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가 지난 1일 정부과천청사 인근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출근하고 있다. 강창광 선임기자 chang@hani.co.kr
김효재 위원장 직무대행 체제의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가 지난 21일 권태선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을 해임하고 공석인 한국방송 이사 자리에 황근 선문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를 추천하는 것으로 5기 방통위의 공식 업무를 마쳤다.
현재 남아 있는 방통위원 3인 중 김 직무대행과 야당 추천 김현 상임위원의 임기는 23일까지다. 윤석열 대통령이 야당의 반발을 뚫고 이동관 방통위원장 후보자 임명을 강행하면, 차기 방통위는 이 후보자와 이상인 상임위원의 2인 체제로 첫발을 내디딘다. 그 시기는 이르면 이번 주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동관 후보자는 야당과 언론·시민단체로부터 ‘언론 장악 기술자’로 지목받아 왔다. 지난 18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도 공영방송을 겨냥해 ‘권력과 자본이 아니라 노조(노동조합)로부터의 독립’이 필요하다고 강변하는가 하면, ‘정보 시장도 경쟁 체제 속에서 소비자가 선택하도록 하는 것이 옳다’며 민영화 추진 의지를 드러냈다. 그가 이끄는 6기 방통위 체제에서 방송의 공정성 및 미디어 공공성이 크게 훼손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 공영방송 경영진 교체 가속화 전망
이 후보자는 국회 청문회에서 방송사 재허가·재승인 제도와 관련해 “공영방송은 솔직히 폐지한다는 게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게 아니냐. 케이비에스(KBS)같은 경우는 문제가 생기면 경영진을 문책하는 게 맞다”고 밝혔다. 반면 민영방송에 대해서는 “어떤 기준을 넘으면 재허가·재승인 제도를 굳이 이렇게 운용할 필요가 있을까 생각한다”며 규제 완화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 후보자의 발언을 종합해보면, 6기 방통위는 현재 진행되고 있는 공영방송 이사진 교체 작업에 더해 경영진 교체까지 중단 없이 밀어붙일 가능성이 크다. 이미 한국방송 이사회의 경우 야권 성향 남영진 이사장과 윤석년 이사가 해임됐고, 여권 성향 서기석·황근 보궐 이사가 그 자리에 임명된 상태다.
윤석열 정부 출범 전까지 여야 4 대 7이었던 한국방송 이사회의 구도가 6 대 5로 뒤집힌 만큼, 김의철 사장 해임 제청안 처리에는 아무런 걸림돌이 없다. 김 사장은 현 정부 출범 이후 여당과 보수 성향 한국방송 노동조합의 퇴진 압박을 받아 왔다. 한국방송 이사회는 23일 임시이사회를 열어 이사장을 선출한 뒤 이르면 이달 말, 늦어도 다음달 초에는 김 사장 해임 절차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문화방송(MBC)도 한국방송과 비슷한 방식의 경영진 교체 위기에 직면해 있다. 문화방송 대주주인 방문진의 권 이사장이 이미 해임된데다 또 다른 야권 성향 김기중 이사가 다음달 11일 방통위의 해임 청문을 앞두고 있다. 권 이사장에 이어 김 이사까지 해임되고, 그 자리를 여권 이사가 채운다면 방문진의 여야 구도는 기존 3 대 6에서 5 대 4로 역전된다.
이렇게 되면 안형준 문화방송 사장에 대한 해임안 처리도 언제든 가능해진다. 안 사장은 주식 차명 소유 의혹(업무방해 혐의)과 관련해 지난 3월 보수성향 문화방송 노동조합으로부터 고발된 상태다. 한국방송 사장 해임은 이사회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문화방송 사장 해임은 방문진이 결정할 수 있다.
■ 민영화·규제 권한 활용, 여론통제 우려
한국방송·문화방송 경영진 교체와 함께 와이티엔(YTN) 민영화 추진도 6기 방통위에선 더욱 속도를 높일 것으로 보인다. 현 정부 출범 이후 공기업 지분(총 30.95%)을 매각하는 방식으로 추진되고 있는 와이티엔 민영화는 현재 매각 주관사까지 정해진 상태다.
와이티엔 내부에서는 이 후보자가 방통위원장에 임명되면, 그동안 미뤄진 매각 공고가 조만간 나올 것으로 보고 있다. 와이티엔 지분을 사들여 경영권을 행사하려면 방통위의 최다액 출자자 변경 승인이라는 관문을 넘어야 하는데, 이동관 체제의 방통위는 걸림돌이라고 보기 어렵다.
윤 대통령이 강조해왔던 ‘가짜뉴스’ 대응도 이 후보자와 6기 방통위의 핵심 과제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 후보자는 청문회를 앞두고 국회에 낸 서면 답변서 등에서 가짜뉴스 확산 방지 및 포털 신뢰성 제고 필요성을 유독 강조했다.
5기 방통위에서도 지난달 네이버의 뉴스 검색 알고리즘과 관련해 실태 점검에 나서는가 하면, 포털 알고리즘투명성위원회와 뉴스제휴평가위원회 법제화를 연내에 추진하겠다고 여러 차례 밝혀왔다. 6기에서는 내년 총선을 앞두고 네이버와 카카오 등 포털에 대한 압박 수위를 더욱 끌어올릴 가능성이 크다.
이 후보자와 여권은 공영방송 경영진 교체와 민영화, 가짜뉴스 대응 등이 ‘방송 정상화’와 미디어 투명성 강화를 위한 조처라고 주장하지만, 언론계와 전문가 평가는 다르다. 김동찬 언론개혁시민연대 정책위원장은 22일 현 정부의 공영방송 경영진 교체 시도 등과 관련해 “단기적으로는 보도의 공정성 등 저널리즘의 품질 악화라는 부작용을, 장기적으로는 공영방송에 대한 신뢰와 지속가능성 훼손이라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며 “가짜뉴스 대응을 표방한 포털에 대한 통제도 일방적으로 밀어붙인다면 언론과 시민의 표현의 자유를 크게 위축시키는 결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최성진 기자
csj@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