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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인권·복지

정부 또 ‘숨은 세 모녀’ 찾겠다는데....“복지 인력 턱없이 부족”

등록 2022-08-25 00:20수정 2022-08-26 02:50

복지부, 위기가구 발굴 대책 마련
경찰과 협업해 소재지 파악 검토
1년 이상 건보료 연체 가구 점검
위기 발굴 위한 수집 정보 확대
발굴 시스템 강화 대책 되풀이

지자체 공무원 의견 들어보니
인력 부족 해소 방안 없고
전입신고 안된 취약층 지원
사후 책임 문제로 꺼릴 수도
빚 독촉으로 숨어 살았다면
‘찾아내겠다’ 접근 되레 부담
암ㆍ희귀병 투병과 생활고에도 불구하고 복지서비스의 도움을 받지 못하고 세상을 떠난 ''수원 세 모녀'' 빈소가 24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권선구 수원중앙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되고 있다. 세 모녀의 장례는 수원시 공영장례로 치러진다. 연합뉴스
암ㆍ희귀병 투병과 생활고에도 불구하고 복지서비스의 도움을 받지 못하고 세상을 떠난 ''수원 세 모녀'' 빈소가 24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권선구 수원중앙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되고 있다. 세 모녀의 장례는 수원시 공영장례로 치러진다. 연합뉴스

정부가 ‘수원 세 모녀 사망 사건’을 계기로 경찰 수사력을 통해 경제적 위기에 처한 가구의 위치 파악에 나서기로 했다. 위기가구를 포착해 복지 지원을 하기 위한 수집정보도 현재 건강보험료 체납, 단전, 단수 등 34가지에서 39가지로 확대한다. 주로 숨은 위기가구를 찾겠다는 대책이다. 그러나 부족한 지원 인력, 주민등록상 주소지를 근간으로 한 지원 체계, 부채를 고려하지 않고 소득·재산을 중심으로 한 복지 제도 등 종합적인 보완 없이 ‘위기가구 발굴’에만 초점을 맞춰서는 촘촘한 사회안전망을 짜는 데 한계가 있다.

24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권선구 수원중앙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암·희귀병 투병과 생활고에도 불구하고 복지서비스의 도움을 받지 못하고 세상을 떠난 ‘수원 세 모녀’ 빈소에 시민들이 찾아와 조문하고 있다. 연합뉴스
24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권선구 수원중앙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암·희귀병 투병과 생활고에도 불구하고 복지서비스의 도움을 받지 못하고 세상을 떠난 ‘수원 세 모녀’ 빈소에 시민들이 찾아와 조문하고 있다. 연합뉴스

24일 보건복지부는 복지 사각지대 발굴·지원 체계 개선을 위한 전문가 간담회를 연 뒤 “행정안전부·경찰청·금융위원회 등과 협업해 취약층 집중 발굴 대책을 수립하겠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는 경찰과 정보 공유로 실종 아동·치매노인 찾기와 비슷한 제도 도입을 검토할 계획이다. 수원 세 모녀처럼 실제 사는 집과 주민등록상 집 주소가 달라, 관할 지자체 주민센터 방문조사에서 연락이 닿지 못한 취약층을 찾아 지원하겠다는 취지다. 1년 이상 건보료 연체 세대에 대한 점검도 추진한다. 지병과 생활고를 호소하는 유서를 남긴 수원 세 모녀는 지난해 2월부터 올해 7월까지 18개월 동안 매달 연체료까지 덧붙여진 35만4320원의 건보료를 내지 못했다.

정부는 2014년 ‘송파 세 모녀’ 사망 사건을 계기로 사회보장급여의 이용·제공 및 수급권자 발굴에 관한 법률(사회보장급여법)을 제정했고, 사회안전망 밖에서 목숨을 잃는 이들이 발견될 때마다 정보 수집 확대 등 발굴시스템 강화를 주요 대책으로 내놓았다. 그러나 송파 세 모녀 사건과 유사한 비극은 지속해서 이어졌다.

