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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노동

‘주69시간’ 재검토 방향은…“노동자 선택권·휴식권 보장해야”

등록 2023-03-15 17:49수정 2023-03-16 02:50

윤 대통령 “노동 약자 의견 더 세밀하게 청취”
민주노총 청년 활동가들이 15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고용노동청에서 열린 ‘근로시간 기록·관리 우수 사업장 노사 간담회’에서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에게 주 69시간제 폐기를 촉구하며 기습시위를 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민주노총 청년 활동가들이 15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고용노동청에서 열린 ‘근로시간 기록·관리 우수 사업장 노사 간담회’에서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에게 주 69시간제 폐기를 촉구하며 기습시위를 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정부가 연장근로 단위 기간 확대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한 ‘근로시간 개편 방안’(개편방안)을 재검토할 뜻을 밝히면서, 전문가들은 애초 사용자의 요구를 중심으로 설계된 개편방안을 노동자의 관점에서 원점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취약 노동자를 위한 근로 시간 개편’이 되기 위해서는 사용자와 불균형한 힘의 관계 속에서 노동 시간을 선택할 수 없는 노동자들의 ‘시간 주권’을 어떻게 보장할 것인지부터 고민해야 한다는 얘기다. 대통령실은 15일 “주당 최대 근로시간은 노동 약자의 의견을 더 세밀하게 청취한 후 방향을 잡을 것”이라고 밝혔다.

개편방안의 골자를 마련한 미래노동시장연구회에 참여했던 권혁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15일 <한겨레>와 통화에서 “근로자대표제나 근로시간 기록 관리 등이 제대로 이뤄져 노동자가 지향하는 유연근무가 될 수 있다는 믿음을 줬어야 하는데 실천 전략이 제대로 없다 보니 불신이 쌓인 것”이라며 “휴식권 보장을 어떻게 할지, 사용자가 일방적으로 근로시간을 정하지 못하도록 하는 노동자의 선택권은 무엇일지 더 구체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노동계는 노동시간을 유연화하려면 노동자 보호를 위한 규정들이 촘촘하게 뒷받침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김종진 일하는 시민연구소장은 “조사를 해보면 유연 근로는 교섭권이 없고 저임금인 여성, 고령, 청년 노동자들의 노동 시간을 크게 늘린다”며 “유연근로를 도입하려고 했다면 최소한 야간·연장 노동의 횟수 제한, (연장근로 수당 등을 임금에 포함하는) 포괄임금제의 폐지, 노동자의 휴식 청구권 등이라도 함께 구체화해야 했다”고 말했다.

국제노동기구(ILO) 역시 2019년 ‘근로시간 배열의 균형을 위한 가이드’ 보고서를 내고 노동자의 노동 시간 선택권을 강조했다. 24시간 서비스의 팽창, 성과 단위의 근무 형태가 늘어나는 가운데 언제, 어떻게 일할 것인가가 중요한 문제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보고서는 다만 유연 근무를 ‘사용자 주도의 유연근무 제도’와 ‘노동자 지향의 유연근무제도’로 명확히 구분하고, 노동자 스스로 재량을 가지고 선택할 수 있는 제도를 설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노동자의 시간 주권을 강조했지만 이번 개편방안은 사용자 주도의 유연근무에 쏠려있다는 평가가 많다. 현재도 한국은 탄력적시간근로제 등과 같은 유연근로제를 사용할 경우 최장 6개월 동안 주 평균 40시간을 넘지 않는 선에서 최대 주 64시간까지 근무할 수 있지만, 윤석열 정부가 새롭게 노동시간 개편 방안을 내놓은 건 연장근로 관리 단위 확대가 정부의 인가가 필요한 ‘특별연장근로’나 노동 시간을 미리 확정해야 하는 ‘탄력근로제’ 등 기존의 유연근무제보다 사용자가 연장근로를 요구하기 간편하기 때문이다. 김성희 고려대 교수(노동)는 “장시간 집중 노동, 불규칙 노동을 야기할 수 있는 연장근로 관리단위 확대가 가장 큰 문제가 되는데 이를 정부가 건드리기 쉽지 않아보인다”고 말했다.

개편방안이 나오기까지 정부가 놓친 사회적 대화를 복원해야 한다는 주문도 있다. 최영기 한림대 교수(전 한국노동연구원장)는 “여성이나 청년이 원하는 형태의 노동시간 유연화나 경력 단절을 줄이기 위한 유연화도 있을 수 있다”며 “처음부터 노동계의 참여를 보장하며 재계가 원하는 유연화 뿐만 아니라 노동자가 원하는 유연화를 함께 테이블에 올려놓고 대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방준호 기자 whorun@hani.co.kr 장현은 기자 mix@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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