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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국방·북한

‘MD 무용론’ 밝힌 트럼프…한반도 사드 재검토되나

등록 2016-11-09 21:24수정 2016-11-10 00:06

[막오른 트럼프 시대] ① 한미동맹 재조정 직면
박근혜 대통령은 오늘 오후 청와대에서 미 대선 관련해 개최된 NSC 상임위원회 결과에 대해 보고 받았다. 이자리에서 박 대통령은 북핵 미사일 위협이 날로 고조되고 있는 엄중한 상황임을 감안해 인수위 단계부터 미 차기 행정부와의 협력 관계를 조기에 구축해 줄 것을 당부했다.청와대 제공
박근혜 대통령은 오늘 오후 청와대에서 미 대선 관련해 개최된 NSC 상임위원회 결과에 대해 보고 받았다. 이자리에서 박 대통령은 북핵 미사일 위협이 날로 고조되고 있는 엄중한 상황임을 감안해 인수위 단계부터 미 차기 행정부와의 협력 관계를 조기에 구축해 줄 것을 당부했다.청와대 제공

예상을 뒤엎고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가 9일 제45대 미국 대통령에 당선돼 한국-미국 외교안보 관계에 불확실성이 커졌다. 내년 초 트럼프 행정부가 등장한 이후 진행될 한·미 관계 재조정도 과거 어느 때보다 시끄럽고 요란할 가능성이 높다.

“정당한 지불 않으면 스스로 지켜야”
한국에 분담금 증가 압박 불보듯

사드 배치 속도조절 할 수도
원점으로 돌릴지는 전망 갈려

미군철수·핵무장 용인 가능성 희박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새누리당과의 당정협의회에서 “트럼프 후보는 그간 한·미동맹의 중요성을 언급해 왔다. 새 행정부에서도 한·미동맹 중시 정책 기조는 계속될 것”이라는 기대섞인 전망을 내놨다. 그러나 트럼프 당선자는 대선 과정에서 기존의 전통적인 한·미 관계와 다른 주장을 거침없이 쏟아내곤 해 앞으로 한·미 관계가 그렇게 간단하진 않으리라는 분석이 많다. 문정인 연세대 명예특임교수는 “트럼프는 세계의 대통령이 아니라 미국의 대통령, 즉 미국 우선주의로 가겠다는 것”이라며 “우리도 이제 미국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심리를 버리고 변화하는 안보 환경을 냉정하게 평가해, 한·미 관계와 남북관계를 재조정해야 할 필요가 높다”고 짚었다.

실제 트럼프 당선자는 주한미군의 주둔비를 한국이 더 내지 않으면 철군할 수 있다는 뜻도 내비쳤다. 지난 9월26일 1차 텔레비전 토론에선 “우리는 일본·독일·한국·사우디아라비아를 보호하는데, 그들은 돈을 내지 않는다. 정당한 몫을 지불하지 않으면 그들은 스스로 지켜야 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한국이 주한미군 주둔 분담금으로 매년 1조원 남짓한 돈을 내고 있지만, 트럼프 당선자는 이를 ‘푼돈’ 정도로 치부해 왔다.

트럼프 당선자는 한국의 핵무장 등도 용인할 수 있다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 지난 3월 <뉴욕타임스> 인터뷰에서 그는 한국의 핵무장에 대해 “언젠가 논의해야 할 문제다. 미국이 지금처럼 약해지는 길로 나아간다면 그들은 내가 그것을 언급하든 않든 핵무장을 하려 할 것”이라며 어쩔 수 없다는 듯 말한 바 있다. 지난 4월 유세 연설에서는 핵으로 무장한 북한과 주변국의 무력 충돌에 대해 “그들이 싸운다면 끔찍한 일이 될 것이다. 그러나 그들이 하겠다면 하는 것”이라며, 짐짓 무관심한 태도를 보였다. 이는 동맹국에 핵우산을 포함한 안보 제공을 통해 동맹국의 비핵화와 군사적 영향력 유지를 국가안보 이익으로 여겨온 미국의 전통적인 정책기조와 다른 것이다.

하지만 트럼프 당선자의 이런 도발적인 발언이 내년 취임 이후 실제 정책에 그대로 반영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 분석이다. 특히 주한미군 철수나 한국의 핵무장 용인 등은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대외전략 수립 과정에서 조정을 거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최강 아산정책연구원 부원장은 “1978년 지미 카터 대통령이 대선 공약으로 주한미군 철수를 내걸었으나 의회 등의 저항으로 포기한 사례가 있고, 핵무장 용인도 비확산 정책 포기를 뜻하는 것이어서 실행이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한국의 방위비 분담 증가 압력은 강화될 게 확실하다. 구갑우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한·미 동맹이 드디어 구조조정 시기에 들어서고 있다”며 “트럼프는 ‘비용 대비 효과’를 먼저 따지는 경영인 출신이다. 미국이 손해를 본다고 판단하면 전통적 동맹관계도 재조정하려 들 것”이라고 짚었다. 올해 한국의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은 9441억원으로 주둔 비용의 50% 남짓 된다. 분담금을 내기 시작한 1991년 1073억원에서 24년 만에 9배 남짓 늘어난 것이다. 그럼에도 트럼프 당선자는 지난 5월 <시엔엔> 인터뷰에서 한국이 50%를 부담한다는 지적에 “100%는 왜 안되냐”고 반문한 적이 있다. 이 말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면, 현재 분담금을 2배로 올려 2조원을 내라는 뜻이다. 미국이 분담금 대폭 증액을 압박한다면 한-미 간 긴장과 갈등이 불거질 수 있다.

한·미 양국 정부가 속도를 높여온 ‘주한미군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 배치’ 방침의 계속 추진 여부도 주목 대상이다. 트럼프 당선자는 7월 <뉴욕타임스> 인터뷰에서 북한의 미사일 위협에 대처할 미사일방어(MD)와 관련해 “(일본 등에 미사일 방어 시스템이) 오랫동안 존재했지만 실질적으로 쓸모없다”며 무용론을 주장했다. 하지만 새 행정부 출범 뒤 사드 배치 문제를 실제 재검토할지를 두곤 엇갈린 전망이 나온다. 문정인 연세대 명예특임교수는 “트럼프가 사드 배치와 관련해 속도 조절에 나설 수도 있다”고 말했다. 반면 전직 외교안보 분야 고위 관계자는 “엠디는 전통적으로 공화당의 의제”라며 “트럼프가 공화당을 아주 다른 당으로 만들지 않는 한 사드는 그냥 하려고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병수 이제훈 정인환 기자 su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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