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당선자가 19일 오후 서울 용산공원 내 개방 부지에서 재난·안전사고 피해자 및 유가족들과 오찬을 하며 발언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 쪽이 19일 “지역, 여성, 연령에 대한 안배를 안 하는 게 인수위 인사 기준이고 원칙”이라고 공개 선언했다. ‘능력주의’를 표방한 조각 인사가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 ‘서육남(서울·60대·남성)’에 편중됐다는 비판에 귀를 닫은 것이다.
배현진 당선자 대변인은 이날 서울 통의동 인수위 사무실에서 한 정례브리핑에서 “인선 기준은 그 분야에 대한 전문성과 유능한, 그리고 직을 수행할 수 있는 실질적 능력이다. 성별, 지역, 연령에 따른 제한을 두지 않고 국민이 부여한 직을 성실히, 제대로 수행할 수 있는 최고의 전문가를 국민 앞에 선보인다는 입장”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배 대변인은 다양성을 반영한 인사는 보여주기식 인사라는 인식을 내비치기도 했다. 그는 “안배를 하겠다는 건 공식적 입장이 아니다”라며 “(앞으로) 새로 소개해드릴 인사들에 대해서도 국민들께 보여주기 위한 트로피 인사는 안 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향후 있을 차관급 인사 등에서도 능력을 내건 ‘윤석열식 마이웨이’ 인사가 이어질 것이라고 예고한 셈이다.
배 대변인의 발언은 인사에 대한 윤 당선자의 시각을 그대로 반영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윤 당선자는 지난달 13일 기자회견에서 지역안배와 여성할당 인사 관련 질문에 “국민을 제대로 모시기 위해서는 각 분야에서 최고 경륜과 실력있는 사람으로 해야지, 자리 나눠먹기로 해서는 국민통합이 안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능력’보다는 ‘이력’을 중시한, 특권층에 치우친 윤 당선자의 조각 인선은 국민 눈높이와 동떨어졌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와 김인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 등 인수위가 각 분야에서 최고로 인정받았다고 소개한 이들은 쉼없이 고액 연봉의 대형로펌 고문과 대기업 사외이사를 맡은 사실이 드러나고 자녀 입시에 영향력을 발휘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장관 후보자들은 전문성, 소통, 리더십, 국회 관계 등 여러가지가 중요한데 윤 당선자의 인사 특징을 보면, 전문성을 학력과 학벌로 보는 것 같다”고 말했다.
다양성을 인사 원칙에서 아예 배제한 듯한 윤 당선자 쪽의 언급을 두고 당 안에서도 우려가 나왔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문재인 정부에서는 ‘정체성 정치’에 매몰됐다. 이에 대한 반작용으로 우리는 그러지 말자는 문제의식이 있었던 게 사실”이라며 “여러 계층의 요구가 있지 않나. 청년 대표는 청년 이슈를 잘 살펴볼 수밖에 없는 측면 등을 고려할 때 다양성을 아예 무시할 순 없다”고 말했다.
윤 당선자가 ‘능력’을 앞세워 여성·청년 인재를 찾으려는 노력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자신이 잘 아는 또래 전문가들만 찾다 보니 인재 풀이 협소해졌다는 것이다.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 실장은 “국정운영을 잘하기 위해서는 내각에서 원보이스가 아니라 다양성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서영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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