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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정치일반

‘세종시 내전’ 본격화…두쪽 난 한나라

등록 2010-02-04 20:32수정 2010-02-05 10:56

행정중심복합도시 수정 추진에 반대해 21일째 단식농성을 벌여온 양승조 민주당 의원(오른쪽 아래 휠체어 탄 이)이 4일 오전 국회 본회의에서 대정부 질문을 통해 이명박 대통령의 대선후보 당시 발언이 담긴 영상을 정운찬 총리(왼쪽 연단에 서 있는 이)에게 보여주고 있다. 화면에는 이 대통령이 “어떤 분들은 저보고 저 행복도시 이명박 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잘못될 것이라고 중상모략을 하고 있습니다”라고 말하는 모습이 비치고 있다. 김봉규 기자 <A href="mailto:bong9@hani.co.kr">bong9@hani.co.kr</A>
행정중심복합도시 수정 추진에 반대해 21일째 단식농성을 벌여온 양승조 민주당 의원(오른쪽 아래 휠체어 탄 이)이 4일 오전 국회 본회의에서 대정부 질문을 통해 이명박 대통령의 대선후보 당시 발언이 담긴 영상을 정운찬 총리(왼쪽 연단에 서 있는 이)에게 보여주고 있다. 화면에는 이 대통령이 “어떤 분들은 저보고 저 행복도시 이명박 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잘못될 것이라고 중상모략을 하고 있습니다”라고 말하는 모습이 비치고 있다. 김봉규 기자 bong9@hani.co.kr
친박 “수정한, 정부신뢰 추락”…친이는 두둔
정 총리 “보스 생각 따르는 정치인 안타깝다”
“좋은 글이 있어 읽는다. ‘정부가 신뢰를 얻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 정책의 일관성을 유지하는 것이다. 정책이 갖추어야 할 속성 가운데 가장 필수불가결한 요소를 꼽으라면 나는 일관성을 들고 싶다. 한번 정한 원칙은 불리하더라도 지켜야 한다. 유리할 때는 지키고 불리할 때는 지키지 않는다면 그것은 원칙도 아니고 소신도 아니다.’ 이것이 어디에 있는 글인지 아느냐? 답변해 보시죠.”

4일 국회 정치분야 대정부 질문의 첫 발언자로 나선 유정복 한나라당 의원은 정운찬 총리를 향해 이렇게 질문했다. 정 총리의 얼굴빛은 검게 변했다. “제가 쓴 글도 있고, 여러 사람이 그런 글을 썼습니다.” 잠시 머뭇거리던 정 총리는 이렇게 답했다.

“어허 참….” 유 의원은 어이가 없다는 듯 책 한권을 치켜들었다. 정 총리가 쓴 <가슴으로 생각하라>였다. “총리가 쓴 글 아니냐. 얼마나 신뢰를 강조했으면 서문에 이렇게 썼다. ‘사람과 장소에 따라 말을 달리하는 것은 정치적 융통성이 아니라 연기처럼 여겨졌다.’ 지금 연기하는 것이냐?”

“무슨 말씀을 하시는 것이냐. 국가대사는 잘못된 것을 고치는 게 훨씬 유리하다.” 정 총리는 더듬더듬 반격을 시도했다. 그러나 유 의원은 “교수·총장을 지낸 분이 비겁하고 옹졸하게 답하냐. 이 책에서 말한 중요한 약속은 뭐냐”며 세종시 수정안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따졌다

2월 임시국회 정치분야 대정부 질문에선 예상대로 세종시 수정안을 두고 날선 공방이 이어졌다. 야당 및 무소속 의원 7명은 예외 없이 수정안을 “국가 지방균형발전 포기” “대기업 특혜 정책”이라며 정 총리를 압박했다. 그러나 이날 눈길을 끈 것은 통상 정부를 옹호하는 일부 여당 의원들의 비판적 태도였다. 친박근혜 진영의 의원들은 야당보다 더 매섭게 정부를 질타했다.

이학재 의원은 경기도 과천을 ‘행정부처 이전 실패’의 근거로 내세운 정 총리에게 “잘못된 정보로 국민을 호도하지 말라”고 공박했다. 그는 “과천 인구가 7만인 것은 당초부터 인구 5만으로 (도시를) 계획했고, 과천 주변을 그린벨트로 묶어 2차 산업용지가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일부 친이계도 비판에 합류했다. 범친이계인 김정권 의원은 “이 문제(세종시 수정)를 풀어가는 정부의 인식과 절차에 부족한 부분이 있다. 민심을 억지로 끌고 가는 정치는 성공할 수 없다”며 정부의 일방주의를 겨냥했다.

친박과 친이계의 세종시 논란이 예고돼 있던 사안이긴 하지만, 이날처럼 대정부 질문에서 여당 의원들이 정부를 상대로 날을 세우는 모습은 매우 이례적이다. 그만큼 세종시 논란이 가져온 국가적 분열과 대립의 진폭이 크다는 것을 입증하는 사례로 해석된다.

친이 직계 의원들은 ‘수도분할 망국론’을 앞세워 수정안을 두둔했다. 임동규 의원은 “세종시 문제는 국운의 미래를 좌우하는 수도 분할의 문제로 처음부터 잘못된 정책”이라며 “행정기관 분할이 (균형발전의) 최선 정책이라면 전국 시도에 15개 부처를 분산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 총리는 여당 의원들의 비판에 발끈했다. 그는 “세종시는 유권자로부터 표를 얻기 위해 시작한 것인데, 이것을 국민과의 약속이란 빌미로 강요하는 것은 안 된다”거나 “정치인들이 지역에 가서 하는 말을 보면 국가 장래나 국가 경쟁력보다는 지역에서 표를 얻을 수 있느냐 없느냐, 더 나아가 정치집단의 보스가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따라 (찬반이) 달라져 안타깝다”며 박근혜 전 대표를 정면으로 겨냥했다.

여당과 정부가 이처럼 서로 치고받자, 이춘석 민주당 의원은 이날 대정부 질문에서 “보통 야당 의원들이 목소리를 높이고 여당 의원들이 옹호하는데 오늘은 한나라당 의원들의 목소리가 훨씬 크게 나온다”며 “총리가 말이 안 되는 소리를 해서 그런 것 같다”고 꼬집었다.

신승근 김지은 기자 sksh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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