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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노동

“아이얼굴 보면 약해지지만 겪어내야 할 일상”

등록 2007-09-27 12:41수정 2007-10-10 20:43

파업100일, 이랜드 노조원 유명숙씨 하루하루
파업 연행 유치장, 다시 투쟁…‘정규적’ 거리출근
“계절은 훌쩍 가을로 들어섰다. 오늘은 비까지 내린다. 아이 밥 차려 주고 학교 보내고 나서, 나는 다시 직장이 아닌 거리로 나온다. 투쟁, 파업, 연행, 유치장…. 전에는 생각할 수도, 생각해 본 적도 없던 단어들이다. 끔찍하고 고통스럽지만 그 말들은 이제, 내가 어떻게든 겪어내야 할 일상이 됐다.”

이랜드 파업 100일, 그들은?

홈에버 시흥점 비정규직 계산원이었던 유명숙(34)씨는 그렇게 달라진 ‘일상’속에서 석 달 열흘을 보냈다. 아이와 노모, 자신 세 식구의 생계를 지켜주던 80만 원 월급도 석 달째 끊겼다.

파업 100일을 넘겼지만 희망은 보이지 않는다. 이랜드 불매운동과 매장 기습점거로 회사에 맞섰지만, 돌아온 것은 회사쪽의 100억 원 손해배상 청구소송과 가압류였다. 그나마 관심을 보여주던 신문, 방송도 이젠 파업장을 찾아오지 않는다.

유씨에게 파업은 석 달 만에 6Kg이 빠질 정도로 힘든 또 다른 ‘육체 노동’이었다. 그러나 몸이 혹사당하는 것보다 힘들고, 아픈 것은 조합원들이 하나 둘 파업장을 떠나는 것을 보는 일이다. 회사 쪽에서는 영업방해, 손해배상, 징계라는 말을 들먹이며, 시한을 주고 계속 업무 복귀를 종용했다. 그대로 돌아가면 파업 이전과 달라지는 게 하나도 없었다. 비정규직은 언제 잘릴지 모를 불안한 처지 그대로였고, 정규직은 노조탈퇴 각서를 쓰는 조건까지 붙었다. 그러나 떠나는 이들을 말리지 못했다. 당장 생계를 꾸려야하는 자신과 같은 아줌마들이 많은 직장에서, 이런 상황을 몇 달 동안 견뎌내기가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나는 언제까지 견딜 수 있을까? 어디까지 가야할까? “엄마랑 놀고 싶다”는 아이 얼굴을 보면 당장에라도 돌아가고 싶지만 이대로는 아니다. 유씨는 가끔 눈을 감고 예전으로 돌아간다. 까르푸(이랜드 홈에버가 2006년 말 인수) 시절, 입사한 지 두 달 만에 고객들에게 가장 친절한 사원으로 뽑혀 점장에게 상품권도 받고, 직원들 앞에서 박수도 받았던 기억 속으로. 10시간 서 있어도 다리 아픈 줄 모르고 열심히 내 직장을 위해 일했고, 수당을 받은 날엔 동료들에게 라면으로 한턱내며 즐거워했던 기쁨 속으로.

비정규직보호법안 시행(지난 7월1일) 몇 달을 앞두고, 비정규직 수백 명을 거리로 내몰았던 곳, 법망을 피해 식구들의 업무를 갑자기 외주용역 업체에 맡겨버린 곳. 유씨가 돌아가야 할 곳은 열심히 일한 식구들을 서류 인건비 항목으로만 분류하는 그런 곳이 아니다.


<한겨레>는 이랜드 파업 100일 무렵인 지난 12일부터 17일까지 유씨를 따라다니며 그의 일상을 그대로 영상에 담았다. 그 기간에 유씨는 경찰서에 연행돼 유치장에 갇히기도 했다. 그와 그의 동료 500여 명의 일상은 아직 ‘투쟁’중이다.

영상/은지희 피디 jheunlife@news.hani.co.kr 글/박종찬 기자 pjc@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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