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양 765㎸ 송전탑 공사 중단을 요구하는 주민들이 밀양시 부북면 위양리 화악산 중턱 127번 철탑 건설 예정지에서 공사 관계자들의 출입을 막기 위해 비닐움막을 짓고 밤을 새우고 있다. 오른쪽부터 곽정섭(66), 정임출(71), 윤여림(74)씨. 밀양/강재훈 선임기자 khan@hani.co.kr
[토요판] 커버스토리
6080 전사들
원전의 나비는 어떻게 밀양 시골에
외로운 투쟁의 회오리를 일으켰나 “현수막 답시다. ‘박근혜는 밀양에 내려오라’고.” 지난 20일 오후 경남 밀양시 가곡동 한국전력 밀양지사 마당 송전탑 반대 밤샘농성장. ‘밀양 송전탑 반대 주민대책위원회’ 주민 장재분(56)씨가 말했다. “안 내려오면 당선 못 되는 거죠.” 다른 주민이 말을 받았다. “안철수는 오나 안 오나? 안 나오면 마 곤두박질한다.” 누워 있던 주민 한옥순(64)씨가 몸을 일으키며 말했다. 싸움은 2001년 한국전력이 울산시 울주군의 신고리원자력발전소에서 경남 창녕군의 북경남 변전소까지 765㎸(킬로볼트) 송전선로를 설치하는 사업을 추진하면서 시작됐다. 2007년 지식경제부가 실시계획을 승인하고 이듬해 8월 공사에 들어가면서 주민들의 반대는 드세졌다. 다른 시·군은 한전과 토지 보상 합의를 마쳤지만 밀양 주민들은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이들은 대부분 농사를 짓는 60대 이상 노인들이다. 하지만 주민들에게는 토지 수용에 대한 거부권이 없다. 또한 송전선로 좌우 3m 밖의 땅에 대한 보상금은 주어지지 않는다. 싸움의 근원은 대규모 원전 확대로 선회한 에너지정책과 맞닿아 있다. 신고리원전 단지에는 최근 상업운전을 개시한 신고리 1, 2호기 말고도 8호기까지 건설이 추진되고 있다. 생산 전력이 많아질수록 전력을 밖으로 빼는 송전탑이 필요하다. 전력의 소비자는 밀양 주민이 아니라 수도권과 서울 등 대도시 주민이다. 그래서 ‘밀양 765㎸ 송전탑 반대 고 이치우 열사 분신대책위원회’의 이계삼 사무국장은 밀양이 싸우는 대상은 ‘안락을 위한 전체주의’라고 말한다. 민주통합당의 대통령선거 경선후보들은 ‘단계적인 원전 폐기(축소)’ 공약을 내놓았다. 김두관 후보와 문재인 후보는 각각 2040년과 2060년을 탈핵 목표로 잡았고, 손학규 후보는 대통령 임기내 원전 비중을 우선 10% 줄이는 해법을 제시했다. 장외 대선후보로 거론되는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도 원전을 차츰 줄여나가야 한다고 밝혔다. 밀양 송전탑의 문제도 주목받고 있다. 신고리 5, 6, 7, 8기의 건설이 백지화되면 기존 송전선로로 우회가 가능해 송전탑도 필요없어지게 된다. 하지만 161개 송전탑 가운데 이미 100여개가 세워졌고 지난해까지 예산 2300억원이 집행됐다는 현실론도 만만치 않다. 지난 13일 민주당의 손학규 후보가 밀양을 방문해 “국가사업을 하면서 주민들과 협의를 하지 않은 것은 민주주의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밝혔고, 지난 9일 김두관 후보의 부인 채정자씨가, 21일에는 문재인 후보의 부인 김정숙씨가 주민들을 만나고 갔다. 새누리당 대선후보로 선출된 박근혜 후보는 뚜렷한 입장을 내놓지 않은 상태다. 밀양/글 최우리 남종영 기자 ecowoori@hani.co.kr, 사진 강재훈 선임기자 khan@hani.co.kr <한겨레 인기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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