복지행정의 최일선인 주민센터 공무원들은 위기가구를 감지하더라도 이들의 삶을 뒷받침할 인력과 자원이 부족한 점을 문제로 꼽는다. 경기도 지역 한 사회복지 담당 공무원은 “아무리 정보가 많아도 빈틈이 있어 집집마다 방문해야 사각지대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되지만 이를 위한 인력이 턱없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지자체 인력 사정을 잘 아는 한 복지전문가는 “문재인 정부 때 사회복지직 공무원을 1만명 이상 늘렸지만, 코로나19 유행으로 인한 인력 파견 등을 감안하면 실제 증가한 인원이 없다고 봐야 한다”며 “공무원 입장에선 정해진 정부 예산을 초과할까봐 (지원 여부를) 보수적으로 판단하는 경우도 많다”고 짚었다.

현실적으로 위기 징후가 있는 가구가 너무 많아 지자체 주민센터가 일일이 조사하기도 어렵다. 수원 세 모녀의 경우 건보료 체납 사실이 확인된 지 13개월 만에 지자체의 첫 방문조사가 이뤄졌다. 복지부에 따르면 2022년 3차 위기가구 조사(5월 9일~7월 1일) 당시 건보료 16개월 이상 체납자는 약 50만명, 34종 가운데 1종 이상 위기 정보가 입수된 인원은 약 544만명에 달한다. 2020년 기준 전국 사회복지 담당 공무원은 4만2932명으로, 전체 공무원 가운데 14.9%이다.

주민등록상 주소가 다른 지자체인 취약층에게 국비뿐 아니라 지방비로 재원을 마련한 복지 제도 적용 결정은 쉽지 않다거나, 사후 감사 등 책임 문제가 발생할 수 있어 적극적 지원을 꺼린다는 의견도 나왔다. 경기도 지역 사회복지 담당 공무원은 “전입신고가 되지 않은 취약층을 발견한다면 관할 지자체로 연결하는 게 최선이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2017년 시군구 및 읍면동 사회복지 담당 공무원 400명 조사 결과를 보면 복지 사각지대 발생 원인으로 “대상자가 몰라서”(46.2%) 다음으로 “선정 기준이 엄격해서(22%)” 라는 답이 많았다. (‘사회보장제도 수급자 선정 적격성 제고 및 사각지대 축소를 위한 모니터링’ 연구보고서) 구인회 서울대 교수(사회복지학)는 “지금처럼 정부가 선정 기준이나 행정 절차를 엄격하게 해놓으면 사람들은 자신이 도움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지 못한다”며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수원 세 모녀가 빚 독촉을 피해 사는 곳을 숨길 수 밖에 없었다는 정황이 있다. 부채와 가난 탓에 심리적으로 위축된 취약층에겐 ‘찾아내겠다’는 접근은 되레 부담일 수 있다. 주민등록상 주소로 둔 지인 집이 위치한 경기도 화성시 기배동의 한 주민은 <한겨레>와 만나 “2000년대 초 아버지 사업이 부도가 나면서 세 모녀 가족이 빚에 시달렸다”며 “이 마을도 빚쟁이들에 쫓겨 부랴부랴 나간 것”이라고 전했다. 복지부가 위기가구 발굴을 위해 수집하는 정보에는 ‘최근 2년 100만원 이상 1천만원 이하 은행권·대부업 채무 현황’도 있는데 세 모녀의 경우 빚을 진 흔적이 없다. 단, 1천만원이 넘는 빚이나 개인 간 채무가 있는 경우엔 위기정보로 수집되지 않으므로 이들의 부채 정보가 누락됐을 가능성도 있다.

권지담 기자 gonji@hani.co.kr 장현은 기자 mix@hani.co.kr 임재희 기자 limj@hani.co.kr 손지민 기자 sj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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