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구급대원 장아무개(30)씨는 코로나19 환자를 이송하는 업무를 맡으며 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다고 호소했다. 코로나19 확진자들은 불안감이 크다 보니 장씨에게 쉽게 짜증과 화를 쏟아낸다. 장씨는 “환자를 이송할 때는 꼭 감염보호복을 착용해야 하는데, 보호복을 입었다는 이유만으로 불안해하고 거부감을 느끼는 환자가 많다”며 “환자들의 차갑고 짜증 섞인 반응을 대하다 보면 상처받을 때가 많다”고 했다. 보호복은 귀까지 막혀 있고, 보안경에는 습기가 차다 보니 환자들의 인적사항을 되묻는 일이 자주 있을 수밖에 없는데, 이에 대한 환자들의 짜증과 폭언을 온몸으로 받아내며 감내하기도 한다.
소방구급대원의 정신건강이 심각한 수준이라는 점은 고려대 보건과학과 김승섭 교수 연구팀과 서울특별시소방학교 소방과학연구센터가 진행한 ‘서울시 소방관 COVID-19 근무환경 실태조사’ 결과(6월9~27일 서울시 소방구급대원 719명, 기타 소방공무원 2662명 조사)를 통해서도 파악할 수 있다. 구급대원 719명 중 설문조사 이전 최근 2주간 우울감을 느꼈다는 응답은 49.8%, 심리적 스트레스를 느꼈다는 응답은 17.1%였다. 비구급대원들도 32.2%가 우울감을 느끼고, 7.7%가 스트레스를 느꼈다고 답했다. 자살을 생각해봤다는 고위험군에 속한 구급대원은 4.3%였다.
구급대원으로 20년 이상 일한 ㄱ씨는 “결혼한 대원 중에서는 이혼할 수 있는 상황도 자주 벌어진다. 배우자와 싸웠다는 젊은 직원들의 이야기도 많이 들려온다”고 전했다.
격무로 인한 수면 장애, 코로나19 환자 이송이라는 업무 특수성에 따른 조직 내 부족한 소통 등도 이들의 정신건강을 위협하고 있다. 교대제 근무를 계속하다 보니 많은 구급대원이 수면 장애를 겪고 있다고 답했다. 최근 1주일간 수면의 질이 나빴다고 대답한 구급대원은 46.6%(“매우 나쁨” 12.9%, “나쁨” 33.7%)로 절반 가까이 차지했고, 충분한 휴식이 될 정도로 잠을 잔 날이 하루도 없다는 구급대원도 12.1%에 달했다. 수면시간별로는 하루 3시간 미만이 1.9%, 3~4시간 8.8%, 4~5시간 22.8%로 구급대원 다수가 잠이 부족하다고 호소했다. 구급대원 ㄴ씨는 “잦은 교대 근무로 잠을 자야 할 때도 자지 못하고 작은 소리에도 깨는 수면 장애를 겪어 정신건강의학과를 다니며 치료를 받았다”며 “업무상 생긴 질병으로 인정받아 치료비를 지원받았다”고 말했다.
코로나19 관련 경험으로 조직 내 소외감을 느낀 구급대원도 절반이 넘는 51%에 달했다. 비구급대원이 9.5%인 것과 비교하면 높은 수치다. 코로나19와 관련한 경험을 조직 내 동료가 알아주지 않아 속상한 경험도 구급대원은 52.7%로, 비구급대원의 9.8%보다 높았다. 구급대원 가운데 코로나19 관련 업무의 어려움을 전달할 소통 창구가 부족하다는 답변은 82.9%(“매우 부족” 38.1%, “부족” 44.8%)로 비구급대원(45.8%)의 2배에 달했다.
구급대원 ㄷ씨는 “같은 사무실에서 일해도 구급대원과 다른 분과의 업무 차이가 있다 보니 (서로 공감이 잘 안되고) 구급대원끼리 서로의 처지에 대해 위로하는 분위기”라며 “특히 소방관이라고 하면 대부분 불 끄는 이미지를 생각하고, 구급대원들이 무슨 일을 하는지는 알려지지 않은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아 가끔 씁쓸함을 느낀다”고 털어놨다.
이우연 김윤주 채윤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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