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대학수학능력시험의 시험 난이도를 지적한 뒤 교육부 대입국장 교체, 출제기관 감사 등의 파장이 이어지고 있다. 사진은 지난 16일 서울 대치동 학원가 모습.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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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와 국민의힘이 19일 당정협의회를 통해 사교육비 경감 방안을 내놓으면서 ‘사교육비 유발 주범’으로 꼽은 게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에서의 이른바 ‘킬러 문항’(초고난도 문제)이다. 국회 교육위원회 여당 간사인 이태규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당정협의회 뒤 “(수능의) 킬러 문항이 학생들을 사교육으로 내모는 근본 원인”이라고 짚었다.
수능에서 변별력을 확보하기 위해 공교육 범위를 벗어난 ‘킬러 문항’이 출제돼왔고, 이 문제 해결을 위해 사교육 경쟁이 벌어지면서 여기에 들어가는 비용이 늘어나는 악순환이 핵심 요인이란 게 당정의 진단인 셈이다. 앞서 지난 15일 윤석열 대통령이 “공교육 교과과정에서 다루지 않는 분야의 문제는 수능 출제에서 배제하라”고 지시한 뒤, 나흘 만에 주무 부처인 교육부뿐 아니라 여당까지 수능 난도 잡기에 적극 나선 모양새다.
교육부는 초고난도 문제를 없애면서도, 변별력을 확보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은 이날 “대학 교수도 풀지 못할 정도로 문제를 내는 사례가 많았다. 이런 것은 정말 없어져야 한다"며 “적정 난이도가 확보되도록 출제 기법을 고도화하기 위한 시스템을 점검하겠다”고 말했다. 다만 세부 방안과 관련해서 그는 “(6월 모의평가의 문제점을) 분석 중에 있다. 그동안 사실 철저한 분석을 안 했는데, 이번부터 어떤 문제가 있었는지 소상하게 말씀드리겠다”고만 설명했다.
교육계에선 단순히 킬러 문항을 줄인다고 사교육비가 경감되는 게 아니라고 지적한다. 실제 교육부는 최근 발표에서 사교육비 증가의 주요 원인을 “코로나19 장기화로 학교 대면 교육이 축소되면서 학습 결손 우려가 커진 탓”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또 2021년 이후 교육 공정성 이슈가 확산하는 과정에 정시 전형이 확대되면서 사교육이 크게 증가했다는 분석도 있다. 입시 경쟁 과열뿐 아니라 학원 대책, 고교 서열화에 따른 교육 불평등, 대학 서열이 임금 격차로 이어지는 사회적 인식 등이 복잡하게 얽히고설켜 있다는 것이다.
장승진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정책위원은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사교육비 확대의 근본 원인은 좋은 대학을 가야만 하는 사회 구조다. 한쪽으론 자사고·외고·국제고 존치 등 서열화를 강화하는 정책을 펼치면서, 수능 킬러 문항을 줄여 사교육 경감을 하겠다는 방침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올해 수능이 5개월 밖에 남지 않은 시점이라 당장 수험생과 학부모들은 혼란스러워 하고 있다. 서울 마포구에 사는 3수 수험생의 학부모는 <한겨레>에 “(갑자기 수능이 쉬워지면) 한번의 실수가 큰 피해를 줄 수 있다. 수능 난도 문제가 논란으로만 그치고 원래 제자리로 돌아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서울 강남 지역의 또다른 학부모는 “6월 모의고사 성적표를 바탕으로 9월 모의고사를 치르고, 수능을 대비하는 게 고3 수험생의 기본인데 성적표도 못 받은 상황에서 이런 일이 생겨 혼란스럽다”고 걱정했다.
공교육 과정 안에서 대입을 치르도록 하겠다는 정부 방침에 찬성하는 목소리도 있다. 이윤경 참교육학부모회 회장은 “수능이 학교 수업만으로 풀 수 있게끔 출제되는 방향은 맞다고 본다”며 “다만 수능이 상대평가로 이뤄지는 이상 0.00001% 차이를 가려내고 줄을 세울 수밖에 없지 않나. 킬러 문항을 안 내는 것만으로 사교육이 잡히는 것은 아니어서 충분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부의 오락가락하는 태도가 오히려 사교육을 부추길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정부의 첫 메시지는 ‘쉬운 수능’을 예측하게 했는데, 다시 변별력은 있게 하겠다고 발표해 현재로선 어떠한 가능성도 예측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박고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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