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렁 빠져드는 남북협력
정부는 유엔 제재 결의가 있어도 금강산 관광은 중단할 경협 사업으로 보지 않았다. 하지만 금강산 사업은 지난 7월5일 미사일 발사 이래 심각한 타격을 입었다. 그런데 크리스토퍼 힐 차관보가 17일 서울에 와서 금강산 관광 사업을 정면으로 문제 삼았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자칫하면 금강산 사업이 유엔 제재 이래 첫 희생양이 될지 모르는 상황이 됐다.
힐 차관보의 발언을 보면 미국은 완전히 다른 시각을 드러내고 있다. 금강산 관광이 경제논리에서 시작된 게 아니라 “북한 정부 관계자들에게 돈을 주기 위해 만들어진 것 같다”는 것이다. 이는 2000년 남북 정상회담을 앞두고 이뤄진 대북 비밀 송금과 금강산 관광 등 현대가 대북 7대사업 독점권을 따내면서 지급한 5억달러 송금을 두고 하는 말로 보인다. 이런 인식은 부분적으로 틀린 얘기라 할 수 없다. 그러나 그 후 관광 대가 지급방식이 바뀌면서 금강산 사업의 성격이 순수 관광사업이 됐음에도 미국이 이런 시각을 드러내 한-미 사이에 이 문제를 둘러싼 논란이 예상된다.
유엔 제재결의가 나오면서 금강산 관광의 경우 관광대가로 지급하는 현금이 문제가 될 소지는 있었다. 그러나 유엔의 제재는 현금 제공 그 자체를 문제로 삼는 것이 아니라 북쪽 사업 파트너의 성격과 사업의 성격에 따라 제재의 대상이 되는 것이다. 따라서 1인당 당일 25달러, 1박은 35~50달러를 내는 북한에 대한 관광대가는 우리로 치면 국립공원 관람료와 비자 발급 비용이기 때문에 해당이 되지 않는다는 게 전문가들이나 정부의 판단이었다. 게다가 금강산 관광은 남북 화해협력의 상징이자 평화사업으로서 남북간 전략적 특수사업이라는 성격도 있다. 힐의 발언은 정부의 이런 판단과 배치되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이견은 현실의 쟁점으로 부각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금강산 사업이 시장의 힘으로 중단될 위기에 있기 때문이다. 현재도 겨우 명맥을 잇고 있는 상황에서 북한의 2차 핵실험으로 한반도의 긴장이 고조될 경우 관광객의 안전이 문제될 수밖에 없다. 정부가 안전을 고려해 통제하기 전에 관광객들 스스로 발길을 끊을 것이다. 7월5일 북한의 미사일 발사 등 지난 두달여 동안 금강산 관광은 2만여명의 예약 취소사태를 빚었다. 현대아산의 한 관계자는 이에 따른 순 현금 손실이 80억원에 이른다고 말했다. 더욱이 11월 관광객 예약 수준이 2천명에 불과하다. 이런 상태면 12월엔 문을 닫아야 할 판이라고 말했다.
강태호 기자 kankan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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