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오후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경기 고양시 쿠팡 고양 물류센터 관할 덕양구보건소에서 쿠팡 직원을 비롯한 주변 시민들이 검사를 받으려고 기다리고 있다. 고양/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쿠팡의 경기 부천 물류센터에 이어 고양 물류센터에서도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오면서 물류센터 안 자연환기가 어려운 밀폐된 구조가 바이러스를 확산시킬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28일 쿠팡 쪽의 설명을 종합하면 부천의 물류센터는 1층부터 6층까지 입고와 냉장, 냉동, 출고 시스템이 유기적으로 연결돼 있다. 한 층에 냉장식품과 냉동식품을 보관하는 공간이 분리돼 있는 형태다. 냉동센터엔 영하 10~20도를 유지하기 위한 도크실(Dock Seal)과 철문, 에어커튼 등의 장치가 설치돼 있다. 물건을 실을 차량이 입구에 들어올 때 안쪽의 냉기가 빠져나가거나 바깥쪽 열기가 들어오지 못하도록 만든 도크실, 차가운 바람으로 열기를 낮춰주는 에어커튼 등은 신선도가 중요한 냉동물류창고에서 많이 사용된다.
전문가들은 이렇게 이중 삼중으로 외부 공기를 차단하는 냉동체계가 바이러스 확산에 취약하다고 지적한다. 강태선 세명대 교수(보건안전공학)는 “냉동물류센터는 1도 상승이 수백만, 수천만원의 손실을 의미하는 공간”이라며 “공간 특성상 바깥 공기가 들어가기 어려워 바이러스 농도가 높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생활방역위원회 위원인 이윤규 한국건설기술연구원 실내공기품질연구단장은 “국제기구에서도 바이러스양을 낮추기 위해 자연환기로 환기량을 최대한 늘리고, 내부 공기를 재순환시켜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며 “냉동센터의 경우 외부 공기가 들어오지 못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내부 감염자가 있었다면 (바이러스) 확산이 굉장히 쉬웠을 것”이라고 짚었다.
이에 쿠팡 쪽은 “근무자의 상태에 따라 냉동과 냉장 순환근무를 실시한다”며 “냉동창고 등 공간별로 환기가 되는 공조 시스템이 갖춰져 있다”고 반박했다.
사람들이 모여 단시간에 집중적으로 일을 해야 하는 물류센터의 특성도 감염이 확산되는 데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는 쿠팡 부천 물류센터에 약 3600명이 근무하는데, 23~25일 확인된 직원 확진자 63명이 모두 픽업, 포장 등의 업무를 맡았다고 설명했다. 쿠팡 부천 물류센터 공정은 크게 ‘고객 주문→픽업(창고에서 주문한 상품을 골라내는 것)→포장→지역별 분류→캠프(지역 대리점)로 배송’ 과정으로 이뤄지는데, 자동화가 진행된 일부 공정을 제외하면 대부분은 사람이 직접 처리해야 한다. 한 물류업계 관계자는 “무게, 모양이 제각각인 수백만가지의 상품 중 고객이 주문한 상품을 골라내고 포장하는 일을 로봇이 하기란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방역당국은 이런 상황에서 마스크 착용이나 거리두기 같은 기본 방역수칙까지 제대로 지켜지지 않아 바이러스가 더 많이 전파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하지만 생활 속 거리두기 세부지침에는 물류센터와 같은 환경의 사업장에는 별도의 규정이 없다. 정부는 29일 물류센터 관련 추가 지침을 발표하는 한편, 국토교통부 주관으로 합동점검단을 구성해 수도권 대규모 물류시설 1321곳과 택배 터미널 84곳을 대상으로 2주간 기본 방역수칙을 지키고 있는지 점검을 실시한다.
미국에서도 물류센터가 논란의 중심에 서 있다. 최대 전자상거래업체인 아마존 물류센터 직원이 코로나19에 잇따라 감염됐기 때문이다. <로이터> 등 외신은 아마존 물류창고 직원 가운데 코로나19로 숨진 이가 지난 22일 기준으로 8명이라고 보도했다. 미국 경제방송 <시엔비시>(CNBC)는 일부 아마존 물류센터가 축구장 26개를 합친 규모임에도 근무자들이 물건을 옮기거나 포장하는 과정에서 “어깨와 팔꿈치를 맞대고” 일하고 있다고 전했다.
권지담 신민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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