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가 자녀들의 경북대 의대 편입과정과 관련한 의혹 등을 설명하기 위해 17일 오후 서울 중구 국립중앙의료원 대강당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윤운식 선임기자 yws@hani.co.kr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가 17일 딸·아들의 경북대 의대 편입과 아들 병역 의혹과 관련해 “부정행위가 없었다”고 정면으로 반박했지만 논란은 누그러들지 않고 있다. 일반전형에 불합격했던 아들이 경북대 의대에 지역인재 특별전형(경북 지역 고교·대학 졸업자)이 도입된 첫해에 합격한 경위에 대한 의혹이 여전한데다
병사용 진단서(병무진단서)에 적힌 진단명이 과장돼 보인다는 지적이 나와 진상규명을 위한 수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까지 나온다.
정 후보자는 이날 서울 중구 국립중앙의료원 강당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아들의 병역 판정 신체검사가 2급 현역(2010년)에서 4급 보충역(2015년)으로 바뀌는 데 경북대병원에서 발급한 병사용 진단서가 활용된 과정을 설명했다. 2013년 9월 왼쪽 다리가 불편해 경북대병원에서 엠아르아이(MRI·자기공명영상)를 찍었더니 척추협착증 소견이 나왔고, 2015년 10월 추가로 엠아르아이 검사를 받고 진단서를 받았다는 것이다. 정 후보자는 “병무청의 시티(CT) 검사를 포함해 서로 다른 세명의 의사가 진단을 한 것으로 엄격한 절차에 의해 공정하게 판정한 결과”라고 강조했다. 또 “국회에서 의료기관을 지정해주면 (아들이) 검사와 진단을 다시 받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정 후보자 아들은 병사용 진단서를 발급받기 전까지 1년9개월 동안 병원을 다니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또 진단서에는 ‘추간판탈출증’과 ‘척추협착’이 모두 나온다는 점도 드러났다. 25년 경력의 정형외과 전문의이자 종합병원 병원장인 ㄱ씨는 신현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입수한 아들의 진단 기록 등을 검토했다. 그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증상 및 병에 대한 소견’에는 ‘상기환자 요추 5~6번 추간판탈출증으로 진단 후 외래 경과관찰 중’이라고, 진단명에는 ‘(주)척추협착’이라고 써 있는데 그 이유가 이해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2015년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를 보면 척추협착은 20대 남성 인구의 0.13%한테만 나타나는 드문 질병이다. 경북대병원이 이른바 ‘디스크’라고 불리는 추간판탈출증보다 더 심각한 질병인 척추협착으로 진단해 병무심사에서 유리하게 판정받도록 배려한 게 아니냐는 의심이 나온다. 경미한 추간판탈출증은 현역으로 판정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ㄱ씨는 “(경북대병원 쪽이) 병무심사에서 유리하게 판정을 받게 해준 정황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이 진단서가 발급된 2015년 2학기에 아들은 경북대 전자공학부에서 6과목(19학점)을 수강했고, 같은 해 10~12월엔 매주 40시간씩 학생연구원으로 근무했다. 2015년, 2016년에는 경북대병원에서 환자 이송 업무 지원 등 봉사활동을 하기도 했다.
경북대가 지역인재 특별전형을 2018년 도입하는 과정에 정 후보자의 관여가 없었는지도 확인해야 할 대목이다. 아들은 2017년 경북대 의대 편입 일반전형으로 지원했지만 불합격했다. 이듬해인 2018년, 정 후보자가 경북대병원장일 때 신설된 지역인재 특별전형을 통해 합격했다. 정 후보자도 “(1년 사이 아들의) 객관적인 스펙이 달라진 건 없었다”고 인정했다. 다만 “(지역인재) 특별전형은 교육부 권고사항이었다. 대구시에서 간곡하게 요청해 (2018년에) 생긴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 밖에도 경북대 의대 편입 과정에서 정 후보자와 인연이 있는 심사위원이 일부 구술평가 과목에서 딸에게 만점을 줬다는 의혹이 제기된 바 있다. 정 후보자는 “고사실마다 시험과목이 달라 각 과목을 얼마나 준비했냐에 따라 편차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딸과 아들 모두 심사위원의 주관이 들어간 면접·구술 평가보다 학교 성적, 영어 점수 등 객관적인 점수가 높았다며, 청탁 등 부당한 개입은 없었다는 취지로 해명했다.
아들의 ‘나홀로 학부 논문’ 참여에 대해서도 정 후보자는 “공대 교수인 (논문) 지도교수와 저는 친분 관계가 없고, 교수는 저와 아들의 관계도 몰랐다”고 재차 강조했다. 아들은 한국학술지인용색인(KCI) 등재 논문 두편에 공동저자로 이름을 올렸는데, 공저자 가운데 유일한 학부생이었다. 그중
한 논문은 경북대 한 유학생의 석사 학위 논문을 그대로 번역하거나 일부 내용만 바꿔 재구성해 ‘표절 의혹’도 나오고 있다.
정 후보자는 “어떠한 형태로든 부정한 요청이나 압력이 없었다”며 교육부가 자녀의 편입학 과정을 철저하게 조사해줄 것을 요청했다. 이에 대해 교육부 관계자는 <한겨레>에 “공식적으로 요청이 오면 감사 여부를 종합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검찰 출신 법조인은 “정 후보자 관련 의혹들을 보면 수사기관이 내사에 착수했어야 할 수준이다. 얼마든지 수사를 할 수 있는 단계”라며 “위법행위는 수사를 통해 규명해야 한다”고 말했다.
배지현
beep@hani.co.kr 심우삼
wu32@hani.co.kr 이재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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