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사회 사회일반

코로나블루 상담까지…정신건강 복지센터 노동자의 ‘번아웃’

등록 2021-07-07 04:59수정 2021-07-12 11:30

코로나블루 최전선 (하)
노동자 65% “신경질환·정신질환 유병 경험”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그분(환자)이 칼을 들고 저를 쫓아오고, 저는 도망가는 상황이 생겼어요. 그때부터 사례 대상자를 보러 갈 때 굉장히 예민해져요.”(정신건강사회복지사 ㄱ씨)

“직원이 나갔는데 (환자가) 죽어 있었던 거예요. 그 광경이 트라우마가 됐어요. 직원이 5명이라 2인 1조라는 게 없을 때여서 마무리를 혼자 (했어요)….”(정신건강간호사 ㄴ씨)

“치료를 잘 못 받고 계시는 분이 많은데, 저희한테 수시로 전화하셔서 욕을 하거나 성적인 얘기부터 시작해서 온갖 이야기를 해요. 그런 식으로 전화에 시달리는 직원도 상당히 많거든요.”(정신건강사회복지사 ㄷ씨)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전진아 연구위원이 지난해 12월 펴낸 ‘사회정신건강연구센터 운영: 정신건강복지서비스 제공 인력 보호 및 회복 지원 전략’ 보고서에 담긴 정신건강복지센터(센터) 노동자들의 이야기다. 전국 260개 센터 노동자(복지사·간호사·임상심리사 등) 3천여명은 지역사회의 정신건강을 책임지고 있지만 수시로 위험에 노출되는 업무 환경 탓에 신경성 질환이나 우울증 등을 호소한다. 계약직 등 불안정한 신분 탓에 불안함을 느끼는 이들도 많다.

보고서에는 지난해 9월16일부터 10일 동안 전국 센터에 근무하는 노동자 22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와 심층면접 내용이 담겨 있다. 설문조사 결과(복수응답)를 보면, 응답자의 84%가 ‘환자의 자살, 자해, 폭력 등에 대한 두려움을 느낀다’고 답했다. 또 응답자들은 ‘상급 기관의 무리한 업무 요구’(72.3%), ‘폭언, 폭행, 성추행을 행사하는 (센터) 이용자’(69.1%), ‘지역 주민의 민원 제기’(56.4%), ‘호전되지 않는 이용자의 증상’(51.1%) 등을 이유로 근무 중 불안함을 느낀다고 답했다. 설문조사 응답자 중 65.5%(144명)가 신경질환·정신질환 유병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구체적인 질환 유형을 보면 142명(64.6%)이 ‘두통 등 신경성 질환’을 앓은 적이 있다고 답했고, ‘우울증’(7.7%·17명),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5.5%·12명), ‘대상포진’(4.1%·9명), ‘공황장애’(3.2%·7명)를 경험한 이들도 있었다.

그러나 노동자들을 보듬는 지원은 부족한 상황이다. 응답자의 33.6%만 ‘트라우마 경험 이후 심리적 회복을 위한 유·무급 휴가를 준다’고 답했고, ‘심리적 외상이 있는 경우 외부 전문가에게 의뢰하는 체계가 있다’고 답한 사람은 17.3%에 불과했다. 설문조사 응답자의 93.6%는 정부가 민간에 위탁해서 운영하는 센터에서 일하고 있었으며, 과반인 56.4%가 계약직이나 시간제 등 정규직이 아닌 형태로 고용돼 불안정한 노동환경에 놓여 있었다.

코로나19 유행 이후 센터는 기존의 업무에 더해 코로나블루 상담 업무까지 떠안았다. 센터 노동자들이 기존의 정신질환자 관리 및 자살예방 업무에 집중하기 어려워졌다는 호소가 나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익명을 요구한 한 팀장급 센터 직원은 <한겨레>에 “지난해 코로나19 유행 이후 지역사회에서 수백명의 확진자와 격리자가 쏟아지자 명단을 주면서 코로나블루(재난심리지원) 상담전화를 하라고 했다. 무슨 말을 해야 하는지 모르면서 무작정 전화를 돌렸다. 재난심리지원 매뉴얼은 1년이 지나서야 나왔다”고 털어놨다. 그는 이어 “상대적으로 지역사회 사례자 관리에는 소홀할 수밖에 없었는데 무슨 사고가 터질지 몰라 직원들이 초조하고 불안해했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정신건강사회복지사도 “센터 업무 표준화와 센터 노동자들의 노동환경 개선이 시급하게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재호 기자 ph@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사회 많이 보는 기사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1.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2.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3.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4.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5.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