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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강요하는 정직, 끌어내는 정직

등록 2008-10-26 16:59

남관희의 학부모코칭
남관희의 학부모코칭
진로·진학
남관희의 학부모코칭 /

초등학교 5학년 아이가 학교에서 가끔 아프다며 그때마다 양호실에 가겠다고 하는 상황을 생각해 보자. 아이는 “선생님, 오늘 수업은 아파서 못하겠습니다”라고 말한다. 이때 우리가 교사라면 뭐라고 얘기할 것인가 생각해 보자. “너는 늘 제대로 하지도 않고 아프다는 핑계만 대는데, 공부하러 학교 온 거냐, 양호실 가려고 온 거냐?” 아니면 “쓸데없는 소리 말고 공부나 해. 그 정돈 참을 수 있어. 요즘 애들은 무슨 엄살이 그리 많니?”라는 말을 하고 싶지는 않은가?

하지만 이렇게 말해 줄 수도 있다. “네가 어지간해서는 수업 못하겠다고 하지 않을 애인데, 그런 네가 아파서 수업을 못하겠다고 하는 걸 보니까 정말로 아파도 이만저만 아픈 게 아닌가 보구나.” 또는 “그래도 너니까 지금까지 참고 공부한 것 아니냐?” 어떤 교사가 학생들의 존경을 받고 신뢰를 받을까? 누가 수업할 때 학생들의 사기가 높아지고 공부의 성취도가 높아질까?

우리는 아이를 키우며 필요 없이 수사관이 된다. 사실을 꼬치꼬치 따져 물어 정확한 것을 알고 아이에게 면박을 주는 것이 정말 필요한 일인가? 아니면 아이의 심정을 알아주고 배려해줘서 스스로 생각하게 하고 바른 길로 가게 돕는 일이 필요한 일인가? 감정이 올라오면 이성적으로 생각할 공간이 없어진다. 그런 아이에게 사실을 가지고 덤벼들면 아이는 당연히 반사적인 반응을 보이며 대화가 힘들게 된다. 이러면 부모가 주고 싶은 메시지가 제대로 전달될 리가 없다.

우리가 언제 수사관이 될까. 첫째, 아이가 약속을 어기면 우리는 사정을 들어보기보다 약속 어긴 것에 대해 엄중한 심판을 하기 시작한다. 우리 아이도 약속을 잘 지키고 싶어 하는 아이라는 것을 믿으면 반응이 달라질 수 있다. “(너도 약속을 잘 지키고 싶었을 텐데) 무슨 일이 있었니?” 라고 물어보자. 상황을 충분히 이해한 다음에 하고 싶은 말을 해도 늦지 않다.

둘째, 우리 아이가 변명을 하거나 거짓말을 한다고 생각하면 참기 힘들어 하며 진실 공방으로 바로 들어가게 된다. 그러나 아이가 변명이나 거짓말을 한다는 것은 본인이 한 행동이 잘못된 것을 정확하게 안다는 것이다. 본인이 잘못한 것을 아는 아이에게 무슨 말을 더 할 것인가? 상황을 잘 들은 다음에 전하고 싶은 메시지를 아주 간단하게 전달하면 된다. 예를 들면 이렇게 말해 보자. “그럴 만한 상황이었던 것은 알겠지만, 나는 네가 어떤 상황에서도 약속을 지키는 사람이면 좋겠구나.”

셋째, 아이들이 말하고 싶지 않은 것을 알고 싶을 때 우리는 수사관이 된다. 우리는 아이가 누구와 친한지, 공부 잘하는 아이와 어울리는지, 이성 친구가 있는지, 학원 빼먹고 딴짓을 하지는 않았는지 궁금한 것들이 많다. 말하고 싶지 않은 것을 말하게 하는 노력은 하면 할수록 관계만 멀어진다. 아이들의 심정을 잘 알아주면 조금씩 이야기할 것이다.


정직은 정말로 중요한 가치다. 그러나 정직을 ‘강요’하면 오히려 정직함으로부터 멀어질 위험이 있다. 어떤 상황에서도 지지받는다는 확신이 들 때 우리 아이들은 스스로 정직해질 것이다.

남관희 한국리더십센터 전문교수, 한국코칭센터 전문코치 khnam@ekl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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