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물연대가 파업 중단을 선언한 5일 화물연대 서울경기지부 조합원들이 경기 의왕시 의왕내륙컨테이너 제1기지 입구에서 집회를 마친 뒤 지부사무실로 향하고 있다. 의왕/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화물연대 파업중단, 왜?
화물연대가 5일 파업을 그만둠으로써 심각한 물류대란은 일단 피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관련 법안 처리가 내년 2월로 미뤄져, 절박한 노동자들의 생존권을 앞에 두고 정부와 정치권이 핑퐁게임을 한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파업 중단은 무엇보다 국회의 ‘화물자동차 운수사업법안’ 논의가 화물연대의 요구를 수용하는 방향으로 가닥이 잡힌 데 따른 것이다. 또 파업 과정에서 일어난 방화 등 폭력행위와 물류차질에 대한 여론의 ‘역풍’에 화물연대가 부담을 느낀 탓도 있다. 이날 오후 국회 건설교통위원회 법안심사 소위원회는 이영순 민주노동당 의원 등의 ‘화물자동차 운수사업법’ 개정안을 검토한 뒤 건설교통부에 이 법의 대안을 내년 2월까지 제출하라는 중재안을 내놓았다. 국회는 대안에 화물차 수급 조절과 운임 등의 종합적인 대책을 모두 포함하라고 요구했다. 따라서 문제 해결의 책임은 다시 건교부와 관련 부처인 공정거래위, 산업자원부 등으로 넘어가게 됐다. 이영순 의원의 개정안에 포함된 표준요율제 도입과 주선료 5% 상한제를 당장 법률화할 수는 없게 됐지만, 화물연대는 이런 상황 변화에 희망을 건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앞으로 국회의 논의에서도 표준요율제나 주선료 상한제 문제가 순조롭게 처리될지는 알 수 없다. 이 화물차법 개정안을 발의한 이영순 민주노동당 의원은 “표준요율제를 정부가 받지 않으려 해 2월까지 합의를 이룰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애초 이번 파업의 원인은 정부·여당이 제공했다. 화물연대 파업의 핵심 요구였던 ‘표준요율제’와 ‘주선료 상한제’는 지난해 10월 건설교통부와 열린우리당의 당정협의에서 대책을 조속히 마련하거나 적극 검토하기로 했던 내용이었다. 이 자리에는 정장선 열린우리당 제4정조위원장과 이성권 건교부 물류혁신본부장 등이 참석했다. 이틀 뒤인 10월26일 이목희 당시 열린우리당 제5정조위원장도 이런 내용을 재확인했다. 하지만 정부·여당은 1년 넘게 법률 개정이나 정책 마련에 나서지 않고 방치하다가 화물연대의 파업을 맞게 됐다. 주선료 상한제의 원인이 된 다단계 주선 문제도 마찬가지다. 열린우리당은 지난해 10월24일 당정협의에서 “극심하게 이뤄지는 다단계(주선)를 없앨 수 있는 방안을 조속히 마련하기로 했다”고 밝혔으나 후속 조처는 없었다. 이날 브리핑에서 이영순 의원은 “화물연대 사태는 무능한 정부와 무책임한 정부·여당이 국민과 노동자를 어떻게 파산시키는지를 보여주는 가장 대표적인 사례”라고 비판했다. 화물연대는 이번 화물차법 개정안 외에 단병호 민주노동당 의원이 최근 국회에 낸 노동관계법 개정안이나, 정부와 열린우리당이 12월 중 내놓을 같은 법 개정안에도 기대를 걸고 있다. 이 법안엔 화물차 노동자 등 특수고용직 노동자의 노동삼권 보장 문제가 포함돼 있다. 김규원 조혜정 기자 ch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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