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한겨레-부산 국제심포지엄’ 개회식 참석자들이 26일 부산 해운대 누리마루 아펙(APEC) 하우스에서 ‘유라시아의 지정학적 변화와 문재인 정부의 과제’라는 주제로 심포지엄을 열기에 앞서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박재민 부산시 행정부시장(앞줄 왼쪽에서 아홉째),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특보(앞줄 오른쪽에서 여섯째부터), 양상우 한겨레신문사 사장,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의원, 정세현 한겨레 통일문화재단 이사장. 부산/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평화가 경제’라는 말은 문재인 정부의 외교·안보정책을 상징하는 구호 가운데 하나다. 남북관계 복원을 통한 북핵문제 해결을 바탕으로 한반도 경제공동체를 건설해 한계상황에 내몰린 우리 경제의 활로를 모색한다는 게 문 대통령의 구상이다. 나아가 중국, 러시아와의 각종 경제협력을 추진해 유라시아 대륙으로 뻗어나가자는 것이 대선 후보 시절부터 문 대통령이 강조해온 ‘한반도 신경제지도’의 뼈대다. 26일 부산 누리마루 아펙(APEC) 하우스에서 열린 제13회 한겨레-부산 국제심포지엄에선 문 대통령의 이런 구상을 실현하기 위한 구체적인 해법을 두고 열띤 논의가 이어졌다.
전준수 서강대 석좌교수의 사회로 진행된 ‘유라시아 시대의 남북 해양수산 이슈와 환동해’ 세션에서 이성우 한국해양수산개발원 항만·물류연구 본부장은 러시아 극동 지역과 북극 항로 활성화를 위한 부산의 ‘지정학적 중요성’을 강조했다. 부산을 남방과 북방을 가로지르는 ‘물류 축’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얘기다. 이 본부장은 “문 대통령이 제시한 ‘신경제지도’는 북한을 통해 한반도와 유라시아를 철도로 연결하는 것이 목적”이라며 “가스·철도·항만·전력 등 ‘9개 다리’를 통해 부산을 북부 지역과 연결하는 방안을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풍부한 해상 네트워크를 확보한 부산을 북방 지역과 육상(철도) 네트워크로 연결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에 이창주 푸단대 박사는 “부산을 꼭짓점으로 환동해-환황해를 두 날개로 삼는 부산-북방 해운 네트워크 활성화와 부산-북한-블라디보스토크 등 한반도 동해안과 러시아 극동 지역, 나아가 일본 연계까지 고려한 내륙 연계 종합 인프라 시설 건설 추진도 제안해볼 시점”이라고 말했다.
버지니아 타나세 유엔 아시아태평양 경제사회위원회(UNESCAP) 과장은 한반도와 연결된 북방 지역과 통합 물류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한 방안을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타나세 과장은 “한반도-중국 북동부-몽골-러시아를 잇는 길목에 인프라·물류시설, 철도·육로, 다국적 교량을 건설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효과적인 운송 연결을 달성하려면 정치적 의지와 헌신, 통합 절차의 제도화, 규제·표준·규범·관행의 일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나희승 한국철도기술연구원 수석연구원(한국유라시아학회장)은 “교통·물류 측면에서 한반도가 환동해·유라시아 역내 지역과 효율적인 교통·물류 인프라 네트워크로 연결된다면 경제·사회적 파급효과는 막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관광산업이 한반도 긴장 완화의 해법으로 제시되기도 했다. 황진회 한국해양수산개발원 해운산업연구실장은 “크루즈(유람선 여행)와 같은 관광산업 개발을 통해 한반도를 둘러싼 긴장을 완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황 실장은 “환동해(동해를 둘러싼 지역)에는 아직 크루즈 시장이 형성되지 않은 상태”라며 “한국-러시아-일본-중국-북한이 연계된 크루즈 상품을 개발하면 동북아의 지중해로 발전할 수 있고, 환동해의 평화와 공동 번영에도 기여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황 실장은 “실제 선박을 통한 중국(옌볜)-나진-금강산 관광이 활기를 띠고 있으며,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관광을 통한 외화 획득에 관심을 두고 있다”며 “북-중-러 3국은 무비자 관광을 허용하고 중국 지린(길림)에서는 자가용으로도 북한에 갈 수 있다. 북한은 다양한 관광개발특구를 지정하고 있기도 하다”고 덧붙였다.
발표에 이어진 토론에선 남북 간 정치와 경제를 분리하는 전략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태호 삼일회계법인 남북투자지원센터장은 “남북관계 개선 없이는 남한은 섬나라일 수밖에 없다”며 “북한을 통한 물류 연결은 유라시아와의 협력에 중요한 요소다. (남북 내륙경협을 금지한) 5·24 조치와 개성공단 폐쇄와 같은 정치논리로 경제가 좌우되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부산/노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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