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력 피해 신고 뒤 숨진 공군 이아무개 중사 사건에 대한 국방부 중간수사결과 발표를 두고 군인권센터가 “조직적 사건 축소·은폐”라며 국정조사와 특검 도입을 요구했다.
군인권센터는 12일 비대면 기자회견을 열어 ‘공군 성추행 피해 여군 사망사건 군인권센터 중간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들은 “사건 이후 가해자 장아무개 중사와 가해자 주변 인물은 범행을 축소·은폐·무마하기 위해 증거인멸 시도를 해왔고 피해자 사망 이후에는 현장 수사와는 무관한 고위급 간부인 공군본부 군사경찰단장까지 사건 은폐에 적극적으로 가담했다“고 주장했다.
군인권센터는 공군20전투비행단 군사경찰이 가해자에 대한 불구속 수사 방침을 정한 탓에 가해자가 증거 인멸을 시도할 수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가해자가 범행 현장에 동승하고 있었던 유일한 사람인 문아무개 하사를 사건 입건 직후인 3월4일과 송치를 앞둔 같은달 31일에 두 차례나 따로 만났다”며 “(첫만남 뒤) 문 하사가 이상한 낌새를 차리고 함께 회식에 참여했던 노아무개 상사에게 만난 사실을 보고하였으나 노 상사는 이를 물리쳤다”고 했다. 가해자와 노 상사 간에 모종의 협의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는 게 센터 쪽 주장이다. 또 두번째 만남에서 가해자 장 중사는 문 하사에게 탄원서를 요구하기도 했다고 한다.
군인권센터는 이같은 사건 은폐 의혹에도 국방부가 제대로 수사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특히 전익수 공군본부 법무실장에 대한 수사가 미흡하다는 지적이다. 전 실장은 사건의 초동수사를 맡았던 공군 제20전투비행단 군 검찰 등을 총괄하는 공군법무실의 수장으로 초동 부실수사의 최종 책임자로 지목돼 왔다. 센터 쪽은 “(국방부는 전 실장이) 3회에 걸친 참고인 조사 소환에 불응하였음에도 사실상 방치했고 증거를 인멸할 충분한 시간을 준 뒤에 여론에 떠밀려 압수수색을 진행했다”며 “대통령이 성역 없는 수사를 지시한 사안에 있어 공군본부 법무실장이 항명하며 수사에 불응하고 있음에도 장관은 속수무책”이라고 지적했다.
군인권센터는 △국방부는 사건 수사를 중단할 것 △국방부장관은 부실 수사를 책임지고 사퇴할 것 △국회는 국정조사와 특검을 도입할 것 등을 요구했다.
지난 9일 국방부 합동수사단은 성추행 피해 여군 중사 사망사건 관련 중간 수사결과’를 발표해 이날까지 총 22명을 입건해 10명을 기소했고, 나머지 12명에 대해선 수사 중이라고 밝혔다. 당시 국방부 합수단은 전 법무실장에 대해 단 한 차례 소환도 하지 않았다고 밝혀 공군검찰을 총괄하는 공군본부 법무실 조직에 대해 ‘제 식구 감싸기’를 했다는 비판이 나왔다. 전 실장은 이날 발표 이후 소환됐고 피의자 신분 전환 여부는 조만간 결정될 것으로 알려졌다.
이주빈 기자
ye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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