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동해상으로 기종이 확인되지 않은 탄도미사일을 발사한 20일 오전 서울역 대합실에 시민들이 관련 뉴스를 시청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동안 침묵해온 북한이 3월 대규모 한-미 연합군사훈련을 앞두고 무력시위에 나서고, 한·미가 맞대응하면서 한반도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윤석열 정부의 위기관리 능력도 다시 시험대에 오르게 됐다.
북한이 18일과 20일 각각 발사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초대형 방사포(단거리탄도미사일·SRBM)는 각각 전략핵과 전술핵 무기로 분류된다. 전략핵은 미국을, 전술핵은 남한을 겨냥한 것이다. <조선중앙통신>은 대륙간탄도미사일은 “적대세력에 대한 치명적인 핵반격 능력”을, 초대형 방사포는 “적의 작전 비행장 기능을 초토화할 수 있다”는 점을 과시하는 게 목적이라고 밝혔다.
앞서 북은 지난 17일 외무성 대변인 담화에서 한-미 연합군사훈련을 비난하며, “미국과 남조선이 훈련 구상을 이미 발표한 대로 실행에 옮긴다면, 전례 없는 강력한 대응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북은 담화 발표 다음날 대륙간탄도미사일인 ‘화성-15형’ 발사를 통해 이를 실행에 옮겼다. 한-미는 지난 19일 전략폭격기(B-1B) 등을 동원해 연합공중훈련으로 대응했고, 북한은 20일 다시 이를 빌미로 “초대형 방사포”를 발사했다.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부장은 20일 낸 담화에서 “정세를 격화시키는 특등 광신자들에게 그 대가를 치르게 할 의지에 변함이 없음을 다시 한번 확인한다”고 말했다. 긴장 고조의 책임이 한-미 연합훈련에 있으며, 연합훈련 상황에 따라 대륙간탄도미사일의 정상 각도 발사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발사 등 무력시위 수위를 끌어올릴 수 있다는 점을 내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윤석열 정부는 강대강 기조를 재확인했다. 대통령실은 이날 김성한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안보상황점검회의를 열었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대통령실 전체가 예의 주시하는 상황이다. 각 부처에서 합당한 조처를 취하고 있다”고 말했다. 외교부는 이날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과 대북 제재 회피에 기여했다면서 송원선박회사 등 기관 5곳과 개인 4명을 독자 제재 대상으로 추가 지정했다.
문제는 한반도가 남북, 북-미의 대화 부재 속에 긴장이 높아지는 전형적인 ‘안보 딜레마’ 상황에 빠져 있다는 점이다. 북한 무력시위→한-미 군사적 대응→북한 맞대응이라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힘에 의한 평화 구현’을 강조하는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도드라진 현상이다.
정부는 예정된 한-미 훈련을 바꿀 의사가 없다. 지난 18일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는 “한반도의 평화는 강력한 힘에 의해 유지된다”며 “22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 국방부 청사에서 진행할 한-미 확장억제수단 운용연습(DSC TTX)과 3월 중순 한-미 연합연습 및 실기동훈련(‘자유의 방패’ 훈련) 등을 통해 대응 능력을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구갑우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한반도 정세가 ‘나선형적 악순환’에 빠져 있어, 적어도 연합훈련이 종료되는 3월 말까지는 긴장이 고조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9·19 군사합의가 이미 절반쯤 무력화한 상태에서 우발적 충돌 방지가 중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김연철 전 통일부 장관(인제대 교수)는 “비무장지대 등 육상 접경지역뿐 아니라 서해와 동해 접경지역에서도 우발 충돌을 피하기 위한 위기관리가 절실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정인환 기자
inhwan@hani.co.kr 김미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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