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중사 부모 “국방부 수사의지 안느껴져…국정조사 요청”

숨진 공군 성추행 피해자 유족 기자회견

28일 경기도 성남시 국군수도병원 장례식장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공군 성추행 피해자 이아무개 중사의 가족. 채윤태 기자

성추행 피해 신고 뒤 숨진 공군 이아무개 중사의 부모가 “국방부의 수사 의지가 느껴지지 않는다”며 국회 국정조사를 요청했다.

이 중사의 아버지와 어머니는 28일 경기 성남시 국군수도병원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실체적 진실을 밝히기 위해서는 지금의 국방부 수사본부(조사본부)와 감사관실 차원의 조사는 부적절하고, 국정조사가 불가피하다”며 “이제라도 국정조사를 통해 진실을 밝혀주시기를 간곡히 요청드린다”고 밝혔다. 이 중사 아버지는 “군 최고 통수권자인 문재인 대통령님께서는 저희 부부를 방문하셔 국방부 장관에게 엄정 수사를 지시하셨다. 저와 아내는 오직 대통령님의 말씀을 믿고 국방부의 수사를 지켜보고 있었다”며 “하지만 지금은 절박한 한계를 느낀다”고 말했다.

이 중사 아버지는 “국방부 검찰단이 기소한 자들이 20여명에 이르는데, 수사심의위원회에서 구속기소를 권유한 자는 3명에 그친다. 이게 무슨 경우인가”라며 “감사 결과를 수사의뢰하는 부분까지 수사심의위에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 수사를 하겠다는 의지가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고 했다. 또 “(국방부 조사본부는) 초동 조사 부분과 관련해 아무런 형사적 문제가 없다는 태도를 견지하다가 언론에 떠밀려 단 1명만 입건한다고 밝혔다”며 “스스로 수사에 대한 기준도 없고 의지도 없음을 인정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국방부 장관의 수사 의지를 방해하고 훼방 놓는 엄청난 세력이 있단 말도 들었다”고 주장했다.

이 중사 사건에 대해 국민의힘과 정의당 등 야 4당은 지난 10일 특별검사 임명 법안과 국정조사 요구서를 제출한 상태다. 이 중사 아버지는 “국회 국방위원회 여당 간사인 기동민 의원도 ‘국민에 대한 보고가 부실하다고 판단되면 국정조사를 검토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한 바 있다”고 했다.

이 중사 부모는 이 중사의 사진과 가족사진을 앞에 두고 기자회견을 했다. 딸의 군번줄을 목에 걸고 나온 아버지는 내내 눈물을 흘렸고, 오열하던 어머니는 실신해 도중에 실려나갔다.

한편 여론의 엄벌 요구가 이어지는 가운데, 국방부는 부실 수사와 2차 가해 책임자들을 잇따라 보직해임하면서 형사입건하고 있다. 국방부 조사본부는 이날 “군검찰 수사심의위에서 제시된 의견을 수용해 이 사건 담당 수사관에 이어 제20전투비행단 군사경찰대대장을 입건했다”고 밝혔다. 애초 국방부 조사본부는 성추행 사건을 제대로 처리하지 않은 제20비행단 군사경찰대대장을 입건하는 대신 징계위원회에 회부하겠다고 수사심의위에 보고했지만, 수사심의위가 직무유기 혐의로 처벌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하자 처분 수위를 높인 것이다. 또 국방부는 이 중사가 성추행을 당한 뒤 전보된 부대에서 2차 가해를 한 의혹을 받아온 상관들인 공군 제15특수임무비행단 정보통신대대장, 운영통제실장, 중대장, 레이더정비반장을 피의자로 전환해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공군도 “수사 초동 조치가 미흡했던 제20전투비행단 군사경찰대대장과 수사관, 군검사, 피해자 보호를 소홀히 한 공군본부 법무실 국선변호사를 보직해임했다”고 밝혔다. 전익수 공군 법무실장은 보직해임 대상에서 빠졌다.

채윤태 길윤형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