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남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아랫줄 오른쪽에서 두번째)이 당·군 간부들과 함께 8일 평양에서 북한 정권수립 60돌 전야제 행사에 참석했다. 평양/AP 교도 연합
건강이상설 증폭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9일 북한 정권 수립 60돌 행사 불참으로 그의 건강이상설이 다시 불거지고 있다.
북한은 관례상 끝자리 수가 5나 0인 이른바 ‘꺾어지는 해’에는 정권 수립 기념식 때 열병식을 했고, 이 행사에는 언제나 김 위원장이 참석해 왔다. 김 위원장은 1991년 12월 북한군 최고사령관에 취임한 뒤 92년 4월 군 창건 60돌 열병식, 98년 정권 수립 50돌, 2003년 정권 수립 55돌, 지난해 군 창건 70돌 열병식까지 모두 10차례 열병식에 빠짐없이 참석했다.
이런 관례에 비춰 볼 때 김 위원장의 이날 행사 불참은 매우 이례적이다. 이날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열린 노농적위대 열병식에는 김영춘 인민군 총참모장이 열병보고를 했으며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등이 참석했다. 게다가 김 위원장은 지난달 14일 제1319군부대 시찰 이후 일절 공개활동을 하지 않고 있어, 이날 행사 참석 여부가 큰 주목을 받아왔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한은 신년사 격인 새해 공동사설에서 정권 수립 60돌이 되는 올해를 ‘민족사적 경사의 해’로 규정하고 연초부터 행사 준비를 했는데, 김정일 위원장의 불참으로 건강이상설 등 여러 의혹이 증폭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다소 이르지만 ‘김정일 후계 구도’ 논의도 무성해질 것”이라며 “미국의 보수세력들이 북한 체제의 내구력에 회의를 품으면 북핵 문제 해결에도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유전적으로 김일성 주석의 사인이었던 심장질환과 당뇨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김 위원장은 지난해 5월 초 심근경색증으로 독일의 베를린심장센터 의료진을 북한으로 초청해 바이패스(관상동맥 우회) 시술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에이피>(AP)는 9일 이와 관련해 익명의 미 정보당국자를 인용해 “김 위원장에게 건강이상이 있는 것 같다”며 “뇌졸중일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이 당국자는 김 위원장의 건강이상이 최근 2주 사이 발생했을 것으로 추정된다며 “김 위원장이 여전히 통치능력이 있는지를 파악하는데는 면밀한 분석이 뒤따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김 위원장의 건강에 대해 속단하기는 이르다는 관측도 나온다. 김 위원장은 의료진의 권유에 따라 담배와 술을 절제하는 등 건강관리를 철저히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 10월 남북 정상회담 때 노무현 당시 대통령에게 자신의 심장질환 시술에 대한 언론 보도를 거론하며 “대통령께서 오셨는데 내가 환자도 아닌데 집에서 뻗치고 있을 필요가 없죠”라고 건강이상설을 일축한 바 있다.
김 위원장의 신상과 관련해 건강이상설이 나돈 것은 처음이 아니다. 과거 10여년 동안 사망설이 유포된 것만 해도 여러차례가 된다. 그러나 그때마다 김 위원장은 건재를 과시했다. 올해 들어서도 지난 5월 한 인터넷 매체가 “김 위원장이 26일 오후 7~8시쯤 평양과 안악군 사이 도로에서 피습돼 사망했다”고 보도한 적이 있다. 이런 사정을 감안하면 김 위원장의 건강이상설이 사실로 확인되기 까지는 시간이 좀더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권혁철 기자 nur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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