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가 13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 담당 간사단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가 13일 자신의 검찰 내 최측근인 한동훈 사법연수원 부원장을 법무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하자 더불어민주당은 “공정이 아닌 공신을 챙기는 인사 테러”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전날 ‘검찰 수사권 분리’를 당론으로 채택한 민주당은 한 후보자 발탁을 명분 삼아 법안 처리에 더욱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 간사단 공개회의에서 “인사 참사 정도가 아니라 대국민 인사 테러”라며 “(윤 당선자는) 입만 열면 공정, 상식의 나라를 만든다고 했지만, 공정이 아닌 공신을 챙겼고 상식을 내팽개친 채 상상을 초월(한 인사를) 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대통령 권력을 내려놓겠다고 청와대 민정수석을 없앤다더니 한동훈 지명자로 하여금 법무장관이자 민정수석 역할까지 하게 하겠다는 뜻”이라며 “벌써 한동훈보다 별장 성 접대 사건의 김학의 전 차관이 차라리 낫겠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국민 통합 협치를 손톱만큼이라도 생각한다면 한동훈 후보자 지명을 즉각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국무총리 후보자 인사청문 특위 민주당 간사인 강병원 의원은 이날 회의 뒤 기자들과 만나 “감정적으로 복수심에 불타고 있는 한동훈 후보자를 지명했다는 건 윤 당선인이 후보 시절 얘기한 ‘정치보복’을 실질적으로 실현시켜줄 수 있는 철저한 대리자를 지명한 거 아니냐는 생각이 들 정도로 경악할 만한 인사”라고 말했다.
전날 정책의원총회를 통해 ‘검찰 수사권 분리’를 당론으로 채택한 민주당 안에선 이날 오전까지도 속도전에 대한 우려가 나왔지만, 윤 당선자가 한 후보자를 발탁하자 검찰개혁 움직임이 더욱 힘을 얻은 모양새다. 민주당 한 중진 의원은 “민주당 안에서 검찰개혁을 4월에 갑자기 추진하는 것에 ‘뜬금없다’거나 ‘방어용’이라는 얘기들이 나왔는데 이제 민주당의 선택이 고립되지 않을 수 있는 면이 생겼다”고 말했다. 당 관계자도 “원래대로라면 민주당이 수세에 몰려야 하는데 공격할 거리가 생겼다”며 “윤 당선자가 한동훈으로 승부수를 띄우면서 ‘검수완박’이라는 이슈를 첨탑의 끝에 올렸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한 후보자의 지명을 계기로 ‘검찰 수사-기소권 분리’ 법안을 4월 국회 안에 반드시 처리하겠다는 의지를 더욱 다지고 있다. 한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전면전이 예상된다. 민주당 지도부 관계자는 “검수완박을 반드시 처리해야 하는 명분이 생겼다”며 “이번 인사청문회의 관전포인트도 한동훈 후보자가 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여기에 화력을 집중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날 민주당의 검찰개혁 입법 당론 채택을 비판한 정의당은 이날은 “대통령은 칼잡이가 아니다”라며 윤 당선자의 한 후보자 발탁을 비판했다. 장태수 정의당 대변인은 “민주당의 검찰 수사권 분리에 맞서 싸울 전사를 선택한 것이 아닌지 의문”이라며 “만약 그렇다면 민생을 뒷받침하는 법질서 확립과 인권옹호, 그리고 정의의 실현을 감당할 법무부 장관을 기대한 시민들의 신의를 배신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법무부 장관 후보 지명은 대통령의 책임보다는 민주당과 전면전을 예고하는 검찰총장의 모습을 보여준 듯해서 대통령의 인사로서는 매우 유감”이라고 말했다.
송채경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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