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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의료·건강

“이제 막 알 낳던 씨암탉 묻는 심정 참담”

등록 2006-11-27 19:14수정 2006-11-27 23:39

<b>익산서 온 차량 긴급 방역</b>  농림부가 차단선을 구축하고 방역 활동을 강화한 27일 전북 익산시와 경계를 맞대고 있는 충남 논산시 연무읍 마전교차로에서 방역 관계자들이 익산시를 경유해 오는 차량에 긴급 방역작업을 하고 있다. 논산/김종수 기자 jongsoo@hani.co.kr
익산서 온 차량 긴급 방역 농림부가 차단선을 구축하고 방역 활동을 강화한 27일 전북 익산시와 경계를 맞대고 있는 충남 논산시 연무읍 마전교차로에서 방역 관계자들이 익산시를 경유해 오는 차량에 긴급 방역작업을 하고 있다. 논산/김종수 기자 jongsoo@hani.co.kr
‘조류 인플루엔자 비장’ 전북 익산 표정
사흘간 닭 12만마리 처분…전염 우려 군부대도 인력지원 꺼려
“돈을 떠나서 자식처럼 힘들게 키워왔는데, 멀쩡한 닭을 죽여서 묻는 심정이 정말 참담합니다.”

전북 익산시 함열읍 한 농장에서 발생한 조류 인플루엔자(AI) 때문에 씨암탉(종계) 4만7200마리를 27일 살처분한 심아무개(42)씨의 심정은 안타깝기만 하다. 이날 따라 궂은비가 내리면서 마음이 더 무거웠다. 오후 1시께 검역관과 방역요원 등이 들이닥쳐 구덩이를 파기 시작했다. 심씨는 쓰린 가슴을 안고 농장 주변 가로 70m, 세로 21m 가량 규모의 자신의 땅에 살아있는 닭을 죽여서 묻어야 했다. 출입이 엄격히 통제되는 철통같은 경계 속에 이런 일이 사흘째 이어지고 있다.

심씨는 “7개월 전에 닭을 들여와 어렵게 키워서 이제 막 알을 낳는 시점에 천형같은 일이 발생해 막막할 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육계(삼계탕용)는 한번 파는 것으로 끝나지만, 종계는 계속 알을 낳기 때문에 예상되는 손해가 훨씬 크다”고 한숨지었다. 그는 또 “정부가 살처분한 분량을 실거래 가격으로 보상해준다고 하지만, 보상에 시간이 걸리는 등 1년 정도 자금회전이 안 돼 직원(5명) 월급도 못주는 어려운 처지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마을주민과의 대책 협의 등을 묻자, “아직 사태가 진정되지 않은 상황이고, 전염성을 우려해 직접적인 접촉은 생각도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동을 제한하지 않는 경계지역(반지름 10㎞)을 벗어난 양계농가의 시름도 마찬가지다. 닭 4만마리를 키우는 김동진(53·익산시 왕궁면)씨는 “정부가 보상을 해준다고 하지만, 농가 심정을 헤아리는 충분한 보상은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고 흥분했다.

진성으로 판명이 난 지난 25일부터 오염지역(반지름 500m) 안에 살처분(발생농가 포함)이 이뤄져 26일까지 이틀간 닭 8만1900마리를 죽여 묻었다. 27일 하루에 또 닭 4만6천마리의 살처분이 이어졌다.

전북도 조류 인플루엔자 대책본부는 살처분 작업에 모두 500여명이 소요될 것으로 보고 관계기관에 지원을 요청했으나 인력 수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집단생활을 하는 군부대는 다른 재해와 달리, 전염성이 우려돼 지원에 거부 태도를 보였다. 대책본부는 애초 이날 100여명을 투입할 계획이었으나 56명만을 확보하는 데 그쳤다. 인력시장에서 부랴부랴 구한 일용직 노동자 30여명, 닭고기 판매·유통업체인 하림 직원 20명, 익산시청 직원 6명 등이다.

익산과 인접한 군산·김제·완주·전주 등 4개 시·군도 매일 대책회의를 열어 방역과 방어선 구축 등 제반사항을 철저히 검토하는 한편, 익산으로 통하는 모든 도로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고 있다.

강승구 전북도 농림수산국장은 “조류 인플루엔자는 잠복기가 21일이므로 아직 방심은 금물로 지금부터 시작”이라며 “이번 주가 고비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강 국장은 특히 “죽은 닭을 묻는 장면이 화면에 그대로 나가면 국민들이 동요해 닭소비가 크게 떨어진다”며, 언론사에 취재 자제를 요청했다.


한편 농림부는 이날 조류 인플루엔자가 발생한 익산 농장으로부터 3㎞ 정도 떨어진 ‘경계지역’ 안 양계농장에서 “조류 인플루엔자로 의심된다”는 신고가 들어와 정밀검사를 실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익산의 최초 발생농장 인근에서 신고가 접수된 것은 처음이다. 이 농장에서는 닭 1만2천마리를 사육하는데 지난 26일 6마리, 27일 200여마리가 폐사했다. 농림부 관계자는 “최초 발생농장과 관련이 있는지 역학조사를 하고 있다”며 “조류 인플루엔자 감염 여부는 28일 오후에 판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2003년 12월 충북 음성에서 조류 인플루엔자가 발생했을 때는 일주일 안에 이웃 농장의 닭과 오리로 전염된 사례가 있었다.

익산/박임근 기자, 김수헌 기자 pik007@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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