동안 10여개 남쪽 기업이 참가하는 경협 상담회가 세차례 열렸다. 남북 경제인들이 직접 만나 사업을 타진하는 자리다. 전 대표는 “아직 타결 건수는 없다”면서도 “평양에서 오는 상담자들의 인력 풀이 확대되고 있음을 분명히 느낀다”고 말했다. 북한도 변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글 정세라, 사진 이정용 기자 seraj@hani.co.kr
개성 경협사무소에서는 지난 100여일 동안 10여개 남쪽 기업이 참가하는 경협 상담회가 세차례 열렸다. 남북 경제인들이 직접 만나 사업을 타진하는 자리다. 전 대표는 “아직 타결 건수는 없다”면서도 “평양에서 오는 상담자들의 인력 풀이 확대되고 있음을 분명히 느낀다”고 말했다. 북한도 변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글 정세라, 사진 이정용 기자 sera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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