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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환경

경제정책에 끼어 있는 기후위기 대응…재생에너지 사실상 축소

등록 2022-06-16 14:00수정 2022-06-16 15:47

[새정부 경제정책방향 발표]
원전 확대·재생에너지 목표 축소 방침 재확인
“재생에너지 생태계 위축·RE100에도 악영향”
국내 첫 풍력발전단지인 제주시 구좌읍 행원 풍력발전단지 전경. 정부는 16일 경제정책방향 발표에서 문재인 정부가 잡아 놓은 2030년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 목표를 축소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연합뉴스
국내 첫 풍력발전단지인 제주시 구좌읍 행원 풍력발전단지 전경. 정부는 16일 경제정책방향 발표에서 문재인 정부가 잡아 놓은 2030년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 목표를 축소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연합뉴스

정부가 16일 발표한 새정부 경제정책방향에는 탄소중립과 기후위기 대응도 포함돼 있다. 하지만 주요 정책방향이 아니라 과학기술 연구개발(R&D) 혁신, 첨단산업 전략산업 육성 등과 같은 비중으로 ‘미래 대비 선도경제’ 정책방향의 한 항목으로 끼어 있어, 정부가 기후위기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탄소중립과 기후위기 대응은 탄소 의존형 경제구조 자체를 바꿔내야 하는 일이어서, 이를 경제정책의 중심에 놓지 않고는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정부는 이번 발표에서 문재인 정부가 국제사회에 약속한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를 차질 없이 이행하겠지만 감축경로와 원전 활용도 제고 등 감축 이행수단을 재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앞서 발표한 새정부 국정과제에도 담겨 있는 내용이다.

구체적 정책 방향도 국정과제의 몇 개 항목에 흩어져 있는 내용에서 추려 담았다.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배출권 유상할당을 확대하고, 온실가스 감축목표 이행을 위해 에너지 믹스를 재조정하며, 기업들의 탄소중립 투자를 유도하기 위한 재정·금융 지원을 강화한다는 것 등이다. 이 밖에도 국정과제에도 들어 있는 △국민 대상 저탄소 인센티브 확대 △순환경제 기반 구축 △이에스지(ESG) 경영 지원이 포함됐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왼쪽 셋째)이 16일 오후 서울 광화문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실에서 새정부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이날 발표에는 원희룡 국토부 장관, 추 부총리,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 이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조규홍 보건복지부 1차관이 참석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왼쪽 셋째)이 16일 오후 서울 광화문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실에서 새정부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이날 발표에는 원희룡 국토부 장관, 추 부총리,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 이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조규홍 보건복지부 1차관이 참석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반면 정작 탄소중립을 위해 가장 집중해야 할 정책들은 빠졌다. 탄소중립으로 가는 핵심 경로는 에너지 사용을 효율화하면서, 온실가스 배출의 주범인 화석에너지를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로 대체하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국정과제에 포함돼 있던 △고효율·저소비형 에너지 수요관리 혁신 △태양광·풍력산업 고도화와 에너지 신산업 육성 △화석연료 발전비중 축소 추진 등은 주요 경제정책 방향으로 선택되지 못했다.

정부 발표 가운데 특히 주목되는 대목은 발전원 구성비인 ‘에너지 믹스’에서 재생에너지를 축소하기로 한 부분이다. 정부는 “신한울 3·4호기 건설 조속 재개, 운영허가가 만료되는 원전의 계속운전 등으로 원전 비중을 제고(하고), 재생에너지는 주민 수용성에 기반해 보급을 지속하되 비중을 합리적 수준으로 조정(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문재인 정부에서는 2030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로 ‘2018년 배출량 대비 40%’를 제시하며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30.2%로 잡은 바 있다. 윤석열 정부는 이 재생에너지 비중이 ‘비합리적’이어서 낮추겠다는 것이다.

지난해 국내 발전량에서 신재생에너지가 차지하는 비중은 6.5%였다. 문 정부가 탈원전을 내걸고 확충에 나섰지만, 2016년 3.4% 대비 지난 5년간 3.1%p 늘어났을 뿐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 자료를 보면, 2019년 한국의 태양광·풍력 발전 비중은 2.7%로 같은 해 일본(8.2%)과 미국(9.1%)의 3분의 1, 영국(23.7%)과 독일(28.1%)의 8~10분의 1 수준이었다.

경쟁국들에 견줘 턱없이 낮은 재생에너지 비중을 빠르게 높이는 것은 기후위기 대응뿐 아니라 기업들의 생존을 위해서도 필요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글로벌 기업 사이에 2050년까지 재생에너지 전기만 100% 쓰는 아르이100(RE100) 캠페인이 확산되면서 재생에너지 사용이 세계 시장 참여의 필수조건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섣부른 재생에너지 보급 속도 조절론은 성장하는 재생에너지 발전 생태계를 옥죄어 기업들의 아르이100 참여도 어렵게 만들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정우식 태양광산업협회 부회장은 “정부는 기후위기 대응뿐 아니라 에너지 안보를 위해서도 국산 에너지인 재생에너지 목표를 공격적으로 높이는 국제사회 흐름과 거꾸로 가려는 것”이라며 “목표를 낮추게 되면 우리 재생에너지 발전 산업은 큰 어려움에 처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수 선임기자 jsk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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