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가 자녀들의 경북대 의대 편입과정과 관련한 의혹 등을 설명하기 위해 4월17일 오후 서울 중구 국립중앙의료원 대강당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윤운식 선임기자 yws@hani.co.kr
3일 ‘의혹 백화점’으로 불리는 정호영 보건복지부 후보자의 인사청문회가 열린다. 이날 청문회에서는 두 자녀의 의대 편입 특혜 의혹과 정 후보자의 무단 겸직, 외유성 출장 등이 도마에 오를 전망이다. 더불어민주당은 공정성 논란으로 사퇴 여론이 커진 만큼 ‘낙마 대상’인 정 후보자에게 화력을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정 후보자의 가장 큰 고비는 ‘아빠 찬스’ 의혹이다.
정 후보자가 경북대병원 고위직(부원장‧원장)으로 재직하던 시기에 딸과 아들이 나란히 경북대 의과대학에 편입했다. 딸은 2016년 12월 ‘일반전형’에 합격했고, 아들은 이듬해 ‘특별전형’으로 합격했다. 정 후보자 아들은 전년도에 의대편입에 실패했으나 2018학년도 대구‧경북 지역 소재 고등학교 또는 대학 출신을 대상으로 한 ‘지역 특별전형’이 신설되면서 이를 통해 경북대 의대에 들어왔다. 그는 2017학년도 1단계 전형에서 탈락했으나 특별전형에선 같은 스펙으로 1단계를 통과했다.
정 후보자는 자녀 특혜 논란이 일자 “서울대 교수라고 해서 서울대에 자녀를 못 보내나”라고 반문했으나, 해당 특별전형이 대구시 요청 뒤 18일 만에 신설된 사실이 드러나면서 아들을 위한 ‘맞춤형 전형’이라는 의혹이 추가 제기됐다. 편입 당시 입학본부장(입학처장)은 정 후보자의 의대 선배로, 동문회 정책이사를 같이 맡은 사이였다.
실제 정 후보자와 논문을 함께 쓴 공저자(교수) 4명이 편입 전형의 심사위원으로 선정돼 6차례의 평가과정에서 두 자녀에게 5차례 ‘최고점’을 준 사실이 드러나면서 ‘아빠 찬스’ 의혹은 더욱 불거졌다. 당시 구술고사‧면접고사는 수험생의 얼굴과 이름, 수험번호가 공개된 채 치러졌다.
정 후보자 딸‧아들의 스펙 논란도 있다.
두 자녀는 2015~2016년 아버지가 진료처장이었던 경북대병원에서 봉사활동을 한 이력을 자기기술서에 적었다. 관련 봉사활동 점수는 편입 서류평가에 반영됐다. 당시 치‧의대 편입 지원은 2개교까지만 교차‧복수지원이 가능해 애초 경북대 의대 편입을 노린 ‘스펙쌓기’였던 것으로 보인다.
정 후보자 아들의 논문 공저자 이력도 논란이 일고 있다. 그는 경북대 의대 편입 전인 2016년 경북대 교수, 석‧박사와 함께 전자공학회 논문 2편에 유일한 학부생으로 이름을 올렸다. 정 후보자 아들은 편입 과정에서 논문 등재를 주요 경력으로 소개했다.
정씨는 “놀랄만한 새로운 아이디어를 제안하기도 하고, 한 사람의 연구원으로서 당당히 연구에 참여했다”고 적었지만, 공저자는 “정씨는 번역과 편집을 주로 했다”고 밝히며 논문 기여도 의혹이 제기됐다. ‘경력 부풀리기’ 정황도 나왔다. 정 후보자 아들은 매주 40시간의 연구원 활동을 했다고 기재했지만 한 학기에 19학점을 수강하며 연구원 활동을 병행하는 것이 물리적으로 어렵다는 지적이 나왔다.
아들 병역 문제도 불공정 의혹으로 떠올랐다. 정 후보자 아들은 경북대병원에서 ‘척추협착’이라는 병무용 진단서로 병무청 신체검사에서 사회복무요원 소집대상인 4급 판정을 받았다. 정 후보자 아들은 ‘요추 5~6번 추간판 탈출증’으로 병무용 진단서 소견을 받았으나 요추 6번이 실제 존재하지 않는 척추 부위라는 지적이 나온 바 있다
. 그러자 정 후보자는 세브란스 병원에서 재검사한 결과, 2015년 4급 판정과 동일한 진단을 받았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경북대병원이 허리디스크로 일컫는 추간판탈출증을 척추협착으로 진단해 병무심사에서 유리하게 판정받도록 했다는 의혹은 여전히 남아 있다. 또한, 같은 진단을 받은 20대 남성들에 비해 현저히 적은 진료비를 사용한 점 등도 의문으로 남는다.
