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거액의 가상자산(암호화폐) 보유 논란을 빚고 있는 자당 소속 김남국 의원에게 관련 자산 매각을 권유하고, 의혹을 규명할 별도의 진상조사팀을 꾸리기로 했다. 김 의원의 거듭된 해명에도 투자금 출처와 자금 흐름 등을 둘러싼 의혹이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여론마저 악화하자 뒤늦게 수습에 나선 것이다.
권칠승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10일 민주당 대구시당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 뒤 기자들을 만나 “(김남국 의원에게) 보유 중인 가상자산의 매각을 당에서 권유하기로 했다. 본인도 당 방침에 따라주리라 기대한다”고 말했다. 앞서 김 의원은 지난 8일 입장문을 통해 현재 9억1천여만원 가치의 가상자산을 보유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권 대변인은 또한 “진상조사팀을 꾸려 투명하고 신속한 진상조사를 하기로 했다”며 “이 조사팀에는 필요하면 (가상자산 관련) 외부 전문가가 합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조사팀은 수석 사무부총장인 김병기 의원을 팀장으로 당내 구성원으로는 이용우·홍성국·김한규 의원으로 채워졌다. 김 의원은 이날 오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당의 (가상자산 매각) 권고를 충실히 이행하겠다. 진상조사단 조사에 성실히 임하겠다”고 썼다. 민주당은 공직자 등록 대상 재산에 가상자산을 포함하는 내용의 공직자윤리법 개정도 서둘러 추진하기로 했다.
민주당이 뒤늦게 자체 진상규명에 나선 것은 김 의원을 둘러싼 의혹을 더는 방치할 수 없다는 판단이 깔린 것으로 풀이된다. 당 지도부는 지난 8일 김남국 의원의 해명을 듣고 의혹이 어느 정도 해소됐다고 보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문제가 된 김 의원의 위믹스 코인 보유량이 알려진 것보다 1.5배 많았던 정황이 추가로 드러나고, 그의 애초 설명과 달리 9억원가량 수익 실현도 했던 것으로 나타나면서 기류가 바뀌었다.
김 의원을 둘러싼 의혹이 처음 불거진 지난 5일 이후 여론조사 지표가 빠르게 악화한 것도 민주당의 ‘태세 전환’ 요인으로 꼽힌다. <뉴시스>가 국민리서치그룹·에이스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6~8일 성인 102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신뢰수준 95%, 표본오차 ±3.1%포인트,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누리집 참고)를 보면, 국민의힘 지지도는 39.4%로 직전 조사(4월22~24일) 대비 4.9%포인트 올랐으나, 민주당 지지도는 같은 기간 4.3%포인트 떨어진 30.6%를 기록했다.
당내에서는 지도부의 굼뜬 대응이 사태를 키웠다는 비판이 나온다. 계파색이 옅은 한 초선 의원은 “나흘이 넘도록 김남국 의원 말에만 의존하다 보니, 해명이 흔들릴 때 당도 함께 흔들렸다”며 “애초부터 당이 주도권을 잡고 전문가에게 검증을 맡겼어야 했다. 초기 대응에 명백히 실패했다”고 말했다.
한편, 검찰이 지난해 김남국 의원의 ‘60억 코인’ 의혹과 관련해 두차례 압수수색 영장을 청구했지만, 법원이 모두 기각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날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남부지검 형사6부(부장 이준동)는 지난해 가을께 김 의원의 업비트 지갑에 담긴 위믹스 코인의 출처를 밝히기 위해 두차례에 걸쳐 서울남부지법에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압수수색 영장을 청구했지만 모두 기각당했다. 이후 검찰 수사는 7~8개월간 사실상 중단된 상태다. 그러나 최근 언론을 통해 관련 의혹이 불거지자, 검찰은 압수수색 영장 재청구를 검토하고 있다.
임재우 기자
abbado@hani.co.kr 고병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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