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초대형 방사포 2발을 동해상으로 발사한 20일 오후 인천 강화도 양사면 강화평화전망대에서 바라본 황해도 개풍군 광덕면 일대에서 북한 주민들이 작업하는 모습이 보인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북한이 미국 B-1B 전략폭격기 등을 동원한 한-미 연합공중훈련(19일)에 반발하며 20일 단거리 탄도미사일 2발을 동해로 쐈다. 지난 18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5형’ 고각 발사로 미국을 겨냥한 지 이틀 만에 한국을 겨누며 ‘맞춤형 무력시위’를 이어간 것이다. 김여정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부부장은 이틀 연속 실명 담화를 내어 “태평양을 우리의 사격장으로 활용하는 빈도수는 미군의 행동 성격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3월 한-미 연합군사연습까지 한반도 긴장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중통)은 이날 “조선인민군 서부전선 장거리 포병부대 해당 방사포병 구분대가 아침 7시 600㎜ 초대형 방사포를 동원해 발사점으로부터 각각 계산된 395㎞와 337㎞의 가상 표적을 설정해 동해상으로 2발의 방사포탄을 사격했다”고 보도했다. 북한은 600㎜ 방사포를 두고 “우리 군대의 최신형 다연발 정밀공격무기체계로서 적의 작전비행장당 1문, 4발을 할당해둘 정도의 가공할 위력을 자랑하는 전술핵 공격수단”이라고 주장했다.
북한이 “초대형 방사포”라 부르는 600㎜ 방사포를 한·미 군 당국은 단거리 탄도미사일로 분류한다. 한국 합동참모본부는 북한이 이날 오전 7시께부터 7시11분께까지 평안남도 숙천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발사한 단거리 탄도미사일 2발을 포착했다고 밝혔다.
북한은 이날 “초대형 방사포” 발사가 전날 이뤄진 한-미 연합공중훈련에 대한 맞대응이자 남쪽 공군기지를 겨냥한 것이라고 밝혔다. <중통>은 “미국과 남조선 괴뢰들은 19일 전략폭격기 ‘비-1비’(B-1B)와 스텔스 전투기 ‘에프-35’(F-35) 등 10여대를 동원한 연합공중훈련을 또다시 벌려놓았다”며 “방사포탄 4발의 폭발 위력으로 적의 작전비행장 기능을 마비시킬 수 있게 초토화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북한이 밝힌 발사 거리대로라면 충북 청주와 오산, 전북 군산의 한, 미 공군기지가 사정거리에 들어간다. 이곳은 전날 한-미 연합공중훈련에 참가한 양국 공군 전투기가 이륙한 곳이다.
앞서 김정은 조선노동당 총비서 겸 국무위원장은 당중앙위 8기 6차 전원회의(2022년 12월26~31일) 폐회일에 한 “600㎜ 초대형 방사포 30문 증정식” 연설에서 “(초대형 방사포는) 남조선 전역을 사정권에 두고 전술핵 탑재까지 가능한 우리 무력의 핵심적인 공격형 무기”라고 밝혔다.
한·미 양국이 22~23일(현지시각) 미국에서 확장억제수단 운용연습(DSC TTX)을, 3월 중순부터 ‘2023 자유의 방패’ 연합연습을 예정한 가운데, 북한은 추가 무력시위를 거듭 예고했다.
김여정 부부장은 20일 <중통>에 발표한 담화에서 “최근 조선반도 지역에서 미국의 전략적 타격 수단들의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다”며 “우리 국가의 안전에 미치는 영향 관계를 따져보고 있으며 그 어떤 우려가 있다고 판단될 때 상응한 대응에 나설 것임을 다시금 기정사실화하려고 한다. 태평양을 우리의 사격장으로 활용하는 빈도수는 미군의 행동 성격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이는 김 부부장이 전날 담화에서 “적대적인 것에 매사 상응하고 매우 강력한 압도적 대응을 실시할 것”이라며 밝힌 ‘탄도미사일 추가 발사 예고’를 재확인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제훈 선임기자
nomad@hani.co.kr 김미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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