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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온 가족 장학금’에서 ‘방석집 논문심사’까지…김인철 사퇴에 “사필귀정”

등록 2022-05-03 15:33수정 2022-05-04 11:01

‘온가족 장학금’에서 ‘방석집 논문심사’까지 잇딴 의혹
‘거짓 해명’ 논란 키워…정치권 “오히려 늦은 결정”
'온가족 장학금' 혜택에 이어 제자논문 표절 의혹을 받는 김인철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가 3일 오전 서울 여의도 한국교육시설안전원에 마련된 후보자 사무실 앞에서 사퇴 입장을 밝힌 뒤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온가족 장학금' 혜택에 이어 제자논문 표절 의혹을 받는 김인철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가 3일 오전 서울 여의도 한국교육시설안전원에 마련된 후보자 사무실 앞에서 사퇴 입장을 밝힌 뒤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4월13일 지명 이후 21일 동안 김인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를 둘러싼 부정·비리 의혹은 끊이지 않았다. ‘양파 껍질’ ‘고구마 줄기’라는 말이 나올 정도의 갖은 의혹에도 버티기로 일관하던 김 후보자는 ‘온 가족 풀브라이트 장학금 특혜 의혹’ 이후 여론의 압박을 견디지 못하고 3일 자진 사퇴했다.

국민적 공분을 가장 크게 자아낸 건 온 가족 풀브라이트 장학금 특혜 의혹이었다. 본인과 배우자가 풀브라이트 장학금을 받은 데 이어 김 후보자가 한국 풀브라이트 동문회장(2012~2015년)이던 때 딸이 1억원 가량의 장학금을 수령했으며, 아들 역시 풀브라이트 장학생으로 선발된 사실이 확인된 것이다. 아들이 장학금을 받은 2016년은 김 후보자가 동문회 주축으로 만든 한미교육문화재단의 감사(2009~2011년, 2014~2018년)를 맡던 때였다. ‘아빠 찬스’, ‘장학금 대물림’ 논란이 거세지자 김 후보자는 “동문회장은 장학생 선발에 관여하는 것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고 해명했지만, 풀브라이트 동문회장과 장학생 선발을 담당하는 한미교육위원단 위원은 겸임이 가능할 정도로 밀접한 교류가 있었던 것으로 확인돼 ‘거짓 해명’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김 후보자의 아들은 입사용 이력서에 한국 풀브라이트 장학 프로그램에 참여한 교수들과 공저한 논문을 기재해, 김 후보자가 장학금 선발뿐 아니라 입사 과정에서도 ‘풀브라이트 인맥’을 동원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사퇴 전날 터진 ‘제자 논문 짜깁기’, ‘방석집 논문 심사’ 의혹이 결정타였다는 분석도 있다. 지난 2일 서동용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김 후보자가 2000년 학술지에 게재한 연구논문이 김 후보자의 제자 이성만씨의 박사 논문을 그대로 베낀 ‘요약본’ 수준이라고 주장했다. 김 후보자는 해당 논문으로 학술진흥재단 연구비까지 수령했다. 또 제자 이씨는 자신의 저서 ‘비교하지 마라, 하나뿐인 삶’에서 지도교수인 김 후보자의 승낙으로 본인의 박사학위 최종 논문 심사를 이른바 ‘방석집’이라 불리는 고급 음식점에서 진행했다고 적었다. 김 후보자는 ‘방석집 논문 심사’ 의혹에 대해서는 마지막까지 해명을 내놓지 않았다.

2014년부터 올해 초까지 8년 동안 재임한 한국외대 총장 시절도 논란으로 점철됐다. 김 후보자는 2019년 교육부로부터 받은 회계부분 감사에서 경징계 5건을 포함, 모두 14건에 이르는 개인 징계 처분을 받았다. 주요 징계 사유에는 프로골프 김인경 선수에 대한 학점 특혜, 업무추진비(법인카드) 부당 사용, 존재하지 않는 연구물로 연구비 수령 등 김 후보자의 개인 비위가 포함돼 있었다. 김 후보자가 업무추진비로 썼다가 끝내 업무 관련성을 입증하지 못해 학교에 토해낸 돈만 2000만원에 달한다.

김 후보자는 대학 총장으로 있으면서, 매우 이례적으로 대기업(롯데첨단소재) 사외이사를 겸직하고 1억여원의 보수를 받기도 했다. 대학교수가 사외이사를 겸직하려면 총장의 허가를 받아야 하는데, 본인이 총장이었던 김 후보자가 ‘셀프 겸직 허가’를 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에 김 후보자는 “셀프 허가는 아니며 이사장의 승인을 받아 겸직했다”고 해명했지만 학교법인의 승인 절차를 밟은 건 이미 사외이사 임기가 시작된 이후였다. 이 밖에 ‘금수저 학부모’ 전수조사 시도, 성희롱 의혹 교수 옹호 탄원서 참여 등도 총장 시절 ‘흑역사’로 꼽힌다.

무엇보다도 교육자로서 자질이 부족했다는 평가도 있다. 김 후보자가 총장 시절 학생들을 향해 “내가 니 친구야?” “가만히 있어” 등 반말로 윽박지르는 모습이 공개됐기 때문이다. 한국외대 서울캠퍼스 총학생회는 지난달 27일 기자회견을 열고 “김 후보자가 대학에서 보여 준 불통 행정을 교육부에서 다시 마주할 수는 없다”며 김 후보자의 사퇴를 요구하기도 했다.

사학 비리 옹호 발언도 논란이었다. 김 후보자는 지난해 5월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 회장 자격으로 고등교육 관련 국회 공청회에 참석해 “사립대학에 설사 비리가 어느 정도 상존한다 하더라도 (정부가) 재정을 지원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7월 열린 대교협 하계 세미나에서 국립대학 ‘교육·연구 및 학생지도비’를 부당 지급받은 이들에 대해 사실상 감사를 무마해달라는 요구를 교육부에 공개적으로 했던 사실도 드러났다.

김 후보자가 자진사퇴하자 이수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이날 국회에서 브리핑을 열고 “사필귀정”이라며 “함량 미달의 국무위원 후보자를 내정한 윤석열 당선자의 책임이 크다”고 지적했다. 이은주 정의당 원내대변인도 “사퇴는 당연한 수순이며 오히려 늦은 결정”이라며 사퇴를 반겼다.

이유진 기자 yj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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