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15일 교육부는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반도체 산업 생태계와 인재수요’를 주제로 토론회를 진행했다. 연합뉴스
정부가 대학 규제 완화로 ‘반도체 인재 15만명’을 양성하겠다는 계획을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지난 1년 반도체 관련 학과가 80개 가까이 늘어난 반면 관련 학과 전임교수 수는 오히려 감소한 걸로 나타났다. 대학들이 교육·연구 환경 개선 없이 무작정 학과 수만 늘리는 부작용이 나타난다는 비판이 나온다.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김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3일 교육부에서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반도체 관련 학과(기계·기전·반도체 및 세라믹·신소재·재료·전자공학 계열)가 있는 대학교는 올해 4월 기준 309곳으로, 이들 학교의 반도체 관련 학과는 1421개(학부와 대학원 따로 집계)로 집계됐다. 정부가 지난해 7월 ‘반도체 관련 인재양성 방안’을 발표하기 이전인 지난해 4월에 견줘보면 관련 학과는 76개 늘었다. 반면 해당 과의 전임교수는 같은 기간 5094명에서 5075명으로 되레 19명 감소했다.
학과 수는 늘어난 반면 대학에 정식으로 속해 교육과 연구를 이어갈 만한 전임교수는 줄어든 ‘기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반도체 관련 인재양성 방안은 대학이 반도체 관련 학과를 만들 때 전임 교원 기준을 완화하고, 수도권 대학의 입학 정원 규제 또한 풀어 반도체 학과 증설을 확산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 결과 전임교수가 한명도 없는 반도체 관련 학과도 984개(69.2%)에 이르는 걸로 집계됐다. 즉 반도체 학과 10곳 중 7곳에서는 비전임교수(대학에서 전일제로 근무하지 않는 겸임·초빙·객원·대우교수 등)가 강의하거나, 학부나 대학원 한쪽에 속한 교수가 번갈아 오가며 학생을 가르친다는 의미다. 교육의 질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안기현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전무는 “각 대학에 반도체 인재 양성을 위해 프로그램을 중장기적으로 책임지고 운영할 전임교수는 당연히 필요하다”며 “학과·학생만 늘리면 수업과 연구의 질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반도체 인재양성 방안 발표 당시 우려했던 ‘수도권 쏠림’ 현상도 확인됐다. 특히 경기도에서 반도체 관련 학과가 1년 사이 128개에서 187개로 46% 늘었는데 동시에 전임교수가 한명도 없는 학과도 76개에서 115개가 됐다. 오랫동안 입학 정원 규제에 묶여 있던 수도권 대학들이 규제 완화 혜택을 받기 위해 기본적인 교육 자원이 확보되지도 않은 상태에서 일단 학과부터 개설한 것으로 풀이된다.
김영호 의원은 “반도체 인력 부족의 주요한 원인은 학생들을 전문적으로 가르칠 교수가 없는 것”이라며 “반도체 전임교수 확보를 위한 특별한 대책 없이는 반도체 인력양성 계획은 공염불에 그칠 우려가 있다”고 짚었다.
박고은 기자
euni@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