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나무 /
어둔 밤 소나기는 쉴 새 없이 내립니다. 검은 우산을 쓴 아버지는 골목길에서 한참을 서성이고 있습니다. 새벽 두시, 아버지의 초조한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아무리 기다려도 아들은 오지 않습니다.
닷새 전, 밤늦도록 인터넷을 하고 있는 아들에게 심한 꾸지람을 한 게 화근이었지요. 7년 전에 심장병으로 세상을 떠난 아내 대신 혼자서 아들을 키우다 보니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습니다. 아들을 잘 키워야겠다는 강박관념 때문인지 전에 없던 잔소리 버릇까지 생긴 것이었습니다.
“민우 너, 언제 정신 차릴래? 낼 모래가 고3인 녀석이 말이야. 이번 기말고사 성적을 그 따위로 받아와 놓고는 인터넷이나 하고 있으면 어쩌겠다는 거냐? 수학점수가 54점이 뭐야? 내가 이 꼴 보자고 너 하나만 믿고 산 줄 알어?”
아들은 원망이 가득한 눈빛으로 아버지를 잠시 쏘아보았습니다. 무슨 말을 하려던 아들은 컴퓨터 코드를 확 뽑아버리고는 침대에 드러누워 이불을 뒤집어쓰는 것이었지요.
“민우 너, 보자보자 하니 이 아버지 말이 말 같지 않은 거야? 최민우, 일어나 봐!”
아들은 들은 척도 하지 않았습니다. 이불을 머리 끝까지 뒤집어 쓴 채 꼼짝도 하지 않았지요. 아버지 말을 무시하는 듯한 아들을 보자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올랐습니다. 아버지는 이불을 확 걷어붙였습니다.
“저를 그만 내버려 두시란 말예요!” “엇다대고 이 녀석이! “ 화를 참지 못한 아버지는 순간 아들의 뺨을 힘껏 후려치고 말았지요. 아버지와 아들은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잠시 어안이 벙벙한 모습이었습니다. 눈에서 새파란 불꽃이 튈 정도로 아버지를 노려보던 아들은 그대로 쏜살같이 집 밖으로 뛰쳐나가고 말았습니다. “민우야! 야! 최민우!”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밤거리를 헤매며 아버지는 새벽까지 아들을 찾아 헤맸지요. 친구들 집에 연락도 해보았지만 소용이 없었습니다. 아들은 핸드폰도 돈도 가져가지 않았지요. 아들이 배고픔에 시달릴 것을 생각하니 심장을 칼로 저미는 것 같았습니다. 그까짓 시험점수가 뭐 대수라고, 아버지는 아들의 뺨을 때린 자신의 손을 내려다보았습니다. 아들을 잃고 천하를 얻은들 무슨 소용이겠습니까. 엄마 없이도 밝게 자라준 아들이었습니다. 아들만 무사히 돌아와 준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새벽 세시가 되도록 아들을 기다리던 아버지는 힘없이 돌아섭니다. 그때였지요. “아빠!” 그렇게도 듣고 싶던 아들의 목소리였습니다. 아버지는 우산을 집어던지고 아들을 와락 끌어안았습니다. “민우야! 이렇게 무사히 돌아와 줘 고맙다. 미안하다. 민우야!” 김옥숙/소설가
“저를 그만 내버려 두시란 말예요!” “엇다대고 이 녀석이! “ 화를 참지 못한 아버지는 순간 아들의 뺨을 힘껏 후려치고 말았지요. 아버지와 아들은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잠시 어안이 벙벙한 모습이었습니다. 눈에서 새파란 불꽃이 튈 정도로 아버지를 노려보던 아들은 그대로 쏜살같이 집 밖으로 뛰쳐나가고 말았습니다. “민우야! 야! 최민우!”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밤거리를 헤매며 아버지는 새벽까지 아들을 찾아 헤맸지요. 친구들 집에 연락도 해보았지만 소용이 없었습니다. 아들은 핸드폰도 돈도 가져가지 않았지요. 아들이 배고픔에 시달릴 것을 생각하니 심장을 칼로 저미는 것 같았습니다. 그까짓 시험점수가 뭐 대수라고, 아버지는 아들의 뺨을 때린 자신의 손을 내려다보았습니다. 아들을 잃고 천하를 얻은들 무슨 소용이겠습니까. 엄마 없이도 밝게 자라준 아들이었습니다. 아들만 무사히 돌아와 준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새벽 세시가 되도록 아들을 기다리던 아버지는 힘없이 돌아섭니다. 그때였지요. “아빠!” 그렇게도 듣고 싶던 아들의 목소리였습니다. 아버지는 우산을 집어던지고 아들을 와락 끌어안았습니다. “민우야! 이렇게 무사히 돌아와 줘 고맙다. 미안하다. 민우야!” 김옥숙/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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