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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정치일반

정호영 아들 ‘척추협착’, 의사 소견엔 없었던 진단명 갑자기 왜?

등록 2022-04-17 18:02수정 2022-04-17 21:26

‘척추협착’ 20대 남성의 0.13%만 해당
정형의학회 발행 서적 “50~60대에 증상 시작”
증상 비슷한 디스크, 현역 가능성
”경북대병원, 유리한 판정 정황”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가 17일 서울 중구 국립중앙의료원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최근 제기된 자녀 관련 의혹 등과 관련한 취재진의 질문에 기억을 되살리고 있다. 연합뉴스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가 17일 서울 중구 국립중앙의료원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최근 제기된 자녀 관련 의혹 등과 관련한 취재진의 질문에 기억을 되살리고 있다. 연합뉴스

2급 현역 판정을 받았다가 5년 뒤 4급 사회복무요원 소집 대상이 된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의 아들이 경북대병원 ‘병사용진단서’에서 받은 ‘척추협착’ 진단에 대해 의문이 증폭되고 있다. 척추협착은 20대 남성 중 0.13%에게 나타나는 드문 사례여서 “어떤 특혜도 없이 적법한 절차에 따라 공정하게 (병역 판정이) 이뤄졌다”는 정 후보자의 해명에도 의혹은 해소되지 않고 있다.

25년 경력의 정형외과 전문의이자 종합병원 병원장인 ㄱ씨는 17일 신현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입수한 정 후보자 아들의 2015년 4급 사회복무요원 판정 당시 병사용진단서와 경북대병원 외래재진기록, 영상의학판독보고서 등을 확인한 뒤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 많다”는 소견을 밝혔다.

ㄱ씨는 우선 ‘척추협착’이라는 진단명에 의구심이 든다며 “이 증상은 20대에서는 거의 나타나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실제 2020년 개정증보한 대한정형외과학회의 교과서 격인 <정형외과학> 제8판에 있는 ‘척추관협착증’ 내용을 보면, 척추관협착증은 ‘왜소증’으로 불리는 선천적인 질병이 있고 퇴행성으로 나타나는 후천적인 질병이 있는데 “후천성인 척추협착증은 그 증상이 50대와 60대에 시작된다”고 적혀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를 봐도, 정 후보자 아들이 4급 판정을 받은 2015년 ‘척추협착’으로 진료를 받은 20대 남성은 4567명에 불과하다. 같은 해 20대 남성 인구 361만6664명의 0.13%에 불과한 증상이 공교롭게도 정씨에게 나타난 것이다. 척추협착의 실제 증상은 이른바 허리디스크로 일컫는 추간판탈출증에 해당하는데 경북대병원이 보다 드물게 나타나면서 동시에 더 심각한 질병인 척추협착으로 진단해 병무심사에서 유리하게 판정받도록 배려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경미한 추간판탈출증은 현역으로 판정되는 경우가 많다. 2015년 당시 정 후보자는 경북대병원 진료처장(부원장)이었다.

ㄱ씨는 또 “병사용진단서를 보면, ‘증상 및 병에 대한 소견’에는 ‘상기환자 요추 5~6번 추간판탈출증으로 진단 후 외래 경과관찰 중’이라고 써놓고 진단명에는 ‘(주)척추협착’이라고 쓴 이유가 이해되지 않는다”며 “외래재진기록과 영상의학판독보고서 등을 보면, 정씨에게 증상은 있긴 하지만 심하진 않아서 별로 문제가 되지 않는 수준으로 보이는데, (경북대병원 쪽이) 병무심사에서 유리하게 판정을 받게 해준 정황이 있다”고 주장했다. 요추는 5번까지 있는데 병사용진단서에 ‘5~6번’으로 적힌 점도 미심쩍다고 했다. 그는 “요추는 5번까지밖에 없고 그다음은 천추 1번으로 이어진다”며 “실수라고, 선의로 생각할 수도 있지만, 허술하게 적힌 부분이 잘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했다.

대한정형외과학회가 2020년 펴낸 &lt;정형외과학&gt; 제8판 갈무리. ㄱ씨 제공
대한정형외과학회가 2020년 펴낸 <정형외과학> 제8판 갈무리. ㄱ씨 제공

이 진단서가 발급된 2015년 2학기에 정씨는 ‘척추협착’ 증상에도 경북대 전자공학부에서 6과목(19학점)을 수강했고, 같은 해 10월1일~12월31일엔 석달동안 ‘경북대 유(U)-헬스케어 융합네트워크연구센터’에서 매주 40시간씩 학생연구원으로 근무했다고 주장했다. 특히 정씨는 2015년 1월 19∼23일, 2016년 1월 11∼15일, 7월25∼29일엔 경북대병원에서 환자 이송지원 물품 정리, 환자 검사실 안내 업무지원, 환자 이송 업무지원 등 봉사활동을 하기도 했다.

정 후보자는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아들은 2013년 9월 왼쪽 다리가 불편해서 경북대병원에서 엠아르아이(MRI·자기공명영상촬영)를 해보니 척추협착증 소견이 나왔다”고 말했다. 하지만 아들은 1년9개월 동안 병원을 방문하지 않다가 2015년 10월25일에야 다시 경북대병원을 찾아가 병사용 진단서를 발급받았다. 정 후보자는 “병무청 지정병원인 경북대병원에서 엠아르아이를 했고, 이때 받은 척추질환 진단서를 가지고 신체검사장으로 갔으나 병역판정 검사의사가 정확한 판정을 위해 현장에서 다시 시티(CT·컴퓨터단층촬영)를 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판정의사가 시티 결과를 직접 확인하고 4급으로 판정했다”며 “서로 다른 세 명의 의사가 진단했다. 어떤 특혜도 없었고 엄격한 절차에 따라 공정하게 이뤄진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 후보자는 ‘척추협착’ 증상이 있는데도 경북대병원에서 환자 이송 업무지원 등 봉사활동을 한 것에 대해서는 “환자 침대이송 같은 힘든 일은 별도의 병원 이송팀이 담당하는 것으로, 자원봉사와 상관이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신현영 의원은 이날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병역 신체검사 과정에서 척추협착 진단으로 인한 4급 사회복무요원 판정에 대한 의혹이 해명 기자회견 뒤에도 여전히 해소되지 않았다”며 “척추협착과 관련된 엠아르아이와 시티 등 영상 공개와 진단 의사들에 대한 명확한 설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재훈 기자 nang@hani.co.kr 심우삼 기자 wu3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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