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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정치일반

윤 대통령, 영빈관을 손바닥 뒤집듯…낮엔 “한다” 밤엔 “철회”

등록 2022-09-16 21:06수정 2022-09-18 16:40

윤 대통령 “취지 충분히 설명 못해” 철회 지시
이날 오후까지만 해도 “신축 불가피” 강행 뜻
여당도 “정무감각 없어…수석 다 바꿔야” 비판
민주 “김건희 여사 ‘영빈관 이전…’ 진상 밝혀야”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3월 20일 당선자 시절 서울 종로구 한국금융연수원 별관에 마련된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기자회견장에서 청와대 대통령 집무실의 용산 국방부 청사 이전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3월 20일 당선자 시절 서울 종로구 한국금융연수원 별관에 마련된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기자회견장에서 청와대 대통령 집무실의 용산 국방부 청사 이전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대통령실의 갑작스러운 878억원짜리 영빈관 신축 추진에 대해 16일 정치권에서는 여야를 가리지않고 비판이 빗발쳤다. 대통령실 전체 이전 비용이 496억원이며, 청와대 영빈관을 활용하겠다던 윤석열 대통령의 언급과 상반된 탓에 여당인 국민의힘에서조차 납득하기 어렵다는 반응이 나오고, 더불어민주당은 수재로 어려움을 겪는 민심과는 동떨어진 행태라며 “관련 예산을 전액 삭감하겠다”고 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결국 신축 계획을 전면 철회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저녁 “청와대를 국민께 돌려드린 이후 대통령실의 자산이 아닌 국가의 미래 자산으로 국격에 걸맞은 행사 공간을 마련하고자 했으나 이 같은 취지를 충분히 설명드리지 못한 아쉬움이 있다”며 “즉시 예산안을 거둬들여 국민께 심려를 끼치는 일이 없도록 하라”고 말했다고 김은혜 대통령실 홍보수석이 전했다.

이날 오후만 하더라도 대통령실은 “국민 입장에서는 이전하지 않았으면 발생하지 않을 비용으로 생각할 수도 있을 것 같다”면서도 “국익을 높이고 국격에 걸맞게 내외빈을 영접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영빈관 신축이)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대통령실은 이날 저녁 8시25분께 윤 대통령의 ‘철회 메시지’를 내놨다. 영빈관 신축 계획에 대한 여론이 싸늘하다는 점을 대통령실이 뒤늦게 확인하고 황급히 계획을 접은 것으로 보인다. 앞서 윤 대통령은 당선자 시절인 지난 3월20일 “청와대 영빈관이나 본관을, 저녁에 국빈 만찬 같은 행사를 할 때 쓸 수도 있지 않겠나”라며 긴축을 강조하고 기존 영빈관 활용에 무게를 실었다.

그러나 대통령실 이전 비용은 슬금슬금 늘었고 현재까지 드러난 것만 해도 애초 윤 대통령이 말한 이전 비용 496억을 훌쩍 넘어섰다. 지난달 대통령실이 국방부와 행정안전부, 경찰청 등의 올해 2분기 예산 306억9500만원을 끌어다 쓴 사실이 드러났다. 영빈관 신축을 접어도 비용 부담은 여전하다. 대통령실 이전에 따라 윤석열 대통령 부부가 한남동 외교부 장관 공관으로 들어가고, 새 외교부 장관 공관 조성 비용으로 책정된 액수가 21억4700만원이라고 이형석 민주당 의원이 밝혔다. 여기에 더해 대통령실 이전으로 연쇄적으로 이동해야 할 합동참모본부 이사 비용 추산액도 2980억원에 이른다.

야당은 수재와 고물가 탓에 어려움을 겪는 민생과 동떨어진 행태라며 대통령실의 영빈관 신축 구상을 강하게 비판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전북 전주시에서 연 최고위원회 회의에서 “영빈관 짓는 데 878억원이면, 수재민 1만명에게 1천만원 가까운 돈을 줄 수 있는 것 아니냐”며 “국민은 물가로, 일자리로 온갖 고통을 받고 있는데 이런 일이 뭐 급하다고 천억 가까운 예산을 퍼붓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대통령실이 양치기 예산을 편성해 민생고로 힘든 국민을 또 속였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심사를 통해 전액 삭감하겠다”고 별렀다. 정의당도 “이제 와서 ‘국격’이나 ‘불가피성’을 언급하며 수천억 예산을 늘려 잡는 것은 국민이 납득하기 어렵다”고 했다.

여당도 경제 위기 속에 야당과의 예산심의가 녹록지 않은 상황에서 덜컥 영빈관 신축을 꺼낸 대통령실 행태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한 초선 의원은 “우리가 봐도 ‘청와대 영빈관을 쓴다고 해놓고 왜 말이 달라졌느냐’고 생각하는데, 야당은 오죽하겠느냐”고 말했다. 다른 수도권 의원도 “경제는 어렵다고 하고, 정부에도 예산 감축하라고 하는데, 900억원에 가까운 돈을 들여 영빈관을 짓는다고 하면 누가 납득하겠느냐”고 말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영빈관 신축을 꺼내면서 사전 밑작업이 있어야 했는데 전혀 없었다. 대통령실은 행정관을 바꿀 게 아니라 수석들을 다 바꿔야 한다. 정무감각이 없어도 너무 없다”고 말했다.

결국 윤 대통령이 물러섰지만 민주당은 ‘영빈관 신축 지시의 진상을 밝혀야 한다’며 날을 세웠다. 김의겸 대변인은 서면논평을 통해 “과거 김건희 여사가 ‘청와대 들어가자마자 영빈관 옮겨야 한다’고 말한 것을 국민께서 똑똑히 기억하고 있다”며 “영빈관 신축이 누구의 지시인지 국민이 묻고 있다”고 밝혔다. 김 대변인은 “대통령실 이전부터 영빈관 신축까지 대통령실을 둘러싼 각종 의혹과 논란을 규명해야 한다”며 “대통령실을 둘러싼 의혹들을 끝낼 방법은 특검을 통해 진실을 규명하는 것뿐”이라고 강조했다.

배지현 기자 beep@hani.co.kr 조윤영 jyy@hani.co.kr 심우삼 기자 wu32@hani.co.kr 서영지 기자 y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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