민주당은 정 후보자의 이해충돌 의혹에 공세를 펼칠 계획이다. 정 후보자 딸은 2019년 1학기 경북대의대 본과 3학년 당시 아버지가 담당교수였던 ‘의료정보학’ 강의를 수강했다. 경북대는 교과목 담당 교원의 자녀가 부모 강의를 수강할 경우 소속 학장을 통해 학교 총장에게 신고하도록 수업관리지침으로 규정했으나 정 후보자는 이를 학교에 알리지 않았다. 성적 또한 출석, 과제 제출, 시험 등 산출 근거를 학과장에게 제출하고, 공정성 여부를 확인받은 뒤 대학장의 승인을 받아야 했다.
정 후보자가 공무원 행동강령을 위반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교직원 행동강령은 교직원은 4촌 이내 친족이 직무관련자인 경우 소속기관장에게 해당 사실을 서면으로 신고하도록 돼있으나, 정 후보자는 딸과 아들의 편입 사실을 사적 이해관계로 신고하지 않았다. 정 후보자는 당시 국립대 병원장 등으로 공무원 신분이라 대통령령인 공무원 행동강령을 어긴 셈이다.
겸직 신고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점도 비판의 대상이다. 정 후보자는 외부기관 7곳에서 직무를 맡았으나 국립낙동강생물자원간 비상임이사, 대한병원협회 이사, 상급종합병원협의회 감사, 서울대병원 이사, 대한의료정보학회 회장 등 5곳에서 겸직 신고를 하지 않았다. 정 후보자는 1994년 부친에게 물려받은 대구 건물로 지난해 매달 2300만원에 가까운 임대소득을 받았으나 이 또한 겸직 신고를 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밖에도 정 후보자의 본인 논란은 계속 나오고 있다.
정 후보자가 경북대병원장으로 재직하며 법인카드 이용 제한 시간을 어기고 식당에서 계산했다 취소하고 재결제하거나 업무추진비로 3년 동안 화환비 2천만원을 쓰는 등 병원장 업무비 용처가 불분명하다는 의혹이 드러났다.
업무추진비 최다 사용뿐 아니라 미국 동창회와 골프 등 외유성 출장 논란과 경북대병원 채용 비리 문제도 꾸준히 입길에 올랐다. 경북대병원은 2017∼2020년 국민권익위원회 공공의료기관 청렴도 측정에서 하위인 4·5등급을 받았으며 2018∼2019년 응급의료기관 평가에선 2년 연속 최하 등급을 받아 과태료 600만원을 부과 받기도 했다. 검증 단골 소재인 논문 표절 의혹도 일었다. 민주당은 정 후보자가 공저자로 참여한 학술 논문 6개 가운데 이미 등재한 논문의 내용을 그대로 베끼고 인용 처리하지 않는 등 표절 부분 13건이 발견됐다고 지적했다.
청문회에서는 정 후보자의 복지 분야 전문성 검증도 이뤄질 예정이다. 앞서 의사 출신인 정 후보자는 “청문회에서 제가 꿈꾸는 보건복지정책에 대해 설명할 기회가 있길 바란다”고 밝혔지만,
코로나19로 인한 불평등·양극화와 노인 빈곤, 장애인 이동권 문제 등 주요 쟁점에 대한 정 후보자의 갈등 조정 능력을 두고 정치권 안팎에서 의구심이 제기돼왔다.
이번 청문회의 관전 포인트는 민주당의 화력 집중과 국민의힘의 소극적인 방어다.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조국 프레임’을 우려하며 정 후보자의 자진 사퇴까지 요구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장관 후보자의 청문회는 담당 상임위원회에서 맡는다. 공세를 펼칠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김민석·김성주·강병원·강선우·고민정·고영인·김원이·남인순·서영석·신현영·인재근·정춘숙·최종윤·최혜영·허종식 의원이다.
배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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