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13일 서울 종로구 통의동 제20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브리핑룸에서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2차 내각 발표를 경청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의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 지명은 인수위 핵심 관계자 사이에서도 전혀 공유되지 않은 전격적인 인사였다. 직전 검찰총장이었던 윤 당선자는 ‘검찰수사권 복원’을 위해 자신의 최측근 검찰 인사를 내부 우려에도 법무부 장관에 지명한 것으로 보인다.
윤 당선자와 한 후보자는 대형 사건 수사 과정에서 호흡을 맞추면서 ‘이심전심’으로 통하는 사이다. 한 후보자는 13살 위인 윤 당선자를 ‘석열이 형’라고 부를 정도로 막역한 관계를 유지했다. 더불어민주당의 ‘검찰 수사권 분리’ 입법 움직임에 윤 당선자가 한 후보자를 내세우면서 전면전을 선택했다는 해석도 나온다. 실제로 한 후보자는 이날 ‘검찰 수사권 박탈’에 대한 의견을 묻자 “이 나라 상식적인 법조인, 언론인, 학계, 시민단체가 한목소리로 반대하고 있다. 법안 처리 시도는 반드시 저지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 후보자 ‘파격발탁’ 소식에 인수위 내부에서도 당황스러운 기색이 역력하다. 인수위 핵심 관계자는 이날 공식 발표 전 언론 보도를 통해 지명 소식이 전해지자 “한 검사장을 법무부 장관으로 임명한 게 맞냐”고 되물으며 “더 필요한 데 쓸 수 있는데 (왜 법무부 장관으로 기용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인수위 관계자는 “나도 전혀 모르다가 보도를 보고 알았다”고 했고 또 다른 인수위 관계자도 “한동훈 검사장 기용은 정말 이번엔 알 만한 고위층들도 전혀 몰랐고 장제원 실장 정도만 알았던 것 같다”고 전했다. “(한 후보자가) 유창한 영어 실력으로 다양한 국제 업무 경험도 가지고 있다”는 윤 당선자의 설명도 의아하다는 반응이 나온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영어실력이 왜 중요한지 모르겠다”고 했다.
논란이 계속되자 장제원 당선자 비서실장은 페이스북에 “한 후보자에게 칼을 거두고 펜을 쥐어준 것”이라는 글을 올리며 옹호에 나섰다. 장 실장은 “윤 당선자가 한 검사장을 무척 아낀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사사로운 인연이 아니라 그의 능력을 아끼는 것”이라며 “지난 20년간 검찰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범죄와의 전쟁이 아니라,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는 선진화된 형사사법 시스템을 만드는 설계자가 되기를 요구한 것이다. 수사지휘권이 없는 법무부 장관으로서 말이다”라고 덧붙였다.
한 후보자도 윤 당선자의 공약인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권 폐지’도 그대로 진행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 후보자는 “저도 박범계·추미애 장관 시절 수사지휘권 남용 사례가 얼마나 해악이 큰지 실감하고 있다”며 “제가 장관이 되더라도 구체적인 사건의 수사지휘권을 행사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법연수원 27기로 법무부 장관 후보자로 발탁된 게 ‘기수 파괴’라는 지적에 대해서도 “대한민국은 이미 20~30대 대표를 배출한 진취적인 나라”라며 “제가 거의 50살이 됐고 공직생활을 20년 넘게 했다. 이런 정도 경력을 가진 사람이 나이 때문에 장관직을 수행하지 못하는 건 아니라고 본다. 기수 문화는 국민 입장에서 철저히 지엽적인 것이고, 그동안 해온 경험 바탕으로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서영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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