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 기관장들이 답변하고 있다. 앞줄 오른쪽 두번째가 류희림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위원장이다. 연합뉴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가 명확한 법적 근거 없이 자의적 판단 아래 인터넷 언론 심의에 나서고 있다는 논란이 커지자, 류희림 방심위원장이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도 심각한 허위 보도를 한다면 (통신)심의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는 ‘조선일보나 중앙일보 등 종이신문 인터넷판은 심의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류 위원장 본인의 발언을 불과 보름만에 스스로 뒤집은 발언이어서 논란이 예상된다.
류희림 위원장은 이날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 종합감사에서 “인터넷 언론, 인터넷 기사에 대해 지난번에 제가 말씀드린 것은 ‘거기까지 심의한다는 건 너무 과대한 확대 해석이다, 그리고 또 그쪽은 자체 심의 규정이 있다’ 이렇게 이야기했을 뿐”이라며 뒤이어 “예를 들어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라도 진짜 심각한 허위조작 콘텐츠를 (보도)한다면 그것은 심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류 위원장의 이날 발언은 뉴스타파만이 아니라 신문법(2조) 상 ‘인터넷 신문’으로 규정된 종이신문 인터넷판도 예외없이 방심위의 통신심의 대상에 해당한다는 주장으로 받아들여진다. 뉴스타파는 대선 직전에 내보낸 ‘김만배-신학림 녹취파일’ 보도와 관련해 지난 11일 방심위의 통신심의를 받았다. 인터넷 언론 기사에 대한 심의는 2008년 방심위 출범 이후 뉴스타파가 처음이다.
앞서 류 위원장은 지난 10일 과방위 국정감사에서 “조선일보나 중앙일보 등 종이신문 인터넷판도 통신망을 통해 전송되는데, (이런 매체까지) 방심위에서 심의하겠다는 취지냐”는 야당 의원의 질의에 “굉장히 과도한 해석”이라며 부인했다. 아울러 “그런 언론사에는 자체 심의규정이 있다”고 덧붙이며 이들 매체가 방심위의 통신심의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내용의 답변을 내놓은 바 있다.
이어 19일 한국인터넷신문협회를 방문한 자리에서도 류 위원장은 “방심위가 인터넷 신문이 생산하는 모든 콘텐츠를 심의하는 것처럼 오해되는 측면이 있는데, 협회 등에 소속된 제도권 언론은 자율규제가 원칙”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방심위의 인터넷 언론 심의 대상에는 ‘(제도권 언론이 아니라) 규제의 사각지대에서 심대한 사회적 혼란을 야기하는 허위조작 콘텐츠’만 해당된다는 게 그가 제시한 심의 기준이었다.
한편 전국언론노동조합(언론노조) 등 언론·시민사회단체는 이날 오전 류 위원장이 명확한 법적 근거 없이 자의적 판단 아래 인터넷 언론 심의를 강행하고 있다며 서울남부지검에 직권남용 혐의로 고발했다. 언론노조 등은 뉴스타파의 ‘김만배-신학림 녹취파일’ 보도에 대한 방심위 심의를 ‘명백한 위법이자 위헌적 검열 시도’로 규정하며 “(류 위원장이) 방심위에 심의 권한이 없는 인터넷 언론 보도에 대한 심의 절차 진행을 지시하고, 방심위 직원들과 뉴스타파에게 법령 상의 의무가 없는 직무와 의견진술을 하도록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최성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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